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유통업체 입점…판매수수료 낮춰 ‘밀어주기’

그룹 총수의 딸이 소유한 빵집을 조직적으로 지원한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부당내부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 징계를 받았다. 신세계는 그룹 차원에서 총수 딸 소유 업체를 노골적으로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3일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계열사인 신세계SVN에 판매수수료를 과소책정하는 방법으로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40억6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신세계백화점 23억4200만원, 이마트 16억9200만원, 이마트 에브리데이 2700만원 등이다.

신세계SVN은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부사장이 지분 40%를 소유한 업체로 ‘데이앤데이(빵)’ ‘슈퍼프라임피자(피자)’ ‘베키아에누보(델리 레스토랑)’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등은 SVN의 브랜드를 매장 내에 입점시키면서 낮은 판매수수료율을 적용, SVN에 62억1700만원을 부당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허인철 신세계 경영지원실장은 최병렬 이마트 대표이사에게 “베이커리를 지원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해 6월 사장단은 “데이앤데이의 부실이 심화됐다. 활성화에 이마트가 많이 기여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표했다.

그룹 차원의 ‘밀어주기’는 ‘부당지원’ 형태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은 SVN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판매수수료율을 낮게 매겼다. ‘데이앤데이’ 판매수수료율은 23%에서 2011년부터 20.5%로 인하됐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 에브리데이에 입점한 ‘에브리데이 데이앤데이’ 판매수수료율도 2010년부터 10%로 내렸다. 반면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에 입점한 타사 유사 브랜드의 판매수수료율은 23% 이상을 유지했다.

이마트에 입점한 ‘슈퍼프라임 피자’의 판매수수료율은 1%였다. 경쟁 대형마트 피자집 판매수수료율 5~1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베키아에누보’의 판매수수료율은 유사 브랜드의 25.4%보다 훨씬 낮은 15%가 적용됐다.

정용진 부회장 등 그룹 고위층이 직접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0년 9월 SVN 회의록에는 “그룹 지원 등으로 실적이 대폭 개선됐으며…. (회장님·대표이사님 그룹 지원 당부)”라는 메모가 나온다. 지난해 담당자의 노트에는 “수수료 D&D 20.5%, 피자 5% 확정(정 부회장님)”이라는 문구도 있다.

계열사의 지원 덕에 SVN의 인스토어 베이커리 시장점유율은 2010년 47.4%에서 지난해 54.9%로 높아졌다. ‘슈퍼프라임 피자’는 업계 4위로 급성장했다. SVN이 부당지원 속에 성장하는 동안 대주주인 정유경 부사장은 2009년 이후 SVN에서 배당금 12억원을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총수 일가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관행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판매수수료율 책정 과정이나 매장 임대 과정에서 부당지원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향후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이재덕 기자가 경향신문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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