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제자리, 물가는 널뛰기...생계형 가계부채 급증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요즘 서민가계가 어려워지면서 전세보증이나 자동차를 담보로 생활자금을 빌리는 생계형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느 정도입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말을 기준으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세금담보대출 잔액이 1년 전에 비해 53%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8413억원에 이른다고 하네요. 전세금담보대출은 시중은행들이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아서, 집주인에게 지불한 전세금을 담보로 잡고 세입자에게 생활자금 등을 대출해 주는 상품입니다. 지난 2008년 무렵에 등장한 후 조금씩 대출이 늘다가 지난해 은행들의 일반가계대출이 억제되면서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신전문회사인 캐피탈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자동차담보대출도 서민들이 급전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주캐피탈의 오토담보론은 2010년 말 잔액이 80억원이었는데 2011년 말엔 130억원으로 60%이상 늘었습니다. 원래 자동차담보대출은 대부업체와 사금융업체들이 주로 취급했는데, 현대 등 캐피탈회사들이 뛰어들면서 대부업체 보다는 낮은 15% 안팎의 금리로 서민층을 공략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 이런 전세금담보대출, 자동차담보대출 뿐 아니라 마이너스통장대출이나 예•적금담보대출 등 전반적인 생계형 긴급자금 대출규모가 함께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황을 좀 살펴볼까요.

제: 네, 한국은행의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지난 1월을 기준으로 은행과 제2금융권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뺀 ‘기타대출’ 잔액이 247조9266억원이었습니다. 1년 전의 231조5221억원보다 16조5천억원(약 7%)이 늘었습니다. 기타대출에는 마이너스통장대출, 신용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이 포함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대출의 대부분이 서민들의 생활비 혹은 자영업자의 긴급 운영자금으로 쓰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면 가계가 빚을 갚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늘어나는 생계형 대출, 지난해 버는 돈보다 빚이 2배 빠르게 증가

김: 가계부채의 양극화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건 무슨 얘기입니까.
 
제: 네,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지난해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비중은 56.2%로 전년도 보다 2.5% 포인트 늘었는데요, 하위 20% 계층의 경우 그 두 배 가량인 4.2% 포인트가 늘었습니다. 반면 상위 20%는 1% 포인트 정도 느는 데 그쳤다고 해요. 즉 저소득층 중 빚을 진 가구는 늘고 상위소득층의 부채가구 비중은 정체되는 추세라는 것이죠. 특히 금융부채를 진 이유를 살펴 볼 때, 상위 40% 가구는 주로 부동산구입 등 투자목적이었던 반면 하위 20%계층의 54.7%는 전월세보증금, 결혼자금, 의료비, 교육비, 부채상환 등 생계 때문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저소득계층은 현재 소득으로 생계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돈을 빌렸으니, 빚을 갚기도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더 어려운 처지에 빠져드는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김: 이렇게 서민들의 생계형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무래도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는 오르는 등 살기가 팍팍해진 탓이 크다고 하겠죠?

제: 맞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증권회사인 노무라가 10일 ‘한국 가계부채의 과잉’이란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한국의 가계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실질 소득은 제자리인데 물가 상승으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생계형 가계부채가 급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금융사들이 기업대출보다 수익성이 높은 가계대출에 집중해서 공격적으로 영업 전략을 편 영향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잔액은 지난 2002년 464조7000억원에서 2011년 말 912조8000억원으로, 약 10년 사이 2배 규모로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가처분소득은 4.8%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가계부채는 9.7%가 늘어 가계의 소비여력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6.1%로 전년보다 7% 증가했는데, 이는 미국의 114%, 영국의 144%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 숫자는 그만큼 각 가정이 벌어들이는 소득으로 빚을 갚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금리 위험 부담 큰 비은행권 대출, 빚 줄이려는 노력 있어야

김: 이런 생계형 대출의 문제점은 특히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나면서 대부분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그렇습니다. 전세금대출의 경우 시중은행들이 취급하지만, 캐피탈회사의 자동차담보대출 등 비은행권에서 서민 생계자금 대출이 더욱 활발합니다. 통계를 보면 2010년에서 2011년 상반기까지 캐피탈 등 비은행금융회사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7.95%로, 은행권(8.5%)의 2배가량 됩니다. 종합하면 가계부채 증가의 중심축이 중상위소득계층에서 하위소득층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권에서 높은 비은행권으로, 주택구입대출에서 생계형대출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씀하신 것처럼 은행권에 비해 2금융권은 전반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특히 신용도가 낮은 서민일수록 가산금리가 더 붙어 고금리부담에 시달린다는 것이죠. 그래서 돈이 급해 빌렸다가 제때 갚지 못해 대부업체 등 초고금리를 적용하는 업체에까지 손을 벌리게 되고, 이리저리 ‘돌려막기’를 하다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파산하는 가계가 적지 않습니다. 

 김: 세계 각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디레버리징’이라고 해서 부채를 줄이는 추세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만 거의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특히 실질소득은 늘지 않으면서 부채가 늘면 나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텐데요.

제: 그렇죠. 노무라증권은 올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이 과잉에 도달하면서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구매력이 떨어져 민간소비가 위축되면 내수가 침체되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노무라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7%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는 국내외 다른 경제기관들이 3%대의 성장률을 예측한 것에 비해 상당히 비관적으로 본 것입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도 “한국에서 지금과 같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은행의 자산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민간소비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그렇다면 서민들의 생계형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현상, 그로 인해 경제성장이 위축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제: 우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 대출을 쓸 수밖에 없는데, 금리부담을 낮춰주는 금융정책차원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지금 미소금융, 햇살론 등 저금리 서민금융제도가 있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따라서 긴급생계자금은 저금리로 쓸 수 있는 창구를 넓히거나, 고금리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근본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개선할 수 있는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소득층이 빚을 더 지지 않고, 빚을 스스로 갚을 수 있도록 재정사업 등을 통해 공공일자리를 제공하거나,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지원을 통해 고용의 질이 높아지도록 획기적인 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의료나 보육, 주거 등 필수적 지출 때문에 서민들이 빚쟁이가 되지 않도록 복지안전망을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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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KBS2 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4월 11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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