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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위기의 시대, 쌀도 안심 못한다
정부정책 감산에서 증산으로...농촌 살리기 ‘큰 그림’ 필요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2년 10월 18일 (목) 09:36:39 임종헌 기자 mydreampaper@gmail.com

   
김광진(KBS2라디오 ‘경제포커스’ 진행자):
한때 쌀이 남아돈다며 쌀 생산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했던 우리 정부가 최근 증산정책, 즉 쌀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배경에서 이런 변화가 나온 것인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우리 정부는 그동안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면서도 쌀 시장은 최대한 보호하고 쌀 생산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래서 쌀은 대개 100% 내외의 자급률을 유지했고, 어떤 해에는 생산량이 너무 많아 가격 폭락을 걱정하기도 했죠. 그래서 서서히 생산을 줄이는 감산 정책이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0년 기상재해로 작황이 좋지 않아 지난해의 쌀 자급률이 83%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와 올해도 태풍 피해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고 재배면적도 줄어 쌀 생산량이 연간 수요량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32년 만에 생산량이 최저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고요. 물론 정부가 수매해 둔 재고미와 수입쌀로 일단 수요를 충족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이대로 가면 구조적으로 쌀 자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수산식품부가 ‘쌀이 과잉공급되고 쌀 소비는 줄어든다’며 감산 정책을 추진하던 기조에서 앞으로는 증산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게 된 것입니다.  

김: 쌀 증산을 유도하는 정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되나요.

   

제:정부는 쌀농사를 줄이고 다른 작물 재배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이란 걸 추진해 왔는데, 이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은 쌀의 과잉공급을 막기 위해서 매년 4만 헥타아르(ha)의 논에 콩이나 조 등 벼 이외의 작목을 재배하도록 하고, 쌀농사와의 소득차이를 보전하기 위해 ha당 3백만 원을 지원해 주는 정책입니다. 이 정책으로 상당수 농가가 쌀 대신 콩, 조 등의 잡곡 농사로 실제 전환했고요. 정부는 앞으로 쌀 증산을 위해 이 제도를 대폭 줄이거나 없애는 대신 쌀농사를 짓는 농가에 소득보전을 위해 지원하는 고정직불금을 ha당 70만 원에서 90만  원 정도로 인상하는 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쌀 제외한 주요 곡물은 수입에 의존…식량위기 우려 증대

김: 사실 쌀은 그마나 거의 자급이 돼 왔지만, 밀 옥수수 콩 등 다른 주요 곡물은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 아닙니까? 지난해에는 식량자급률이 더욱 낮아졌다면서요?

제: 우리나라는 쌀만 거의 자급이 되고, 나머지 곡물은 거의 수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식산업과 가공식품원료, 사료 등으로 광범위하게 소비되는 밀, 콩, 옥수수 등은 거의 다 외국에서 사다 먹고 있죠.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0~50% 정도,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지난 2010년 기준 2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어요. 더구나 곡물자급률이 지난해에는 22% 수준으로 더 떨어졌다고 합니다. 주식인 쌀의 자급률이 높기 때문에 당장 국민들이 먹는 문제에 위기를 느끼진 않지만 곡물자급률이 낮다보니 국제시장에서 밀, 옥수수, 콩 등의 가격이 오르면 사료를 수입해 쓰는 축산농가나 수입곡물에 의존하는 식품업계의 재료비가 오르면서 축산농가가 망하거나 물가불안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식량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주도하는 물가상승, 즉 ‘애그플레이션’과 정치사회적 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제: 최근 들어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주기적인 식량위기가 나타나면서 세계적으로 애그플레이션과 정치사회적 위기에 시달리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미국, 유럽, 호주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식량을 많이 생산하고 수출하기 때문에 큰 타격이 없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곡물을 수입하는 나라들은 식량공급불안, 물가불안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습니다. 특히 지난 2010년 말과 2011년 초 튀니지, 예멘, 이집트 등에서 일어났던, ‘재스민 혁명’이라고 불린 민중봉기도 식량난과 관련이 있습니다. 곡물작황부진과 일부 국가의 곡물수출통제 때문에 식량가격이 폭등하면서, 식량수입국인 이들 나라의 저소득층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죠. 이것이 그동안 쌓여온 정치적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해도 미국의 가뭄 등으로 세계적인 곡물 작황이 나빠 상당한 식량난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농업생산성도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울 텐데, 갈수록 전 세계가 식량부족을 더 걱정하게 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요?

