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탄압·인권무시 범죄, 엄벌 못하면 후진 사회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이성철의 생생토크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지난 주 촉발된 한반도 위기 상황은 이번 주에도 여전했습니다. 여러 가지 정치변수가 경제에도 여운을 남기고 있는 가운데 소위 ‘맷값’을 건넨 재벌2세의 일탈 행위가 전 국민을 공분케 했습니다. 대기업의 가족세습은 늘 지적과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부의 특권을 악용해서 인권을 유린한 사건, 혁신적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12월 첫째 주 생생토크, 한국일보 이성철 부장,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두 분 나오셨습니다. 이 부장님, 연말 송년회 때문에 바쁘실 텐데 사건이 계속 터져서 정신없으시죠?

이성철(한국일보 경제부장): 예, 연말에 큼직한 사건들이 자꾸 터지다 보니 송년 모임도 잠깐 가서 ‘얼굴 도장’만 찍고 다시 회사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저는 아침마다 매일 두 시간씩 방송을 하다보면 싫어도 다뤄야하는 뉴스가 있는데, 최근 10년간 사회 뉴스 중에서 가장 공분을 금치 못했던 뉴스가 이 뉴스였어요. 시위하는 근로자를 불러서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한 대 백만 원 맷값을 주었다는 최철원 씨. 이분이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시끄럽게 되어서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더 화가 나지 않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고, 이걸 들켜서 사회에서 시끌시끌해진 게 유감이란 말로 들리죠?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철원 전 M&M대표 얘깁니다. 노조를 탈퇴하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1인 시위를 했던 50대의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 방망이로 폭행하고 2000만원을 ‘맷값이다’하며 던져줬던 사건입니다. 최근 10년 간 뉴스 중 가장 공분을 자아낸 소식이라고 하셨는데, 인터넷 특히 트위터에서 엄청나게 화제가 되면서 ‘우리도 돈 모아서 저 인간을 좀 패주자’ ‘파이트머니를 걷자’하는 얘기까지 돌았습니다. 이 사건엔 두 가지 이슈가 있는데, 하나는 어떻게든 노조를 탄압해서 뭉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약탈적 자본가의 모습이죠. 또 돈 없는 이들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사고를 쳐도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천민적 자본가의 모습, 이런 것이 한꺼번에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막장 자본가들’에 대해서 우리의 사법제도가 응당한 처벌을 해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보통사람이라면 몇 년씩 징역살이해야 할 범죄에 대해 재벌들은 집행유예나 벌금, 사회봉사 등으로 풀려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처벌이 되겠는가가 관심인데요, 네티즌들은 ‘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 달라’ ‘정의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달라’며 청원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 저도 이 건은 마지막 처벌까지 사회적 감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이 부장님, 어쨌거나 여기 연루된 SK그룹은 입장이 난처하겠네요.

이: SK는 어떻게든 이 사건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입니다. M&M이란 회사가 정식 계열사도 아닌 관계사 정도고요, 최철원 씨도 최태원 회장 형제가 아니라 사촌이죠. 이런 불미스런 일에 SK가 거명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우리와는 관계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 건강한 사회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사회적 감시체제를 작동해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사에 계시는 이 부장님이나 대학에서 가르치시는 제 교수님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제 교수님, 한 주간 경제 이슈, 뭘 꼽으셨습니까.

제: 예,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흥분했던 최철원 전 M&M 대표의 ‘맷값 폭행사건’을 빼 놓을 수 없네요. 다음으로 수백 개의 차명계좌에 비자금을 관리한 의혹을 받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연평도 사건으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요 며칠 미국에서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소식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대건설 매각 어떤 결론 나도 후유증 불가피

이: 저는 갈수록 오리무중으로 빠져드는 현대건설 매각관련 뉴스를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두 번째는 올 해도 예외 없이 국회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겼다는 것, 세 번째는 이번 주에 발표된 몇 가지 경제 지표를 볼 때 경기 둔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꼽았습니다.

