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확산’ 대 ‘과도한 긴축’ 두 방향 다 걱정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이성철의 생생토크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한 주간 주목해야 될 경제뉴스를 통해서 한국경제를 진단해보는 생생토크, 신묘년 새해 첫날 한국일보 경제부 이성철 부장,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나오셨습니다. 이번 주엔 어떤 뉴스 주목하셨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중국정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본격화하면서 경기가 위축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먼저 꼽았습니다. 또 원유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물가 상승에 대한 걱정이 증폭되고 있다는 소식, 방만한 사업으로 빚더미에 오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구조조정이 진통을 겪고 있다는 뉴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성철(한국일보 경제부장): 계속 진행 중인 사안이긴 합니다만 역시 구제역 파동이 첫 번째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두 번째는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값이 초강세라는 것, 마지막으로 신년 경제가 어떻게 진행될까에 대한 전망, 이렇게 세 가지를 꼽아 봤습니다.

박: 예, 저도 구제역과 물가, 그리고 신한은행 사장 임명, 이 세 가지를 꼽았는데 먼저 구제역 이야기 해야겠네요. 그야말로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가재난 선포까지 했는데요.

구제역은 전국적인 ‘재난’

이: ‘가축질병 위기경보’라는 게 있는데 기왕의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올라갔습니다.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간 것입니다. 과거 2009년 신종플루 때 이런 심각 경보발령이 난 경우가 있었습니다만, 가축질병으로 심각 경보가 난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이번 구제역 파동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국가재난관리본부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주도해서 구제역 대책을 추진해왔는데 이젠 범정부 차원에서 행정안전부장관이 전체를 관리하게 됩니다. 또 각 부처가 참여함으로써 자금지원이나 인력동원 등이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또 지금까지는 일반 공무원들이 나서서 방역활동 등을 해왔는데 이제는 군과 경찰력까지도 동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고,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자체들도 방역체제로 전환이 됩니다. 다시 말해 구제역이 특정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모든 지자체를 망라한 전국적인 재난으로 확대되어 대응체제도 그렇게 갖추어진다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박: 정부는 구제역 등의 확산과 관련해서 앞으로 농가의 책임을 강하게 묻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던데요, 제 교수님 어떻게 보십니까?

제: 동물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축산농가의 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개별농가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국가차원의 방역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출입국 관리를 제대로 한다든지, 초기진단을 효율적으로 한다든지, 감염의 원인을 파악하고 확산경로를 차단하는 이런 것들이 체계적으로 잘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방역활동의 매뉴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인력과 예산도 부족해서 허둥지둥하는 모습들이 많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방역공무원들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일의 실효성은 없어 굉장히 심신이 피로한 상황이고요. 정부가 전반적인 방역시스템을 허술하게 해놓고 우왕좌왕하다가 구제역이 확산되니까 농가의 책임을 더 강하게 묻겠다, 특히 위반사항에 대해서 처벌을 강하게 하겠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옳지만 이런 부분만 집중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마치 경찰이 무능해서 도둑이 활개 치는데 피해자한테 ‘문단속 잘못했으니 책임져라’ 추궁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계당국의 본분과 책임을 좀 더 분명하고 엄중하게 인식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박: 사실, 이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항상 아쉬운 점은 ‘우리가 이런 점에서 허술했는데, 대신 이 부분부터 해야겠다’는 어법입니다. 이 부장님, 예방접종이 시작되기는 했는데 구제역 확산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죠?

이: 이번 구제역이 굉장히 특이한 게, 소위 ‘게릴라성’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보면 보통 어느 한 지역에서 나면 그 곳을 중심으로 조금씩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였고, 방역망이 설치됨으로써 국지적인 현상으로 억제됐죠.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에 안동에서 나서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퍼지다가 경기 북부로 갔다가 강원도로 갔다가 경기 남부로 갔다가 또 충북으로 갔다가....... 그러니까 경로에 대한 패턴이 없어 예측은 더더욱 어렵고 방역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과연 방역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축산 농가들에게 문제가 있었던 건지, 혹은 사람 이동과 관련해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것인지, 원인조차 규명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백신 때문에 약간은 주춤해지는 징후가 보이기는 합니다마는, 이게 또 잠복기간이 길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1월 중순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들 말하고 있습니다.

