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농업유통 분리 농협법 개정, 농민단체는 반대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최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본회의 의결을 앞둔 상황인데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개정안의 내용이 뭔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현재의 농협조직을 내년 3월부터 신용사업을 담당하는 금융지주회사와 농축산물 유통을 담당하는 경제지주회사로 분리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농협은 원래 농민들을 위해 농축산물을 팔아주는 사업, 즉 경제 사업에 주력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금융부문에 치중해서 제 구실을 못해왔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두 기능을 확실하게 분리해서 농축산물 유통기능을 강화하자는 게 법 개정의 취지입니다.

경제사업 따로 떼 내 농축산 유통기능 강화  

홍: 농협법이 이렇게 개정되면 실제로 농협조직과 업무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제: 지금은 농협 전체 인력 1만4천여 명 중 76%가 금융부문의 일을 하고 있고, 유통 등 경제사업 분야에는 14%인 2500명만 종사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10%는 교육 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고요. 인력 분포만 봐도 금융에 편중된 농협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두 조직이 분리되면 경제사업 부문의 자본금이 현재의 2700억 원 수준에서 농협중앙회 자본금의 30%인 4조원 이상으로 확충되고, 담당 인력도 현재보다 4천~5천 명이 늘어나 농산물 유통사업 부문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합니다. 금융부문은 분리되어서 별도의 지주회사 아래 은행 보험 증권 카드 캐피탈 등 자회사를 두게 되는데, 농협이라는 브랜드를 쓰는 대가로 연간 영업이익의 2%를 떼 내 경제 사업을 지원하는 것을 향후 시행령에 넣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홍: 농협의 경제 사업이 강화되면 농민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까요?

제: 그동안은 농협 업무가 금융에 쏠려있다 보니, 농축산물의 안정적인 유통을 위한 본연의 업무에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재배 물량이 10%에도 못 미쳐 배추파동 같은 일이 생겼을 때 농민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경제 사업을 더 강화하게 되면 계약재배 물량을 50%수준까지 끌어올려 안정적 농산물 유통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렇게 되면 중간 상인의 몫을 줄여서 농민들은 제 값을 받고, 소비자도 보다 싼 값에 농축산물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농림부의 얘기입니다.  

홍: 그런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등 농민단체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더군요. 그 이유는 뭔가요.

제: 농민단체들도 농협의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분리하는 ‘신경분리’ 자체는 찬성합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의 신경분리냐에 이견이 있는 것이죠. 이번 개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정안이 결국 금융지주회사만을 키우는 쪽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영화를 통해 토종자본으로 만들어진 농협금융지주가 외국투기자본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경제사업의 경우도 지주회사체제로 개편함으로써 농민들의 이익보다는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게 될 것이고, 농민들에게는 싸게 사서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아 돈벌이를 하려고 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경분리를 하되 경제부문을 확실히 키우고, 지주회사체제가 아닌 농협연합회가 주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농민 대신 주주 위한 돈벌이 우려' 불식할 장치 필요

홍: 그렇다면 ‘신경분리’라는 농협개혁을 추진하되, 농민단체의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둘 필요가 있겠군요.

제: 그렇습니다. 그래서 민주당 등 야당도 지난 1년 반 정도의 논의과정에서 경제지주회사의 자본금 확충계획을 분명하게 하라는 등 요구조건을 내세웠고, 이를 일부 관철해서 이번 개정안에 합의를 해 줬다고 합니다. 원래의 정부안에는 ‘자본금을 확충한다’는 막연한 표현만 있었지 구체적인 금액 등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해요. 앞으로도 본회의 논의나 시행령 작업 등을 통해 농민단체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를 세밀하게 강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농협이 말로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후속조처를 잘 해야 할 것입니다.

홍: 농협의 금융부문도 그동안 덩치에 비해 효율성이 낮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분리를 계기로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제: 농협이 금융 업무에 치중하면서도 내부적으로 금융과 유통 부문 간의 인력 순환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금융만 전업으로 하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금융 경쟁력 역시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게 사실입니다. 특히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자산 순위도 하락하고, 이익 규모도 줄어 경영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번에 농협의 신경분리가 이뤄지면 농협의 금융부문은 지주회사 체제 아래서 본격적으로 전문 인재를 충원하고 자회사간의 고객정보공유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농협의 점포가 전국적으로 1158 개나 돼 은행 중엔 1위여서 이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농협금융지주의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홍: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하면 총자산이 229조나 되는 또 하나의 금융 공룡이 탄생하게 되는데요, 경쟁업계가 좀 긴장할 수도 있겠군요.

제: 농협의 금융부문을 분리하면 자산 규모가 무려  230조 원 가까이 됩니다. 신한 국민 우리 하나에 이어 5번째로 큰 금융지주회사가 되는 것이죠. 그동안 정부와 공기업 등이 농어민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예금을 몰아준 덕이라고도 할 수 있죠. 앞으로도 정부가 ‘신경분리’를 원활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농협금융지주에 각종 세제혜택을 주고, 다른 금융회사들에게 적용되는 규제, 예를 들면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 등도 완화해 줄 계획이라 경쟁업체들은 ‘특혜’라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농협의 보험부문이 자회사로 분리되면 보험료를 낮추면서 자동차보험 등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여 손해보험 업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 보험료 인하 바람이 불면 소비자에게는 이득이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됐습니다. 방송 내용은 3월 9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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