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제천에 개점한 전자랜드, 얄팍한 상술로 고객 유혹

’최대 90% 세일.’ 찬바람에 나부끼는 선홍색 대형 현수막이 몇 주째 ‘전자랜드 제천점 오픈 기념 세일’을 알리고 있다. 화려하게 내걸린 만국기와 ‘90%’라는 파격적 할인 혜택은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첫 세일행사가 시작되는 27일 낮 12시가 가까워오자 제천시민 여럿이 제천시 의림대로에 있는 전자랜드 앞에 모였다.

 

▲ '90% 할인' 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는 전자랜드 제천점. ⓒ 임온유

“아직 12시 안됐어요?”

매장 밖에 설치된 특별 세일 코너에서 기다리던 이아무개(53ㆍ여)씨가 판매 직원을 재촉했다. 세일 기간은 27일 낮 12시부터 8시까지. 이씨는 ‘90% 할인’ 상품인 3인용 전기밥솥을 구매하려던 참이었다. 12시 정각이 되자 7만5천원짜리 소형 전기밥솥은 7천5백원에 이씨 품에 안겼다.

 

▲ 90% 할인 상품인 단 한 대의 3인용 전기밥솥을 사기 위해 주부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 임온유

‘90% 초특가판매’ 광고 … 실제로는 USB메모리뿐

‘최대 90% 세일’이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이곳을 찾은 소비자들은 얄팍한 상술에 혀를 내두르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특별 세일을 알리는 홍보도우미의 멘트는 변할 줄 몰랐다.

“전자랜드 제천점 오픈 맞이 최대 90% 세일을 진행합니다. 오셔서 구경하시고 사은품도 받아가세요~.”

제천시 일대에 배포되는 신문 속에는 29일부터 12월2일까지도 ‘딱 한번뿐인 최대 90% 오픈 세일’을 한다는 광고전단지가 들어있었다. ‘최대 90% 초특가 판매’라고 소개된 전단지에서 90% 세일 상품을 찾기는 어려웠다. 애써 찾아보니 딱 한 가지, USB메모리 1만5천원짜리를 1천5백원에 하루 세 개씩 판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고객을 현혹하는 광고가 속출하는 것은 인구 13만7천여 명에 불과한 소도시 제천에 비슷한 판매점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천시 중앙로인 의림대로의 현대병원 네거리 근처에만도 국내 가전 시장 40%를 점유하고 있는 하이마트를 비롯해, 전자랜드, LG베스트샵, 삼성디지털프라자가 500m 반경 내에 모여 치열한 상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제천시 의림대로에는 전자랜드, 하이마트, LG베스트샵, 삼성디지털프라자가 반경 500m 이내 밀집해 있다. ⓒ 임온유

그 중 전자랜드는 27일 신규 지점을 열었다. 전자랜드는 개점 며칠 전부터 홍보 전단지를 배포하며 고객유치에 나섰다. 세일 대상 품목은 이월상품과 전시상품이다. 하지만 전단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광고문구가 교묘하게 부풀려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전단지 뒷면에 적혀있는 할인품목 중 실제로 90% 할인을 하는 상품은 3인용 전기밥솥 단 하나다. 다른 상품은 할인비율이 15~40%밖에 안 되고 그것도 한두 대를 팔 뿐이다.

 

▲ 최대 90% 할인을 광고하는 전자랜드 제천점 광고전단. 소비자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작은 글씨로 '최대'임을 알리고 있다. ⓒ 임온유

텔레비전을 구입하기 위해 전자랜드를 찾았다는 이수국(45ㆍ남)씨는 “90% 세일을 한다고 해서 당연히 TV도 포함되는 줄 알았는데 괜히 이곳에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이든 사람들은 전단지를 꼼꼼히 읽어보지 않고 매장을 찾기 때문에 헛걸음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자랜드 직원 “마케팅기법으로 봐야지 과장광고 아니다”

전자랜드 한 직원은 “3인용 밥솥 단 한 대라도 90% 세일을 하기 때문에 마케팅 기법이라고 봐야지 과장광고라고 하면 안 된다”며 “수량도 정확히 1대로 광고했으니 전혀 문제가 없고, 우리만 이렇게 광고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데서도 다 그런 식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밥솥을 구매하기 위해 전자랜드에 들른 서아무개(36ㆍ여)씨는 LG베스트샵과 하이마트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90% 할인이라고 해서 하이마트나 디지털프라자보다 좀 싸게 살 수 있을까 했는데 가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이마트 한 직원은 “한 곳에서 할인을 하면 근처에 있는 나머지 매장도 모두 할인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 오프라인 매장은 그 순간 망할 수밖에 없어 무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 없게 법률 손질 서둘러야

전자랜드가 하고 있는 광고의 경우 제재를 가하려면 관련 법률을 적용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당국자는 “표시 광고가 위법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 표시나 광고의 내용이 진실한가, 둘째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가, 셋째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가, 이 세가지다. 그는 전자랜드 제천점 오픈 기념 세일 광고에 대해 “90% 할인 상품이 단 하나라도 있으니 완전한 과장이라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업체의 행태에 대해 혀를 찼다.

홍익대 광고홍보학과 박범순 교수는 “현행법 규정이 세세하지 못해 소비자가 느끼기에 속았다는 광고가 만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과일가게에서 ‘수박 한 통에 5000원’이라는 광고를 하더라도 주인이 ‘다 팔려 지금은 2만원짜리밖에 없다’고 하면 거짓말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자율영양 표시제'처럼 광고 관련 법률을 꼼꼼히 개정하는 것도 대안일 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법률이 현실적 측면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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