: 저는 한미 FTA 추가협상과 현대건설 매각 건, 그리고 미국 장기국채의 반등, 이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우선 현대건설 매각 얘기, 잘 하면 대하소설 한 편 쓰겠죠? 조정래의 <허수아비 춤> 이후 당대의 화제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정몽구 현대차회장이 ‘아직 현대건설은 우리 품안에 있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더군요.

이: 여러 가지 얘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현대차 측에서 ‘반드시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있지 않겠다는 입장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문제 제기는 현대그룹의 자금조달에 관한 것인데요,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이라는 데서 대출 받았다는 1조 2천억 원의 실체가 무엇이냐’ ‘진짜 대출금이냐, 혹시 다른 뒷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등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대그룹 쪽에서는 인수합병(M&A)을 할 때 이의제기를 못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현대차그룹을 고소한 상태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이의제기가 채권단에게 먹혀들어가고 있고, 채권단 내에서도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입장에 차이가 있어 상황이 묘합니다. 현대그룹에 동조하는 외환은행과, 현대차그룹에 동조하는 정책금융공사로 일종의 편가르기가 나타나고 있어요.

: 외환은행이 현대그룹 편을 드는 것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 해도, 공기업인 정책금융공사가 현대차그룹 편을 드는 것은 나중에 구설에 오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이: 사실 처음부터 채권단 내에 이견이 있다는 관측은 있었습니다. 외환은행은 대주주 론스타가 ‘빨리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했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쪽에 조기 매각하는 것을 선호했죠. 반면에 정책금융공사는 공기업이다 보니 소위 ‘승자의 저주’라고 하는 M&A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비중을 뒀던 것이 사실이고요. 일단은 외환은행의 속전속결 입장이 더 먹혀들어갔는데, 나중에 현대그룹 자금에 대한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다 보니 정책금융공사 입장에선 두려워진 것 같아요. 과거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우건설을 금호그룹에 팔 때, 비싸게만 팔려다가 결국 ‘승자의 저주’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았죠. 다만 이런 걱정이 결과적으로 현대차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이 되어버리니까, 그렇다면 정부가 현대차를 지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는 것입니다.

: 진실이 어느 쪽이든, 무지하게 말이 많이 날 수밖에 없는 절묘한 토양이 형성되고 있네요. 제 교수님, 어쨌거나 현대그룹이 대출금에 대해 명확하게 소명을 못했기 때문에 의혹이 커진 측면도 있지 않습니까?

제: 처음에는 채권단에서 자세한 소명자료를 내라고 했을 때, ‘왜 꼭 내야하냐’며 버텼죠. 그런데 지금은 만일 소명을 못하면 양해각서(MOU)체결 자체를 무효화 시킬 수 있다고 하니 안 낼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내고 미적미적했던 데서 ‘뭔가 떳떳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 것이죠. 1조 2천억 원의 대출금이 왜 문제가 되냐면, 그 대출금을 빌린 현대상선의 프랑스 현지법인 자본금이 33억 원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작은 회사가 그 큰 돈을 담보나 이면조건 없이 빌렸겠느냐는 의혹이 있는 것인데, 누군가 위장된 다른 사람 돈이 아닌가, 혹은 엄청난 고금리를 적용한 것 아니냐, 현대건설이나 다른 현대그룹계열사의 자산을 담보로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공사 등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대출조건 때문에 나중에 현대건설이나 다른 현대계열사가 부실화되면 안 되니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서 채권단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는 데, 그럼 애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하기 전에, 심사단계에서 내용을 따져봐야지 왜 지금 와서 까다롭게 구느냐는 것입니다. 채권단이 애초에 일처리를 잘못했다는 것이죠.