박: 제 교수님, 피해 농가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제: 살처분된 가축에 대해서는 100% 시가보상을 해준다는 원칙을 밝혔습니다. 이 중에 50%는 선금이 지급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가축을 기르는 데까지 일정한 기간이 필요한데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이 기간을 감안해서 농가들에게 연이자 3%정도로 경영안정자금을 대출해 준다는 방침도 나와 있고요. 하지만 농가들이 정신적인 후유증에 시설자체가 감가상각이 되는 부분도 있어 보이지 않는 손실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입니다. 또 농가들은 이렇게 구제역 파동이 한번 지나고 나면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가 줄어서 상당기간 동안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호소합니다.

박: 이 부장님, 그 와중에 이 분들의 보상금과 생활안정자금을 노리는 보이스피싱(전화사기)까지 등장을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런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사기를 친다는 건가요?

이: 안동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전화가 와서 ‘여기 축협인데 보상금이 나왔으니까 통장번호를 말해 달라’는 식으로요. 아직 정확한 피해상황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노인들이나 금융관련 내용을 잘 모르는 분들이 전화를 받고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정말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런 일을 할 수가 있는지, 참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박: 실제로 제 주변에도 이런 식으로 700만 원 사기 당하신 분이 있습니다. 축산 농민 여러분 절대로 속지 마시고, 청취자 여러분도 혹시 친인척 분들이 시골에 사시면 당부 좀 꼭 드려야 될 것 같네요. 다음으론 올 한해 경제기상도 짚어 볼까요? 요즘 중국 경제를 많이들 주목하고 있는데 중국경제의 움직임에 따른 세계경제의 변동성,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제: 예전에는 ‘미국이 기침을 하면 다른 나라들이 감기 든다’고 했는데 이젠 그걸 중국으로 바꿔서 이야기해야한다고들 하죠?

‘차이나플레이션’으로 물가압력이 가중될 수 있어

박: 중국이 기침을 하면 나머지가 폐렴이 들죠.(웃음)

제: 네, 폐렴을 심각하게 앓을 수도 있죠. 그 중국이 지금 제일 걱정하는 게 인플레이션입니다.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 우려 때문에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한다거나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등 여러 가지 대처를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경제는 크게 두 가지 상반되는 방향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중국 당국의 인플레이션 대응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그럴 경우에는 중국발 인플레이션, 즉 ‘차이나플레이션’으로 우리도 물가압력이 가중되는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싼 물품을 들여와서 국내 물가안정에 도움을 주었다면 이제는 그 물건들이 비싸져서 국내 물가불안이 고조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에서 최근 노동권에 대한 자각이 높아지면서 임금상승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도 상품가격에 반영돼 우리나라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겁니다. 국제적으로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죠. 반대로 중국의 긴축정책이 너무 지나쳐서 경기가 위축될 경우에도 우리는 걱정입니다. 여러 나라 중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제일 높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긴축이 과도할 경우에는 대중 수출이 둔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에 타격이 오겠죠. 그래서 우리로서는 중국이 유연하게 인플레이션 관리를 잘 해주면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기업인들은 중국의 금리인상으로 중국의 위안화가 절상되고, 그것 때문에 국제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상대적인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또 중국이 내수를 촉진하는 정책을 쓴다면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이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이: 덧붙여서 말씀을 드리면, 이제 중국을 빼놓고 과연 한국 경제를 설명할 수 있을까, 제가 보기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과거 미국이 중요했던 것보다 몇 배나 더 큰 비중으로 중국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거 중국은 ‘디플레 수출국’이었습니다. 저가의 노동력, 저가의 생산비용을 통해서 싼 제품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공급했고, 그것이 전 세계가 90년대 호황을 누리면서도 물가는 안정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겁니다. 반면 이제는 인플레 수출국이 돼 가고 있습니다. 국제 원자재를 싹쓸이함으로써 원자재 값을 뛰게 만들고, 지난 주 중국 베이징시가 최저임금을 20% 인상한다는 뉴스가 나온 것처럼 인건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인플레 없는 성장을 구가하기 힘들 것입니다. 물론 다른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체해 줄 수 있겠지만 중국이 했던 만큼 100% 수용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박: 인플레 하면 또 하나 걱정인 게 원유 같은 원자재 가격 아니겠습니까? 지금 지식경제부에서 국제 유가에 대해 ‘관심경보’ 발령을 했는데,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도 리터당 1800원을 넘었습니다.

