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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의 '아름다운' 복수
[단비발언대] 김수진
2011년 04월 08일 (금) 09:31:46 김수진 기자 jjiny999@gmail.com

아르테미시아는 17세기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든 스캔들의 주인공이다. 서양미술사에서 최초 여성화가로 손꼽히는 그녀는 어린 시절 실력이 탁월했는데도 미술학교 입학을 거부당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화가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의 동료 타시를 딸의 스승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는 아르테미시아에게 흑심을 품고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렀다. 그녀는 재판을 통해 진실을 폭로하려 했지만, 세상은 오히려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 아르테미시아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왼쪽)와 신정아 씨의 <4001>.

동서고금의 스캔들은 거의 다 남녀 사이에서 일어났지만, 스캔들의 피해자는 대개 여성이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스캔들에 연루된 여성은 '조신하지 못하다' '처신을 잘못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 일련의 사건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상하이 스캔들' 보도에서 ‘처신을 잘못한’ 남성 관리들의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익명을 사용한 반면, 덩 여인의 사진은 거의 그대로 드러냈다. 2007년 불거진 신정아 씨 사건도 마찬가지다. 사건의 본질은 학력위조였지만, 언론은 신정아 씨가 고위 관리와 나눈 불륜을 비롯한 그녀의 사생활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그녀가 발간한 수기는 이런 분위기에 '맞불'을 놓는다. 종전 ‘신정아’들이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긴 채 살아가야 했던 모습과는 다르다. 언론에서 부정적으로 묘사한 여성인데도 적극적으로 자기변호를 하는 모습이 당차 보인다. 하지만 그녀 역시 '남성중심적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녀는 자신의 여성성에 시선을 빼앗겼던 유명 남성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복수를 한 듯하지만 그것 역시 남성중심적 시선의 확장에 기여하고 말았다.

   
▲ 김수진 기자
그 대신 왜 그토록 고학력이 필요했는지 고백하며, 실력보다 학력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사회를 고발했더라면 어땠을까? 혹은 미술계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그 바닥의 생리, 곧 전시나 비평의 패거리주의, 미술시장의 상업성 같은 이슈들을 용감하게 폭로했더라면, 그토록 소망했던 ‘새로운 신정아’로 다시 태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400여년 전, 아르테미시아는 그 일을 해냈다. 그녀는 모진 고문을 이겨내며 일곱 달 지속된 재판에서 진실을 밝혔다. 몇 년 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라는 잔혹하게 아름다운 작품으로 멋지게 정서적 복수를 완성했다. 실력을 인정받아 왕실화가가 되는 영광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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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 (113.XXX.XXX.136)
2012-12-01 22:18:20
아르테미시아가 왕실 화가?
선정적인 장면을 선호한 바로크 시대에 유디트는 인기있는 소재였지요.
카라바조의 유디트에 감명받은 아르테미시아가 스승 타시를 모델로 재판 전 완성한 그림입니다.
오라치오의 고발이 어떻게 아르테미시아의 폭로가 되었는지... 죄다 틀린 비교대상이 자료들 도 문제지만, 신정아... 아르테미시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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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천사? (118.XXX.XXX.142)
2011-04-30 22:30:48
제목이 반어적 표현도 아니라서 오해살 만하네요. 개인적으로 신정아씨는 용감한 사회고발보다는(그럴 수 있는 사람도 아닌 것 같고..) 진정성 있는 자기고백이 더 필요한 사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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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173.XXX.XXX.60)
2011-04-09 05:04:05
뭔가 심하게 오해하고 계신 듯합니다. 2007년 사건의 본질은 학력위조와 불륜으로 인한 봐주기였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불륜관계에 있는 학력위주한 사람이 나이에 비해 승승장구하는데, 그 누가 그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까요? 권력이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거죠. 신정아가 진짜 예일대 박사라고 해도 의심해볼 만한 문제인데, 가짜 박사잖아요.
책을 보았더니 이건 고백록, 자서전이 아니라 쓰레기더라구요. 이걸 읽고 무슨 아름다움을 논한답니까? 박사 논문 주제라는 게 그게 어디 말이 됩니까? 책만 봐도 거짓이 읽히는데, 아주 기가 막힐 노릇이에요. 책에서 거론된 사람들이 왜 가만히 있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얽히기 싫은 거에요. 정신병자하고 싸움하면 그게 싸움이 되나요? 책을 정확하게 따져가며 읽어보세요. 저런 엉터리가 없어요. 진짜로 죽을 고생 해가며 박사받은 사람들이 있는데, 자기는 거짓말 한적은 없다고? 돈으로 박사, 그것도 예일대 박사를 받으려 한 사람이 거짓말이든 무엇이든 무슨 차이가 있어요? 나는 이번 책을 보고 자기가 지은 죄에 비해 가혹한 형벌을 받았다고 생각했었으나 그 생각마저 다 지워버렸어요.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가식과 자기 합리화와 세상을 향한 저주밖에 없어요. 미술 시장의 비리를 이야기한다? 신정아씨가 아는 게 있을까요? 그걸 이야기해도 누가 믿어줄까요? 제대로 앞뒤 따져보고 글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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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222.XXX.XXX.48)
2011-04-09 15:42:32
아! 그리고 아름다움이란 표현은, 글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신정아 씨의 책이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정말 자신이 당당하고, 실력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실력으로 아름다운 복수를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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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222.XXX.XXX.48)
2011-04-09 15:40:43
지적 감사합니다. 저는 언론이 신정아 사건에 대해 마치 관음증에 걸린 환자처럼 보도하지는 않았는지, 또한 신정아 씨가 그런 현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른 시선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쓴 것입니다. 글 읽고 지적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도 더 깊이있게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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