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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에 포성이 울린다면
미국 제재에 이란 강경대응...‘새우등’ 신세 된 한국 경제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2년 01월 25일 (수) 21:16:12 구슬이 기자 nyx009@naver.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이란 문제가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는데,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뭘 원하는 것인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미국 의회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켜서 강력한 경제제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법이 발효하는 올해 7월부터는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국가나 기업, 금융회사도 미국 금융회사와 거래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이란 중앙은행은 이란의 석유판매대금을 받는 곳이므로 사실상 이란과 다른 모든 나라의 석유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란 석유수입을 현저히 줄이는 국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미국은 이 법안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이란산 원유구매와 수출 등 경제협력을 대폭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적극 협력해야 이란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죠. 특히 북한과 이란은 핵개발로 연결돼 있다면서 북한을 지렛대로 우리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동참 요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요.

제: 정부는 지난 17일 로버트 아인혼 조정관과의 공동 발표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취지에 공감하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을 존중해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것이죠. 그러나 국내 원유수입량의 약 10%를 이란에 의존하고 연간 8조원대의 대이란 수출을 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이란과의 거래를 급격히 줄일 경우 피해가 크기 때문에, 예외를 좀 인정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유 수입량을 어느 정도 줄일 테니 우리 기업들의 대이란 수출이나 현지 투자활동에는 문제가 없도록 양해해 달라는 것이죠.

유대계 지원받는 미 공화당 강경파, 이란 제재 압박

김: 미국정부가 이처럼 강하게 세계 각국의 대이란 제재를 유도하는 이유는 뭔가요. 

   
제: 당장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지난해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지난 2006년부터 핵실험을 이유로 이란에 경제제재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올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공화당 강경파가 오바마 대통령을 몰아세워서 더욱 강경한 제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미국 정계와 경제계를 장악하고 있는 친이스라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인 이란의 현정권을 고립시켜서 민중 봉기를 통해 무너뜨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은 60~70년대에 이란의 독재정권을 지원했다가 79년 이슬람혁명으로 현지의 미국자산을 국유화 당하는 등의 파동을 겪었고 80년 테헤란주재 미대사관 인질사건을 겪은 뒤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적대적 관계를 지속해 왔습니다.

김: 미국의 요구에 동조하는 나라들이 있고, 반대하는 나라들이 있을 텐데요, 어떤 나라들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습니까. 
 
제: 우선 유럽연합(EU)과 호주가 지지합니다. EU 회원국들은 현지시간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석유구매와 관련해 이란과의 모든 접촉을 금지하고 유럽연합 내 이란 중앙은행의 자산을 동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기존의 석유관련 계약은 오는 7월 1일까지 유효하지만 7월 1일 이후엔 모든 거래를 중단한다는 것입니다. 유럽은 이란의 석유 수출물량 중 20%를 구매하는데, 특히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현재 채무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의존도가 높다고 합니다. 이란산 석유가 다른 유종에 비해 배럴당 2달러 정도 싸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앞으로 더 비싼 석유를 써야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유로존의 경제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일본도 이란 제재에 원칙적으로 찬성이지만 지진피해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미국과 공조, 중국 등 브릭스와 남미는 제재 반대

   
김:
대이란 제재를 반대하는 것은 어떤 나라들이고, 이들은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제: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과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들이 반대합니다. 미국식의 이란 제재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갈등을 더 깊게 할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이란 석유의 20% 가량을 단독으로 수입하는 중국은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은 물론 테헤란 지하철 공사 등으로 이란과 긴밀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데, 미국의 제재 협력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인도 브라질 러시아 파키스탄 터키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도 이란 제재에 반대하면서 오히려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나라들이 이란에게 출구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이란 제재는 국제 경제에 혼란만 초래할 뿐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에 대한 이란의 반응은 어떤 것인가요.

제: 이란은 기본적으로 자기네 핵개발 프로그램이 핵무기를 위한 게 아니라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IAEA의 11월 보고서가 아무런 증거 없이 일방적 주장만 담고 있다면서, “미국의 입김으로 핵무기 의혹이 조작됐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국과 독일이 참여하는 ‘6자 중재단’ 등 국제사회와 협상을 하고, IAEA조사단의 사찰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연합이 제재를 강행하자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만일 서방국가들이 이란의 석유수출을 막는다면 전 세계 해상 원유수송량의 35% 가량이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 만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로 봉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제: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의 영해가 맞닿은 좁은 바닷길입니다. 이란은 무장보트와 대전함 미사일, 해저 지뢰 등을 동원해서 이 곳을 봉쇄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만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전 세계 석유 수급에는 물론이고 이란의 자국경제에도 너무나 큰 파국이 닥칠 것이기 때문에, 실제 봉쇄는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이란 내부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판사판’식 봉쇄가 강행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없지 않습니다. 만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전 세계 해상 원유수송량의 30-40%에 수송 차질이 생기는데다, 미국이 군사적인 공격을 가할 수도 있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현재 100달러대 초반인 배럴당 원유가격이 20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등 파괴적인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이미 지난 22일 항공모함들을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시켜 이란의 봉쇄 위협에 맞서고 있습니다.

유가 급등, 군사 충돌로 세계 경제 대혼란 빠질 수도 

김: 안 그래도 불안한 세계경제에 이란 문제가 엄청난 악재가 될 것 같은데요,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제: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고전 중인 각국이 이란 제재 문제로 커다란 위험요인 하나를 더 안게 된 셈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유가 급등으로 새로운 오일쇼크를 맞으면서 헤어나기 어려운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성장은 정체되고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하게 닥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사실 미국이나 유럽은 지금 자국경제를 회복시킬 여력도 부족한데, 군사적 충돌까지 감당한다면 재앙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선 각국의 서민, 저소득층이 최대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고요. 국제사회가 강경한 제재 대신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을 만들어 평화로운 해법을 필사적으로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 이란은 우리의 주요 석유수입원일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급증하는 시장이었는데, 앞으로 우리가 큰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제: 그동안 미국의 이란 제재가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우리와 이란의 경제관계는 크게 진전해왔습니다. 특히 한류 붐에 힘입어 이란 현지에 한국제품 수출이 최근 10년간 8배로 늘었습니다. 이란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2239곳인데, 이 중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휴대전화시장의 30%를 점유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이란 수출이 막히면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이 어부지리로 시장을 싹쓸이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최대한 예외조항을 적용 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란과 정부간의 물밑 대화와 기업들을 통한 민간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쳐 장기적인 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1월 25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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