제: 여러 가지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수요측면에서 보면 세계적으로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요, 특히 중국과 인도 같은 인구대국들의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육류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쇠고기 1킬로를 생산하려면 사료 곡물 8킬로 정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인구대국의 생활수준이 높아져 육류 소비가 늘면 그만큼 폭발적으로 곡물수요가 증가하는데, 공급이 이를 못 따라 가는 것이죠. 공급측면에서 보면 지구온난화의 영향 등으로 갈수록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해 가뭄과 홍수 등으로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도 각국에 기상이변이 속출해서 식량공급에 타격을 주고 있어요. 또 하나는 바이오연료인데요, 석유를 대체할 바이오연료 생산 붐이 일면서 미국 브라질 등이 앞 다투어 옥수수 콩 등으로 자동차연료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식량생산을 위한 경작지가 줄고, 사람이 먹을 곡식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죠. 여기에 ‘식량메이저’로 불리는 선진국의 초대형농산물유통기업과 금융자본이 곡물투기에 나서면서 국제시장에서 곡물가격의 변동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등 시장개방으로 개발도상국들의 농업이 와해되고, 도시화 개발로 경작지가 점점 더 줄어드는 상황도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FTA로 농업개방 가속화, 농업경쟁력 높이기 위한 정책 필요성 대두

김: 이렇게 전 세계적인 식량부족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한EU FTA가 발효한 데 이어 한중 FTA까지 추진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농업개방이 가속화하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게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제: 우리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미국과 유럽은 대표적인 농업선진국이죠. 엄청난 농업보조금을 통해 국가적으로 농업을 지원하고, 곡물과 축산물 등을 수출하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가격경쟁력으로 따질 때 우리와 상대가 되지 않아요. 이런 나라들과 FTA를 하게 됐으니 우리 농업이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또 지금 우리 정부가 FTA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는 싼 값의 농산물이 이미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데, FTA가 체결되면 저가의 중국산 농산물 유입이 더욱 늘어나 우리 농촌이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걱정이 괜한 것이 아닌 게, 미국과 북미자유협정(NAFTA)을 맺은 멕시코의 경우 미국산 옥수수가 밀려들어오면서 멕시코 농촌이 무너지고, 지금은 주식인 옥수수를 수입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옥수수가격이 급등하니까 멕시코 빈민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사태까지 빚어졌어요. 우리도 FTA로부터 어떻게 농업과 농촌을 지킬 것인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김: 세계적인 식량난과 애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이 시기에 농업·농촌의 경쟁력을 높이고 식량자급과 물가안정을 이루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제: 우리나라 주류 경제학자와 관료들 중에는 ‘경쟁력이 낮은 농업은 포기하고, 수출로 돈을 많이 벌어서 식량은 사다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FTA 등 시장개방도 밀어붙인 측면이 있고요. 그러나 지금은 세계적인 식량난과 물가불안, 식량으로 인해 일어나는 분쟁과 정치사회불안을 우리가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우리가 식량을 어느 정도 자급하지 못하면 세계적 식량난의 와중에서 돈이 있어도 사 먹을 수가 없거나, 너무 비싸서 사 먹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식량자급률 높이기’에 분명한 정책 목표를 두고,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특히 도시화 개발의 와중에서 지난 11년간 농지가 계속 감소했고 농촌인구가 줄면서 휴경농지도 늘었는데, 식량자급기반을 지키기 위해서는 농지를 일정수준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또 FTA 등의 여파로 농촌이 무너지지 않도록 앞으로는 농업개방을 최소화하고 농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농민과 소비자가 다 손해보고 있는 불합리한 농산물유통구조를 개혁하는 것, 지역농산물을 우선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을 통해 농업과 소비자건강을 함께 지키는 것, 도시농업과 귀농지원을 통해 도시와 농촌의 연계를 활성화하면서 일자리창출과 고부가가치농업 육성을 도모하는 것 등 다양한 대안이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 네, 참 과제가 많은데요, 대선 후보들이 이 문제를 많이 고민하고 적합한 정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맙습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10월 17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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