이: 요 며칠 사이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90 달러를 넘어섰죠. 두바이유 같은 경우도 그랬는데, 원래 겨울철 들면 난방수요 때문에 유가가 오르는 게 자연스럽긴 합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상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더 늘어난 측면도 있고요. 그래서 한파가 조금 꺾이면 나아질 것이라는 시각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간단치만은 않은 게, 지금 글로벌 유동성이 워낙 풍부하다 보니 원자재를 중심으로 한 상품 시장 쪽으로 이른바 투기자본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고 있거든요. 비철금속 같은 경우는 몇몇 투기자본들이 전체 시장을 왜곡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어떤 특정 투자회사가 전 세계 거래물량의 90%를 독식하면서 가격을 결정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지속되는 한 아무리 날씨가 풀린다 하더라도 유가와 원자재 값이 쉽게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들이 많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금년 한해 내내 높은 원자재 값, 높은 유가가 우리 경제에 상당히 불편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도 과잉유동성으로 인해서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공급 쪽에서 이런 상승 압력이 더해진다면 정부가 예상하는 3% 물가 관리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제: 한국은행이 분석한 것을 보면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2주에서 한달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 물가가 0.2%정도 오른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공공요금 인상도 앞두고 있고 원자재가격 올라서 중소기업들은 고통스러운데 유가가 계속 오른다면 국내 물가 상승 굉장히 부담스러울 겁니다.

국제 투기자금이 원유를 포함해서 원자재 시장에 많이 들어가

박: 제 교수님, 어떻습니까? 국제 유가가 100달러 바라보기 시작하니까 예전에 기름값이 순식간에 로케트처럼 날아올랐던 기억이 나는데요, 지금은 유동성 요인이 있지만 진짜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면서 수요가 늘면 폭발적으로 상승할 수 도 있을 텐데요.

제: 아까 이 부장께서 충분히 설명을 해주셨습니다만, 지금 국제유가가 올라가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은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돈을 푼 거죠, 돈을 풀어서 유동성이 풍부해졌는데 이 유동성을 바탕으로 국제 투기자금이 원유를 포함해서 원자재 시장에 많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배럴당 150달러 가까이까지 갔던 것도 수요 공급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투기 요인이 있었죠. 또 양적완화정책 이후에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 그리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유가 상승 요인입니다. 유가는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가 되면 반대로 원유가격은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석유재고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부분도 있고요.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 수요가 높은 것, 미국과 유럽이 몇 년 만에 혹한이어서 기름 수요가 많은 것들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해에도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다’ ‘풍부한 국제 투기자금과 중국의 석유 소비량 증가 같은 변수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등의 전망에 따라서 메릴린치 증권의 경우는 2011년 중 배럴당 118달러나 12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에서는 ‘추운 겨울만 지나면 안정을 찾을 것이다’하는 전망도 없지 않습니다. 특히 국내 석유전문가들은 ‘새해 중반으로 가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데요, 에너지경제연구원 같은 곳에서는 ‘우리가 수입해 쓰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80~90달러 수준으로 유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 두 가지만 제가 덧붙여 말씀드릴게요. 과거에 100달러를 뚫었다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인미답, 즉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면 어렵겠지만 한 때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투기적 요인들이 가세하면 쉽게 가파른 상승세를 띠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는 최근에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많이 쓰는 두바이유인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두바이유 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유가의 영향을 다른 선진국들보다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박: 그래서 당연히 물가로 시선이 돌아가는데요, 정부에서는 여전히 ‘성장드라이브’로 성장률 5%를 내걸었어요. 이것은 소위 말해서 ‘구들장 이론’, 즉 아랫목에 계속 불을 때야 윗목에 불이 간다는 것인데, 아랫목에만 구들장이 놓여있고 위에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닙니까? 어쨌거나 높은 성장률을 추구하다보면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데 물가 억제 3%, 이거 가능하겠습니까? 최대한 많이 먹고 살을 빼보겠다 하는 얘기와 같은데요.