그룹 자산 개인 것처럼 좌우...소액주주 권익은 외면

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고요, 일차적으로 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현대그룹이 자료를 낼 법적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사실 맞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 돈의 투명성에 자신이 있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밝히면 되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통상적으로 M&A를 할 때, 상대방이 과연 대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느냐를 따지는 것이 일차적인 것이고, 그 돈이 과연 대출금이냐, 자기 자본이냐, 거기에 옵션이 걸려 있느냐하는 것은 나중 문제라는 것이죠. 워낙 큰 기업이고 일종의 공적자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승자의 저주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돈의 성격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일부 수긍이 가긴 하지만, 갚을 능력보다 돈의 성격을 따지고 들어가는 것이 M&A에 맞는 거냐는 이론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하나의 전례가 될 경우에, 앞으로 정부가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 하이닉스 반도체,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굵직한 M&A때 모두 이런 기준을 적용할 것이냐고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 게다가 지금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전 세계적으로 돈의 둑이 터지는 상황이어서 M&A를 위한 자금조달이 가장 쉽다고 볼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식당 주인이 밥 사먹으러 온 사람보고 빌린 돈이면 안 판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 것이, ‘예전엔 안 그러다 갑자기 왜 그러느냐’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여기에 현대차의 대응도 문제예요.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니까 외환은행에 예치했던 돈을 다 빼지 않나, 한 발 더 나아가 현대중공업이나 KCC 돈까지 뺀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이 쯤 되면 이 분들은 기업을 집안 것으로 생각하는구나,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언론에서마저 ‘현대가의 적통성’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도대체 주식회사를 상대로 이런 얘기들이 왜 나오는 것입니까.

이: 다수의 분산된 주주가 있기 때문에 현대차가 정몽구 회장 개인 것은 절대 아니죠. ‘적통성’ 운운하는 것도 올바른 표현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외환은행에서 예금 빼고, 거기다가 직원들 급여통장을 바꾸게 하는 것 등은 시쳇말로 헛발질입니다. 대단히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조치여서, 현대차가 보인 행태 중 아주 최악이지 않나 싶습니다.

: 산업자본이 잉여금을 많이 축적하다보니까 이젠 힘이 금융권에서 산업자본으로 기울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제 교수님 어떻게 보십니까.

제: 아까 기업을 개인의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씀 하셨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과연 소액주주의 권리는, 계열사들의 권리는 어디로 갔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목표한 기업을 사들이기 위해서 계열사의 자금이나 자산, 혹은 급여통장까지 총동원하는 마인드가 과연 수많은 소액주주와 계열사의 권익을 고려한 것이겠습니까. 현대건설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 이번 공방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져 소액주주들 손해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경영지배구조, 뒤떨어진 자본주의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에 착잡합니다.

이: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와도 누구도 승복하지 못하고 결국은 법정으로 가는 사태가 빚어질 것 같습니다. 거기다 정부가 뒤에서 작용을 하느니 마느니, 수많은 뒷말을 남길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애초에 채권단이 문제를 잘못 푼 게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다음으로 예산안 처리 얘기를 해보죠.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기면 안 될 것 같은데, 2003년 이후 8년째 법정처리시한을 넘겼죠. 왜 그렇습니까.

입법기관이 법정시한 무시, 졸속 심의 우려되는 새해 예산안

이: 법적으로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에 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회계연도 개시가 1월 1일이니까 그 30일 전, 12월 2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죠. 그런데 법을 만드는 국회가 8년 째 법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 그분들 또 그게 전문이시죠.

이: 계속 이렇게 되다보니 ‘시한이란 걸 꼭 지켜야 하나’하고 쉽게 넘기면서 불법이 관행화되고 있습니다. 매해 이맘때면 예산안이 여야 정쟁의 볼모가 되는데, 그러다보면 제야의 종 치기 몇 시간 전에 예산안이 가까스로 통과되는 일도 있습니다. 야당의 경우엔 수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에 여당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으로 예산안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고요. 어쨌든 불법이 자행되는 이 사태를 매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지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 제 교수님,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겨서 얼렁뚱땅 강행처리 되면 어떻습니까. 피해는 누가 봅니까.

