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부조리.불공정거래 말 대신 행동으로 잡아야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이성철의 생생토크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진행자): 한 주간 주목해봐야 할 뉴스들을 통해 한국 경제를 진단해보는 생생토크 시간입니다. 이번 주엔  태풍이 한반도를 가로질러 통과하면서 폭우와 강풍으로 인명손실, 교통마비,  시설물 파손 등의 피해가 많았고,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국일보 경제부 이성철 부장,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두 분 나오셨습니다. 두 분은 태풍 피해 없으셨는지요.

이성철(한국일보 경제부장): 저는 출근길에 구조물이 쓰러지고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40분이면 갈 거리를 두 시간 반 만에 갔습니다. 지난 1월에 대설 때문에 교통마비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가 연상되더군요.

박경철: 우리나라는 꼭 추석을 앞두고 태풍이 오는데 과수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죠. 우리 청취자 게시판에도 피해를 입은 과수 농가에서 안타까운 사연들을 올리셨던데, 이렇게 되면 올해 추석 과일값에도 영향이 많겠죠?

제정임(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교수): 네. 제가 사는 동네에 오래된 재래시장이 있는데, 거기 과일 야채 생선 같은 것이 싱싱해서 자주 장보러 갑니다만, 지난 해 이맘 때 한 통에 만원 했던 수박이 지금은 이삼만  원 합니다.

박경철: 제가 수박광인데, 수박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웃음)

제정임: 태풍 전에도 이미 무, 마늘, 배추, 포도 등 야채와 과일들이 전반적으로 올랐는데,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니까 신선식품지수가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20%나 상승했더군요. 무값은 1년 전에 비해서 126%, 마늘 85%, 배추 35% 이렇게 나오는데, 이번 태풍에 배를 포함해서 과수 피해가 많아 과일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입니다. 특히나 소득이 적은 집일수록 먹는 게 차지하는 엥겔 지수가 높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런 생활물가 상승은 서민 가정에 굉장히 큰 고통이 될 것이기 때문에 특히나 안타깝습니다.

박경철: 네, 이렇게 생활필수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저소득층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네요. 태풍으로 놀라고 물가에 놀라고, 이래저래 걱정입니다. 이 부장님 이번 주에 주목하신 뉴스는 어떤 것입니까.

이성철: 단연 8.29 부동산 대책입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이 지난 일요일에 발표가 됐죠. 두 번째는 쌀값안정대책인데요, 정부가 남아도는 쌀을 50만 톤가량 사들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세 번째는 조금 전 우리가 얘기했던 추석물가비상입니다.

박경철: 제 교수님은 어떤 것을 꼽으셨습니까?

제정임: 네, 저도 8.29 부동산 대책이 첫 번째고요, 다음으로 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의 자산관리회사(AMC) 경영권을 포기해서 앞으로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주도로 용산 개발이 본격화하게 됐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오는 2020년까지 전국이 100분 생활권이 되도록 고속 철도망을 확충한다는 소식, 이 뉴스도 눈에 띄었습니다.

박경철: 예, 저도 8.29부동산 대책하고요, 미국의 추가경기부양,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 선언을 선정했습니다. 먼저 물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군요. 정부가 부랴부랴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정부가 나서서 물가 안정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군요.

정부 물가 안정 대책, 지속성 일관성 있어야  

이: 사실 정부가 발표한 것도 별 내용이 없습니다. 늘 이맘 때 나오던 얘기들인데요, 제수용품 공급을 평상시보다 네 배 늘린다, 식품 서비스 등 생활과 밀접한 21개 품목을 앞으로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 중소기업을 위해서 14조원 정도의 추석자금을 공급하겠다, 서민 대상의 근로장려금과 자영업자들의 세금환급금을 추석 전에 주도록 하겠다....... 늘 나오던 재탕 삼탕의 내용이 많았습니다.

박: 뭐, 사실 재탕 삼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만, 조금 황당했던 것은 ‘추석을 맞이해서 엄청난 자금을 풀겠다’와 동시에 ‘물가를 잡겠다’고 발표하는 것입니다. 내일부터 배가 터지도록 많이 먹겠다, 그러나 살을 빼겠다, 이런 이야기로 들리는데, 제 교수님, 이렇게 해서 물가 잡겠습니까?

제: 정부가 발표한 것 중에 농산물 의무수입물량을 조기 도입해서 물량 공급을 늘려준다던지, 국내외 가격차가 큰 품목은 관세를 낮춰준다든지, 밀가루 같은 가공식품의 가격 담합 같은 불공정행위를 감시하는 것 등은 제대로만 하면 부분적인 성과는 있을 것 같습니다.