이: 우선 연간 상승률 3%가 낮은 물가냐 하면 절대 그렇지가 않습니다. 선진국치고 2% 물가 올라가는 나라 없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 달성조차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정부의 물가 정책이라는 것이 소위 ‘MB물가’다 해서 몇 개 품목에 대한 집중 관리였습니다.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보다는 관세를 낮춰서 가격 떨어뜨리고 대단히 인위적인 방식으로, 전 근대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으로 물가정책을 펴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과잉 유동성은 그대로 끌고 가고 금리는 안올렸습니다. 이런 식의 물가관리로 과연 3% 물가 억제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분히 행정력에 의존한 이런 물가정책이라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근본으로 돌아가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 저도 동의합니다. 금리가 굉장히 낮은 수준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지 않았습니까? 인플레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은 우리가 여력이 있을 때 금리를 차근차근 올려서 과잉 유동성을 조정하고, 동시에 유통구조를 개혁한다든지, 경쟁 시스템을 강화한다든지 이런 쪽의 정책을 병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줄까봐 금리를 안 올린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근본적인 처방을 미루면서 행정력을 동원해 미시적으로 몇 군데 집적거려서 결과적으로 아무 효과가 없었죠. 오히려 관리하겠다는 그 물가가 더 오른 결과가 나왔는데, 이제는 근본적인 처방에 관심을 더 두어야 할 것입니다.

보여주기식 물가정책보단 근본적인 처방 필요

박: 이 부장님, 자본시장 관련해서는 내년에 장밋빛 전망 일색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 일단은 저금리 정책이 계속 갈 겁니다. 물론 금리를 좀 올리겠지만 큰 틀에서 고금리로 가기는 힘든 구조로 보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증시가 가장 좋아하는 풍부한 유동성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긍정적이고,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은 내년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겁이므로 내년 증시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 내부보다도 대외적인 문제, 특히 유럽이 어떻게 될지, 중국이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이런 부분들이 실물경제와 우리 증권시장에 더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 제 교수님은 새해 경제정책에 대해 어떤 바람이 있으십니까?

제: 우리가 60년대 경제 개발을 시작한 이후로 ‘가난하니까 더 잘 살아야 한다, 성장해야 한다’에 굉장히 매몰되어 오지 않았습니까? 성장이 절박하게 필요하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고 그로 인해 우리가 이만큼 올라온 것은 사실인데,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도 너무 심화됐죠. 이제는 이것을 좀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 사회적으로 복지를 확충하자는 요구가 분출되고, 정치권도 나름대로 거기에 대응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민생대책에 정치권, 정부여당이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합니다. 우리 정치인이나 관료들 중에는 아직도 굉장히 성장주의에 빠져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공장을 짓고 건설공사를 하고, 보이는데 투자를 하는 것은 경제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고 서민복지에 돈을 쓰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각국의 경험을 계량적으로 분석해볼 때 주거나 보육 의료 교육 같은 국민 기초생활을 고루 안정시키는 것이 노동의 질을 높이고, 일하는 사람들의 창의력을 촉진하고, 내수를 활성화해서 역동적인 성장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치인, 관료들도 이런 쪽으로 생각을 바꾸고 민생을 더 생각하는 경제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박: 이렇게 해서 구제역 이슈부터 올 한해 경제기상도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눠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한국일보 경제부 이성철 부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상 생략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1월 1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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