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차단 위한 ‘셧다운제’ 찬반 논란 2라운드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규제 범위 놓고 문화부와 여성가족부 맞서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청소년들의 심야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단 4월 임시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것 같은데요, 우선 이 제도의 내용이 뭔지 정리해볼까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청소년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건강과 생활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16세 미만에 대해서는 자정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접속을 강제 차단하는 제도입니다. 밤 12시면 게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해서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부르죠. 원래는 여성가족부가 19세 미만에 대해 적용하자고 주장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14세 미만으로 한정하자고 맞서다가 지난 연말 16세 미만으로 일단 어정쩡하게 타협을 했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적용되는 게임의 ‘범위’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컴퓨터 게임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 게임도 다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문화부는 이 부분을 빼야 한다고 맞서, 아직 이견이 조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홍: 얘기를 들어보니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 도입에 적극적인 반면 게임산업을 관장하는 문화부는 규제를 최소화하려는 입장인 것 같군요. 우선 이런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뭔가요.

게임 업계 "규제 실효성 없고 국내 업체 경쟁력 약화" 반발 

제: 청소년들의 지나친 게임 몰입, 즉 ‘과몰입’ 문제가 너무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12.4%, 약 88만 명이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인터넷 중독 상태라고 합니다. 특히 고교생에서 중학생, 초등학생으로 어려질수록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요. 이로 인해 정신적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수면부족으로 인한 건강 이상이나 학습 장애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얼마 전 게임에 중독된 중학생이 게임을 못하게 하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 사건사고도 일어나고 있죠. 청소년들은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심야 강제접속 차단 등으로 과몰입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두어야 한다는 게 셧다운제 지지자들의 주장입니다. 이것은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심야학원교습을 금지하는 것, 또 청소년의 음주흡연을 금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입니다. 

홍: 일단 학부모들은 여기에 동조할 것 같은데요, 이를 반대하는 측의 논리는 무엇입니까?

제: 주로 게임업계와 청소년 권익운동 단체 등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게임산업의 경우 이 제도를 도입할 때 연령 인증 시스템 등에 추가적 투자가 필요해 비용이 늘어나고 심야시간대 매출이 줄어든다는 경제적 이유가 배경으로 작용합니다. 게임업계에서는 셧다운제를 도입할 경우 청소년들이 심야 게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가 없는 해외 온라인 게임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제도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청소년들이 한밤중에도 게임을 계속하기 위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등 우회적 방법을 사용하기 쉽기 때문에 규제의 실효가 없을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청소년 권익단체 등에서는 이 제도가 게임이라는 문화 수단을 활용하는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규제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홍: 그래도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여성가족부와 문화부가 ‘16세 미만’이라는 타협점을 찾아 일단 합의를 한 것일 텐데요, 제도 자체에 반대하는 게임업계 등은 그럼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나요? 

제: 우선 게임업계에서는 일정 연령층에 대한 전면적인 셧다운이 아닌, ‘선택적 셧다운제'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각 가정에서 자녀의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이용시간을 정하고 업체에 차단을 신청하면 이를 수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나아가 청소년 권익단체 등 셧다운 반대론자들은 청소년의 게임 중독 원인이 건전한 여가활동을 위한 대체문화와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 원인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확충해야 한다, 또 지나친 학업위주 경쟁 등 스트레스 요인을 낮추도록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홍: 며칠 전에는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이 게임 사업자로부터 연간 매출액의 1%를 거둬 2천억 원 규모의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기금’을 두자는 내용으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도 게임업계의 반발이 있죠?

제: 거센 반발이 있습니다. 셧다운제만 도입해도 게임 업계에 타격인데 기금까지 걷겠다는 것은 수출 효자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게임 산업을 고사시키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에 동조하는 네티즌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고요. 반면 이정선 의원 측은 “게임콘텐츠로 인한 청소년의 중독 현상이 심각한 만큼 업계가 책임을 지고 기금을 내서 예방과 치료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윤 논리 앞서 게임 중독 막을 현실적 대안 내놔야 

홍: 셧다운 등 규제를 하려는 쪽과 이를 반대하는 쪽 모두 나름의 논리가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든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막기 위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만, 게임 중독에 빠진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학교교육과 가정교육 개선’ ‘대안 문화수단 확충’ 등의 장기적 대안은 한편으로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셧다운이든 뭐든 당장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이죠. 또 어떻게든 공공 재원을 마련해서 게임 중독증에 빠진 아이들에 대한 전문적 치료가 쉽게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반면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도용 등이 쉽게 이뤄지는 현실에서 과연 이런 제도들이 실효성이 있겠나 하는 반론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더 연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편으로는 게임업계 역시 이윤논리로 반대만 하다가는 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토대, 즉 고객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대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게임을 오래하면 진행이 점점 늦어져 흥미를 떨어뜨리는 ‘피로도 시스템’이라는 기술 적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를 포함해서 ‘청소년의 게임 중독’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정부와 업계, 학부모단체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이 기사는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손에 잡히는 경제> 3월 23일 다시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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