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시청률 만능시대, 생사 걸린 코미디 경쟁

“방송에서 코미디가 없어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MBC SBS 사장님, 코미디에 투자해주십시오.”

지난해 말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 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받은 김병만은 이런 호소로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 KBS <개그 콘서트>의 인기코너인 '발레리 NO'의 한 장면 ⓒ KBS 방송 캡쳐

김병만이 KBS 잔치에서 이런 얘길 하는 동안, MBS와 SBS의 2010년 연예대상에선 코미디언들이 단 한 명도 상을 받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두 방송사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문을 닫은 뒤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엔 MBC의 <하땅사(하늘도 웃고 땅도 웃고 사람도 웃고)>가 간판을 내렸고, 10월엔 SBS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마저 '사망선고'를 받았다. ‘죄목’은 5~6% 대에 불과한 낮은 시청률이었다.

방송 3사 코미디 프로그램 중 10%대 후반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KBS의 <개그콘서트>만이 살아남았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1월 30일 18.5% (이하 TNmS 제공)를 포함, 올해 평균  17.1%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신선하지만 '빵' 터지는 웃음이 없다”

SBS  <웃찾사>에도 한때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개그콘서트>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한 자릿수 시청률로 부진을 면치 못하다 결국 5.3%로 종영했다. MBC 코미디도 ‘전성시대’가 없지 않았다. <오늘은 좋은날>, <코미디 하우스>, <웃으면 복이 와요> 등 ‘대박’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작품들은 저조한 시청률을 면치 못했고, <개그야>에 이어 등장한 <하땅사>도 결국 6.4%로 퇴장했다.

▲ 코미디 프로그램와 <웃찾사>와 <하땅사> ⓒ SBS, KBS 홈페이지

<하땅사>의 후속 프로그램도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개그쇼 난생처음>은 클래지콰이의 호란이 MC, 정형돈과 길이 고정출연해 수요일 밤 12시 35분이라는 심야 편성에도 불구하고 마니아층을 만들었다. 하지만 인기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아이디 ‘sehee45’는 MBC 시청자 게시판에서 “신선하고 색다른 도전이 보이지만 도통 빵 터지는 웃음이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10회 동안 2% 대의 낮은 시청률에 머물다 지난 9일 종영됐다. MBC는 오는 16일부터 전통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고 또 웃고>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인 발굴 힘쓰는 KBS, 투자 의지 안 보이는 SBS

이처럼 MBC가 실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데 반해 ‘상업정신에 보다 더 투철한’ SBS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인 시대에 코미디 프로그램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BS는 지난해 12월 25일 맛보기 코미디 프로인 <굿타임0230>을 내보냈지만 존속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 <개그 콘서트>  '봉숭아 학당'의 한 장면 ⓒ KBS 방송 캡쳐

반면 <개그콘서트>라는 효자 프로그램을 키우고 있는 KBS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새로운 코미디 실험을 허용하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콘서트 무대에서 스튜디오로 옮긴 복고풍 코미디 <개그스타>가 그것이다. 지난 2009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개그스타>는 지난 5일 시청률이 3.9%로 토요일 자정에 방송되는 것을 감안해도 저조한 편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시청률보다 ‘신인육성’에 무게를 두고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입장이다. 탁월한 코미디언이 없다면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재능 있는 신인을 찾아 제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잘 나갈 때 더 투자하는’ 방송사와 ‘잘 할 때만 살려두는’ 회사. 어느 쪽이 시청자의 사랑을 더 받을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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