박: 그렇죠. 제대로만 하면.

제: 그런데 이것을 제대로 하더라도 당장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어서, 추석이 있는 9월 물가는 상당히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까 잠깐 얘기를 하셨는데 지금처럼 시장의 힘이 커진 시대에 정부가 나선다고 해서 물가가 즉각적으로 잡히기는 어렵죠. 그런데 정부의 역할이 있기는 있어요. 예를 들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농수산물 수급을 조절한다든지, 상인들의 매점매석과 기업들의 가격 담합, 독과점에 대해 철저한 감독과 규제를 해주는 것이죠. 또 수입 규제나 인허가 같은 경쟁제한 요소가 있다면 이걸 풀어줘야 하고요, 어디서 얼마나 싸게 팔고 어디는 이상하게 비싸다 하는 것에 대해 신속 정확하게 가격 정보를 제공 한다면 이것도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지금까지 정부가 기업을 키운다며 생산자 중심의 정책을 많이 썼는데, 앞으로 소비자의 이익, 편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확실하게 하면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도 이런 장기적인 대책의 방향은 맞게 잡은 것 같아요. 그런데 재탕 삼탕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이런 얘기를 전에도 했었는데 그 때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고, 이번에도 들여다보니까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이러다 또 흐지부지되지 않느냐는 걱정을 하게 되는데,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가격 구조를 바로잡는 노력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이 부장님, 물가를 잡는 게 쉽지 않은데, 시장과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물가 안정 대책은 어떤 것일까요? 

이: 글쎄요, 사실 과연 물가 대책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수요 공급에 따라서 가격이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물가 대책 하면 무조건 잡아놓는 것, 물가를 낮추는 것만을 생각해왔죠. 사실 과도한 가격 억제 정책은 부작용이 있습니다. 공공요금은 정부가 통제할 수 있으니까 무조건 묶어놓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해당 공기업의 적자로 나타나고, 결국 세금으로 메워주거나 큰 폭으로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가격으로 부담을 할 것이냐 아니면 세금으로 부담할 것이냐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죠. 그러니 단기적으로 현실화 할 것은 해야 되겠습니다. 물론. 공기업의 경영 합리화 등이 병행되어야죠. 가장 근본적으로는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산물처럼 일시적으로 수급에 불균형이 올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조절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공산품이나 서비스 요금 같은 것은 담합을 못 하게 하고 수입을 개방해서, 경쟁을 통해 가격을 떨어뜨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농산물 같은 경우는 유통구조 문제가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한 번 취재를 해 본 일이 있는데 산지의 배추값하고  서울에서 소비자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사는 가격이 다섯 배 열 배 이상 차이가 나더군요.

제: 너무 차이나죠.

이: 결국 생산자도 돈을 못 벌고, 소비자들은 괴로운데, 복잡한 유통단계에서 유통업자들만 배불리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직거래 매장도 많이 등장했고 유통구조가 간소화된 측면이 있지만, 아직도 중간 유통업자들의 마진 때문에 생산자도 괴롭고 소비자도 괴로운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유통구조의 혁신 그리고 경쟁의 촉진, 결국은 그런 쪽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박: 결과적으로 사회주의 개혁정책보다 자유 시장 경제가 이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바로 공정한 시장 경쟁의 논리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여기서 공정이란 말이 빠져버리면 오히려 사회주의 개혁경제보다 더 나쁠 수 있는 것이지요.

이: 더 파괴적일 수 있죠.

제: 정부가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잘 해줘야죠.

2020년 전국 100분 생활권, 인프라 고루 안 되면  불균형 심화될 수도  

박: 앞으로 공정거래에 대한 감시,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도 정말 한 단계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번엔 제 교수님께서 꼽아주신 뉴스인데요, 앞으로 10년 후, 2020년이면 전국이 100분 생활권 시대가 된다고요. 우리 어릴 때의 슬로건은 ‘전국 일일 생활권’이었는데, 이젠 ‘100분 생활권’이군요. 지금 서울 강남에서 강북 가는데 100분 걸리는 게 보통인데, 이게 전국이다, 가능한 얘깁니까?

