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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부’ 앞서 사학재단 편법경영 막자
[대학구조조정 점검] <하> 교육의 질 높일 대안 필요
2012년 12월 15일 (토) 10:36:36 임종헌 허정윤 기자 mydreampaper@gmail.com

지방대학과 기초학문분야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현행 대학구조조정방식을 대학교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공정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재의 부실대학 선정기준이 충분한 연구 끝에 도출된 것이며, 구조조정 작업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교과부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이어 부실대학 선정 과정 중 세 번째인 경영부실대학 지정결과를 12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교과부, 사학진흥재단, 회계법인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실사팀은 2013학년도 학자금대출제한대학 8개교를 대상으로 점검을 마치고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 일정기간의 경영개선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퇴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학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이나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선정이 곧 부실대학을 의미하진 않지만, 대학구성원들이나 외부에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된 국민대학교 교직원과 학생들. ⓒ MBN 화면 갈무리

교과부, “선정기준 수도권 대학에 오히려 불리”

교과부는 대학 구조조정 기준에 대해 지방대학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교과부 사립대학제도학과는 지난 8월부터 11월 말까지 전국 대학을 돌며 2013학년도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등에 관한 평가와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해당대학 관계자들과 교과부 공무원들이 마주 앉아 구조조정지표 개선 방향 등을 논의했다는 설명이다. 사립대학제도학과 신나라 주무관은 “대부분 학교들이 취업률과 대학생 충원율을 중시하는 지표에 이의를 제기하면서도 이를 대체할 다른 평가지표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부실대학 선정기준이 ‘서울 등 수도권대학에 유리한 줄 세우기’라는 지적에 대해 교과부는 오히려 수도권 대학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정원 대비 학생 충원율을 계산하는 지표의 경우 지명도가 높은 대학들은 지원자가 아무리 많아도 정원을 겨우 채운 학교와 마찬가지로 30점 만점에 그치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셈이라는 것이다. 신 주무관은 “지방대학들이 지역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충원율을 높이기 어렵다면 모집정원을 줄이면 되는데 그러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 지방에서 부실대학 기준에 걸린 대학이 많을 경우 지역상한제를 적용해 일부 학교를 구제해주는 예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예외를 적용하지 않는)수도권 대학이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이와 함께 평가기준에 5%가 반영되는 ‘법인지표’가 경영부실 대학을 가르는 실질적인 ‘커트라인(합격선)’ 구실을 한다고 설명했다. 법인지표는 법인부담금 부담률과 법인전입금 비율 등 2개 지표로 구성된다. 법인부담금 부담률은 교직원의 연금, 건강보험, 재해보상보험 중 사학재단이 부담해야 할 부분을 얼마나 충실히 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법인전입금 비율은 학교예산에서 재단투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재단이 전반적인 학교운영에 얼마나 재정적 책임을 지는지 보여준다. 법인부담금을 학교에 떠넘기거나 기부금을 법인전입금으로 전용한 사립재단은 이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

   
▲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지표.‘△’는 감소를 뜻한다. 교과부는 취업률과 재학생충원율보다 법인지표가 더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한다. Ⓒ 교육과학기술부

신 주무관은 김영삼 정부이후 최소 요건만 충족되면 대학 설립을 허가했던 정부의 ‘원죄’를 지적하는 비판에 대해 “당시엔 꾸준한 인구증가 추세 속에 대학 정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불가피했다”며 출산율이 크게 낮아진 현 상황에선 부실대학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조조정 필요성은 공감, ‘일방적 퇴출’ 대신 ‘지원과 감독’ 필요

전문가들도 대학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수도권 중심 경제사회구조에서 지방대학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재학생충원율과 취업률 중심의 구조조정기준은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신 사학재단들의 경영투명성을 평가하고 재단의 책임을 요구하는 법인지표의 비중을 현재보다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일부 부실대학을 퇴출시키는 데 치중하기보다 전반적인 대학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감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배적이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임재홍 교수는 “대학구조조정은 국가가 책임의식을 갖고 고등교육 수준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의 정책은 학생 수가 줄어드니 기관도 줄이겠다는 단순 발상뿐”이라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대학을 줄이기보다 좋은 교원과 교육과정(커리큘럼)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서 교육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국립대학 규모를 늘리거나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식으로 재정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족벌체제로 운영되다시피 하는 사립법인을 민주적이고 공익적인 운영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병행해야 진정한 대학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취업률을 평가기준으로 삼으면 대학들이 (취업)경쟁에 치중해 정작 (본질적인) 교육은 등한시 할 수 있다”며 “충원율과 취업률을 평가항목에 (비중 있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은희 연구원은 부실대학 평가기준에서 법인지표 비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사학재단의 편법경영으로 학생들이 많은 피해를 본만큼, 법인지표의 비중을 높게 평가함으로써 경영투명화를 유도하고 사학법인의 재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또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다 장기적인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대학수를 일단 줄여야 한다는 단순한 발상 대신 학령인구의 증감추세 등 교육수요를 보다 면밀히 분석하면서 각 대학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지원하는 정책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구조조정과정에서 퇴출되는 대학의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학생들을 인근 대학으로 편입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편입시켰으니 할 일을 다했다’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재홍 교수는 “편입생들은 (퇴출대학 출신이라는) 낙인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고 장학금 등 학사행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당국이 지속적으로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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