제: 지금 8년짼데, 그렇다고 지난 7년 동안 12월말까지 처리를 못해서 새해 예산안 집행에 차질이 생긴 적은 없습니다. 이번에도 이달 말까진 마무리가 되겠죠. 그런데 문제는 지적하신 것처럼, 시한을 넘긴 상태에서 서둘러 예산을 처리하게 되면, 얼렁뚱땅 강행처리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 보면 나라의 일년 살림을 제대로 따져볼 수 없다는 거죠. 저도 예전에 예산관련 취재를 했었는데, 예산당국이 빨리 처리를 해야 되니까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반대급부를 줍니다. 지역구를 갖고 있는 의원들의 경우 지역인심을 얻기 위해서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다리 놔주고, 길 닦아주고 해서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렇게 해서 예산 곳곳에 불요불급한 내용들이 들어갑니다. 쓸데없는 돈을 쓰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지역구 의원들이 관심 두지 않는 복지예산 같은 데서 돈이 뭉텅뭉텅 잘려나갑니다. 종합하면 나라살림에서 낭비적인 부분이 방치되고, 꼭 필요한 예산이 제대로 배정되지 않게 돼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죠. 이번에도 그런 일이 반복될까봐 걱정스럽습니다.

: 예. 사실은 이번 예산안에는 4대강과 국방비 등 그 어느 때보다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지 않습니까. 의원들이 24시간 쓰러질 만큼 열심히 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얼렁뚱땅 끝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 국회의원의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 감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산안 편성 작업이라는 것이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봐야 할 텐데 촉박한 시간에 쫓기면 졸속 심의가 될 수밖에 없죠. 특히 예결 소위라는 것이 열리게 되는데, 이 과정을 보면, 아까 제 교수님 말씀하셨습니다만, 수많은 쪽지들이 오갑니다. 막바지 계수조정 과정에서 결국 힘 있는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은 늘어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빠지죠. 미국에서도 그런지, ‘소시지 만드는 과정과 예산안 만드는 과정은 결코 공개돼선 안 된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과거에 온갖 불결한 재료로 소시지를 만들던 과정과 예산안 편성 과정이 비슷하다는 풍자죠. 어쨌든 국회의원들이 상기해야 할 것은 가장 중요한 책무가 국민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 의원님들이 세금을 단순한 숫자로 보지 말고 ‘이게 바로 국민의 피다’ 하는 생각을 가져야 할 텐데요.

이: 예산 심사 제대로 안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얘기하는 것은 난센스 아닙니까.

내년 성장 전망 괜찮지만 유럽 북한 등 변수 많아  

: 그렇죠. 자, 마지막으로 최근 10월 산업 활동 동향지수와 11월 소비자 물가지수를 보고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두 분 경기전망 어떻게 하십니까.

제: 국내외의 경제전망을 종합하면 올해는 전년대비 6%, 내년에는 4%대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 경제가 조금 회복된 가운데 내년에 4%대의 성장을 보인다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지금 유럽이나 미국 같은 우리의 큰 수출시장들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특히 유럽의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 재정위기가 번져가는 것을 보면 수출에 많이 의존하고, 금융 시장도 과도하게 개방되어 있는 우리 경제가 내년 이후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북한 변수, 즉 지정학적 리스크가 올해 말에 잠잠해질 것이냐, 아니면 내년까지 계속 불안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냐에 따라 우리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내년을 맞이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부는 내년도 성장 목표를 5%대로 잡고 있고, 민간 연구소들도 4%대는 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유럽 재정위기나 중국의 경기 둔화가 변수가 될 것 같고 특히 북한 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될 지가 예측불가능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저는 성장률 자체보다 걱정스러운게 과잉유동성(과도한 자금이 풀린 것)이라고 봅니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아서 결국 이 과잉유동성을 그대로 깔고 가야한다는 얘긴데, 역사적으로 과잉유동성이 조용히 넘어간 법은 없었습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반드시 버블화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 유동성이란 고양이 같죠. 얌전할 땐 가만히 있는데, 한 번 뛰면 머리 위까지 오르지 않습니까. 자, 이렇게 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전, 법정처리시한 넘긴 예산안 문제, 그리고 경기전망 짚어봤습니다. 지금까지 말씀 들려주신 분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한국일보 경제부 이성철 부장 두 분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됩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상 생략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12월 4일자 다시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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