제: 지금 새마을이나 무궁화 열차가 시속 150km정도로 달린다고 합니다. 이런 철도의 전 구간을 10년 내에 230km, 250km로 고속화하겠다는 계획이죠. 그리고 전국의 철도를 X자형과 동시에 ㅁ자 형으로 연결해서 전국 대부분의 지역을 1시간 30분, 혹은 1시간 40분 내외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입니다. 서울하고 부산이 1시간 40분, 서울 광주가 1시간 10분, 부산 광주가 1시간 40분에 주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이런 장거리뿐만 아니라 거점 도시권 안에서는 30분이면 어느 곳이나 도달할 수 있는 광역급행철도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나왔는데요, 이렇게 되면 일산에서 서울역이 지금 42분 정도지만 앞으로 16분에 주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계획은 국가교통체계를 지금의 도로 중심에서 앞으로는 철도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입니다. 철도가 친환경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세계적으로 ‘철도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있는데, 교통 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에서 도로가 78%를 차지하는데 철도는 0.7%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박: 음, 사실 뭐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고 방향성도 아주 좋아 보이는데 문제는 기회비용 아니겠습니까. 이 계획에 그런 문제는 없겠습니까?

이: 이렇게 고속화 되는 것이 한편으론 편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완행열차의 추억과 함께 새마을 무궁화도 다 사라지게 될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건 뭐 개인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시외버스, 고속버스, 작은 공항들과의 수송 분담 체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 같은 경우에도 보면 암트랙이라는 열차와 장거리를 다니는 고속버스 그레이하운드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노선으로 차별화 되는 부분도 있고 가격에서 차별화가 되는 부분도 있는데, 정부가 고속 열차를 많이 까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왕에 있던 수송체계들과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고, 가격이라든가, 노선 등을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전국 고속열차망을 구축한다는 게 결국 서울과 지방간의 물리적인 거리를 단축함으로써, 균형발전을 추구하자는 것인데, 오히려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박원장님은 지방에서 개원을 하고 계셔서 잘 아실 텐데, KTX가 등장한 뒤 지방의 종합병원들이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들도 있더라고요. 빨리 갈  수 있으니 서울에서 의료 서비스 받으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지요. 단지 서울과 지방의 거리만 단축된다고 해서 균형발전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부분들, 즉 의료, 교육 등 여러 가지 인프라에서 지방과 서울이 같이 발전해가야지만 공생의 길이 되는 것이지 다른 부분들에 대한 불균형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거리만 단축시킬 경우에는 오히려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굉장히 중요한 지적입니다. 전국이 100분 생활권으로 들어가면서 지역 균형 발전이 촉진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에도 산업별 반응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관광업계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편하게 빨리 올 수 있게 될거야’ 하면서 좋아하는데 지방의 유통업계는 ‘서울에 있는 큰 백화점으로 손님들이 다 갈텐데’하고 걱정을 합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지방 의료기관은 ‘서울의 큰 병원으로 환자들을 다 뺏기지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를 좁혀주는 것, 빠르게 연결시켜 주는 것뿐 아니라 각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인프라가 함께 구비가 되어야 실제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교통수단 간의 연계나 분업, 이 부분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텅텅 비어있는 지방 공항, 완전히 문 닫아야 할 텐데’ ‘그 많은 고속버스들은 어떡하지’ 이런 걱정도 들지 않습니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 고속철도가 값이 결코 그렇게 싸지가 않을 거고요, 도어투도어(Door to Door)가 아니라서 역까지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거리 운송은 고속철도가, 근거리 교통망은 기존 버스들이 한다든지 여러 교통수단들이 공존할 수 있는 구상들이 더 세밀하게 나와 줘야 할 것입니다. 

8.29 부동산 대책 '빚 얻어 집 사기' 부작용 우려

박: 자, 이제 부동산 대책 이야기로 넘어가 보죠. 좀 삐딱하게 보면 ‘돈 빌려 줄 테니까 집 사라’ 이런 얘기고, 좋게 말하면 ‘집 못 파는 사람 숨통은 틔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 양면이 있는데. 이부장님 어떻게 보십니까.

