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MBC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콘서트

6월 30일 오후, 아침부터 쏟아지던 비가 잠시 그친 가운데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남녀노소가 속속 모여들었다. 1천여 개 의자와 파업기금 모금을 위한 6개의 부스가 준비된 이 곳은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라는 제목이 붙은 문화방송(MBC) 노조의 파업콘서트 현장.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53일째 파업중인 노조가 주최한 두 번째 파업콘서트다.

▲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쫌 보자 무한도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MBC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 허정윤

오후 3시부터 자리를 맡아 놓았다는 주부 이은정(42)씨는 “예능프로 ‘무한도전’ 팬인데 현재의 MBC 모습이 안타까워 파업에 힘을 실어주러 나왔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을 싸들고 나왔다는 회사원 이윤미(32·여)씨는 “MBC 정상화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오늘 공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쫌, 보자 무한도전’과 ‘김재철은 퇴진하라’라는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든 수 많은 시민(노조추산 1만여 명, 경찰추산 4천여 명)이 시청 앞 광장을 메웠다.

들국화 등 공연과 정치인, 노조원의 토크쇼도

▲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콘서트에 참가해 MBC 파업을 지지하고 뜨거운 공연을 펼친 다섯 팀(오른쪽 상단 가수 박완규부터 시계방향으로 디제이 디오씨, 들국화, 뜨거운 감자, 이은미). ⓒ 허정윤

저녁 7시30분, 보슬비 속에 시작된 콘서트 무대에 가수 박완규에 이어 이은미가 올랐다. 지난 3월에도 파업콘서트 무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은미는 “파업 중인 MBC의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다고 비난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제가 국민이기를 거부할 수 없듯이 가수가 김재철 사장 때문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비겁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빗속을 뚫고 마음이 모아졌으니 곧 무한도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당분간은 제가 MBC를 지키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공연에는 디제이 디오씨(DJ DOC), 뜨거운 감자 등도 함께 했다.

현장에 나오지 못한 각계 인사들은 영상으로 MBC 파업지지 메시지를 전했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과 조국 서울대 교수 20여 명이 참여했다. 소설가 박범신씨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제가 김재철 사장이라면 쪽 팔려서라도 물러나겠는데”라고 말해 가장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 오상진 아나운서(좌)와 문지애 아나운서가 파업콘서트 전체 사회를 맡았다. ⓒ 허정윤

이날 사회를 맡은 오상진 문지애 아나운서가 잔디밭 광장에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마이크를 넘기자 박 시장은 “제가 취직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여러분을) 보니 반가운데 이제 TV 화면에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의 생각, 주장, 행동 모두 지지한다”며 “저 정말로 무한도전 보고 싶어요”라고 외쳤다.

 

▲  박원순 서울시장도 외친 '쫌, 보자 무한도전". ⓒ 허정윤

행사 중간에는 두 개의 ‘토크 콘서트’가 펼쳐졌다. 최일구, 김수진 앵커의 사회로 MBC 사태의 해법을 듣는 정치인 토크에는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과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이 나섰다. 남 의원은 MBC가 국민의 것임을 여러 번 강조하며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방송 왜곡을 하지 못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정당이나 대통령 선거캠프 출신 인사는 3년 내에 사장이 될 수 없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박영선 의원은 MBC 사장 선출방식을 ‘직원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민간인사찰과 내곡동 사저 수사를 하고 나니 국민들이 ‘원숭이에게 검사 복을 입혀놔도 저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며 “MBC 김재철 사장님이 더 이상 원숭이 방송을 만들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다”고 해 큰 호응을 얻었다. 노회찬 의원은 자신을 포함한 스물한 명의 정치인들을 신문 광고에 싣고 ‘MBC 파업은 정치 파업’이라고 비난한 김재철 사장에게 “쫓겨나기 전에 자기 발로 내려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고 말했다.

 

▲ MBC사태 해법을 듣는 정치인 토크에 초대된 각 당 의원들(오른쪽부터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사회는 뉴스데스크 앵커였던 최일구 앵커와 김수진 기자가 맡았다. ⓒ 허정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김재철의 은총을 받은 사람들’이란 이름의 토크쇼에는 정영하 노조위원장, 최승호 피디(PD), 박성제 보도국 기자 등 해고된 조합원들이 등장해 회사조치의 부당성 등을 설명했다. 또 박 기자의 자녀들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사장님, 우리 아빠 좀 그만 괴롭히고 나가주세요”라고 외쳤고, 최승호 PD의 부인 이근수씨는 “노조원들을 힘들게 하면 (회사로) 빨리 들어올 줄 아나본데 이들 조합원 뒤에는 (지지하는) 가족이 있다”고 말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 가족의 영상메시지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 허정윤

 정치권서 김 사장 하차 논의노조는 서명운동 박차

▲ 콘서트 마지막 순서로 가수 들국화와 '사노라면'을 합창하는 MBC 노조원들. ⓒ 허정윤

이날 마지막 무대에는 17년 만에 다시 활동에 나선 록그룹 ‘들국화’가 등장했다. 전인권 등 멤버들은 보슬비가 여전히 내리는 가운데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등 인기곡을 열창했다. 그리고 이번 파업 중 징계를 당한 203명 조합원 중 약 50명이 무대에 올라 들국화와 함께 ‘사노라면’을 부르는 것으로 모든 행사가 끝났다.

마지막 무대에 함께 올랐던 MBC노조의 박미나 경영부문 부위원장은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이 하루빨리 퇴진해 국민에게 MBC를 돌려주길 바란다”며 “그 때까지 국민 여러분이 파업을 지지해주셨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현재 60만 명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김 사장 퇴진과 관련해 여야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인지, 노조원과 시민들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시청 앞 광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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