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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시대, 우는 자의 눈물도 보라
[단비발언대] 유선희 기자
2014년 12월 12일 (금) 22:46:32 유선희 기자 tjsgml881101@naver.com
   
▲ 유선희 기자

3년 전 대·중소기업의 양극화가 한창 논란이 됐을 때, 정운찬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대기업이 연초 목표보다 많은 이익을 냈을 경우, 협력 중소기업과 초과분을 나눠 갖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었다. 대기업이 독식하던 성과를 나누게 되면 협력 중소기업은 신바람이 나서 생산혁신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니, 그야말로 ‘상생(相生)’이 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것을 계기로 농민단체들은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수출대기업들이 FTA로 더 많은 이득을 보게 됐으니, 그 이익의 일부를 떼어 농업의 피해를 보전하고 경쟁력을 높이는데 쓰자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정책과 제도 환경에서 많은 혜택을 보는 집단이 피해를 입는 집단에 보상하는 통로를 만들어 ‘이익균형’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초과이익공유제와 무역이득공유제는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한·베트남 FTA까지 포함, 우리나라는 모두 52개국과 FTA를 시행 중이거나 협상을 타결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제영토’가 칠레, 페루에 이어 세계 3위로 커졌다고 자랑한다. 우리나라와 FTA 협상이 타결된 나라들의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세계 GDP의 73.2%를 차지한다고 한다. FTA로 관세가 낮아지거나 없어지면 우리 기업들이 좁은 국내시장을 넘어 더 넓은 해외시장에 더 좋은 조건으로 물건을 팔 수 있으니 그만큼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늘고 일자리도 더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자유무역주의자들은 FTA가 늘면 늘수록 좋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지 않는 게 있다. 그런 ‘장밋빛 시나리오’는 FTA 상대국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산업의 얘기고, 농축산업이나 제약, 유통 등 취약한 업종에서는 우리가 시장개방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국내 농업은 이미 시행 중인 한·미, 한·유럽연합 FTA 등을 통해 혼이 나갈 정도로 얻어맞고 있는데, 장차 한·중 FTA가 본격화하면 쓰러질 일만 남았다는 탄식과 푸념이 나오고 있다. 

   
▲ 지난 11월 10일 한·중 FTA 타결이 공식 발표됐다. ⓒ KBS 뉴스 화면 갈무리

정부는 한·중 FTA에서 쌀, 고추, 마늘, 소고기, 돼지고기 등 ‘초민감 품목’을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으니 성공적인 협상이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농업전문가들은 가공식품 형태로 들어오는 농축산물의 공세를 포함, 중국산 먹거리의 국내시장 잠식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수적 전망치로만 봐도 한·중 FTA 체결로 우리 농수산업 생산이 오는 2020년에 지난 2005년 대비 최대 2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3조3600억원으로, 2011년 정부가 추계한 한·미 FTA 농업피해액(8150억원)의 4배가 넘는다. 칠레산 과일, 미국산 축산물과 유럽산 낙농제품 등에 피폐해진 국내 농업이 이제 중국산 농축산물의 공세에 초토화되는 일만 남았다고 농민단체들이 우는 소리 하는 것을 엄살로 보기 어렵다.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상생에 대해 “나무가 불을 살리고(木生火), 불이 흙을 살리고(火生土), 흙이 쇠를 살리고(土生金), 쇠가 물을 살리며(金生水) 다시 물이 나무를 살리는(水生木) 삶의 순환”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누군가를 도우면 그가 또 누군가를 돕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모두 살게 되는 것이 상생의 원리라는 것이다. FTA로 이익을 보는 자동차, 조선, 전자 등의 대기업이 피해를 입는 농업을 돕는 게  당장은 손해나는 일 같지만, 농업이 경쟁력을 키워 새로운 성장산업이 된다면 사회전체가 풍요로워지고 내수시장이 커져 대기업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반대로 FTA로 전의를 상실한 농민들이 농업을 포기해버린다면 안 그래도 낮은 식량자급률이 더 떨어지고 우리의 식량안보도 흔들리게 될 것이다. 기상이변이나 지정학적 분쟁 등으로 국제곡물가가 폭등하면 국내 물가도 불안해지고, 심한 경우 돈을 갖고도 먹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식량주권’을 국제시장에 맡긴 나라들이 경제난과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는 현상은 2010년과 2011년 북아프리카, 중동을 강타한 ‘아랍의 봄’에서 이미 확인되기도 했다. 

정부는 ‘수출대기업의 FTA혜택을 계산하기 어렵고 농업 등 특정산업만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 등으로 무역이득공유제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데는 이해집단의 반발과 기술적인 어려움 등 장애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FTA로 혜택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 사이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상생의 묘’를 찾아내려는 정부의 의지다. 정부가 하려고만 한다면 무역이득공유제의 취지를 살리되 기술적으로 적용 가능한 타협책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영토가 넓어졌다’며 공허한 자랑에 몰두하는 대신, 농민 등 피해 집단의 눈물을 닦아줄 길을 찾는 것이 지금 정부가 서둘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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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희 기자]
단비뉴스 전 취재부장, 환경팀
진실에 더 가까이 간다면, 그 어느 후미진 곳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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