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냉정하게 다 평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초 DTI를 약간 완화하는 내용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었는데, 막상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보니까 다 털어버렸습니다. 시쳇말로 찔끔찔끔 해가지곤 전혀 효과가 없기 때문에 그런 점에선 통 크게 해주는 것이 맞다고 보고요, 무주택자와 1주택자로 제한을 했기 때문에 투기적인 가수요는 어느 정도 차단이 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찜찜한 것은 이것이 빚을 늘리는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지금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올려가고 있습니다. 금리를 올려간다는 것은 빚을 줄이라는 메시지인데 한 쪽에서는 빚을 줄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한 쪽에서는 빚을 늘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상충된 신호가 시장에 나오고 있는 거죠. 또 하나는 이것이 집값을 올리는 신호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집값이 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과거 오른 것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고,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에 비하면 여전히 집값이 비싼 나랍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우리가 전제를 깔고 들어가야지, 지금 좀 떨어졌다고 회복시키려는 정책이 되면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계속 쳇바퀴만 돌고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박: 제 교수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제: 여론 조사를 해 보면 집을 가진 분들과 가지지 않은 분들 사이에 이 문제에 대한 반응이 아주 다릅니다. 집을 가진 분들은요,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지금 집값 떨어져서 속상하고, 집을 팔려고 내놨더니 통 안 팔린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든 부동산 경기를 살렸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이 상당히 있는 거죠. 그런데 DTI를 일시적으로 해제했다고 해서 전체적인 거래가 크게 살아날 것이냐, 일단 그 부분에서 저는 회의적입니다. 국내외의 여러 가지 경제 지표들, 앞으로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향후 집값이 크게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오히려 하락 전망이 우세한데 이런 상황에서 돈을 빌려준다고 해서 살 사람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 않습니다. 또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돈을 빌릴 수 있다고 해도 집값이 여전히 너무 비쌉니다. 오히려 이번 조치로 소득 수준에 비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일부 가계가 있다면 장차 금리가 오르고 집값은 더 떨어지는 상황에서 가계 파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 걱정을 해야 하는 게 가계 부채 문제인데요. 카드 신용 구매를 빼고 현재 가계 대출 잔액 규모가 700조원을 넘어 섰는데,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이 더 늘어난다면, 특히 신용이나 재산 상태가 좋지 않은 쪽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다면 장차 금융 불안 요소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서 정부가 건설업자나 부동산 자산가들에게 발목이 잡혀서 자칫 경제를 망칠 수도 있는 정책을 내놨다, 이렇게 강도 높게 비판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습니다.

미국의 추가경기부양선언, 문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

박: 사실 대표적으로 삼성 물산이 용산개발사업에서 발을 빼는 모습, 일부 유통 기업들이 부동산을 매각하고 나서는 모습들이 보여주는 중대한 신호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은 미국의 추가경기부양책 선언 얘긴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7년 5개월간의 이라크전 종료를 선언하면서 이제는 경제를 챙기겠다고 말했죠? 직장을 잃은 수백만 명의 국민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겠다고 말했는데, 이 부장님, 어떻습니까? 미국이 추가경기부양할 만큼 집안 금고 사정이 괜찮습니까?

이: 경기부양에 쓸 수 있는 수단이 사실 별로 없습니다. 제로 금리이기 때문에 금리는 더 못 낮추고요, 결국은 국채를 더 사준다거나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고, 결국은 미시정책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백악관 대변인 로버트 깁스가 언급한 추가부양조치들을 봐도 중산층에 대한 세금감면을 연장한다든가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거나 해서 주로 조세정책 재정정책 쪽에서 미시적으로 대응하는 방법들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더블딥까지 갈 것 같진 않고, 시쳇말로 얘기하면 ‘이 모양 이 꼴로 상당기간 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박: 제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이 부장 말씀하신 것처럼 ‘이 모양 이 꼴로 오래 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대표적인 학자입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미국 경제가 당장 위기에서 벗어날 묘책은 없다는 것이죠.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가 땅 밑으로 구멍을 너무 깊게 팠기 때문에 거기서 빠져나오려면 그만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까 앞으로 상당 기간을 어렵게 가야할 것이다 하는 얘깁니다.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고요.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11월에 중간 선거가 있고, 지지율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뭔가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인데, 오바마 주변에 있는 브레인들도 감세나 소비 촉진 대신 보다 근본적인 투자에 집중하자고 얘기하고 있답니다. 제프리 삭스 교수가 대표적인데 예를 들면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에 더욱 집중해보자, 철도망, 도로, 교각이 낡고 엉성한 것 많은데 이런 걸 재건하고 학교 시설이나 교육에 투자를 하면서 길게 보고 미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쪽으로 투자를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박: 미국의 숙제, 우리와 연결 지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까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한국일보 이성철 경제부장 함께 했습니다. 한 주간의 주요 이슈를 통해 한국 경제를 짚어보는 생생토크는 다음 주에도 계속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리 / 안세희 기자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상 생략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9월 4일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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