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자 <경향신문> 1면은 ‘한미 FTA 비준안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의 명단으로 채워졌다.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이 날치기 통과될 때 찬성표를 던진 한나라당 의원 141명과 자유선진당 의원 5명, 미래희망연대 5명 전원의 얼굴 사진과 지역구 등이 나열됐다.

인터넷 여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24일 오후 4시 43분 기준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경향 1면’을 검색한 결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관련 글 수는 모두 3,464건이었다.

반응은 대다수가 호의적이었다. 트위터 아이디 ‘@engiyong’는 “경향신문 1면 대박임. 영원히 역사에 남길 1면임”이라고 썼고 ‘@malssami’는 “널리 퍼트리고 소장하자”며 1면 피엔지(PNG)파일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주소를 올렸다. <경향>을 구독하지 않고 있지만 오늘은 따로 한 부 사서 간직하겠다는 글(@csj3814)도 눈에 띄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자신의 트위터(@heenews)에서 경향 1면을 소개하며 “날치기 앞두고 다들 이렇게 웃는 얼굴로 이야기꽃 피우셨죠”라고 찬성 의원들을 꼬집었다. 한 네티즌(@choi613)은 “그 많은 사진들이 우리가 칭찬해 주고 싶은 애국자들의 사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비준동의안을 날치기 처리한 의원들을 ‘매국’에 빗대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향>의 파격적인 편집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없지 않았다.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 오늘>의 허완 기자는 ‘경향신문의 파격이 위험한 이유’라는 칼럼에서 “중요한 건 이들 151명이 아니라 한미 FTA 협정문과 23개의 이행법안, 그리고 그와 함께 개정될 수많은 시행령과 규칙들이 담고 있는 내용이고, 그것이 대다수 시민들에게 미칠 효과”라고 지적했다. 허 기자는 “더 나아가 한미 FTA를 체결한 참여정부 때, 혹은 훨씬 그 이전부터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어떤 ‘흐름’을 살피는 일이 151명의 의원들을 성토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151명의 의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며 “분노가 카타르시스로 끝나버리고 마는 상황을, 특히 ‘진보언론’은 늘 경계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물음도 던졌다.

트위터 아이디 ‘@so_picky’도 “한미 FTA 찬성한 한나라당 의원 명단이랑 사진 뿌려봤자, 그들은 눈 화장 입술연지일 뿐”이라며 “본질인 수구여당을 깨부수지 않으면 볼터치만 살짝 변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이날 공식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오늘자 신문을 구해달라는 의견들이 많아서 1만부를  긴급 추가 인쇄해 서울 시내 주요 집회 현장에서 배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트위터 계정 운영자는 1면 편집에 대한 칭찬과 함께 구독 신청이 몰리고 있다며 “FTA 비준안 날치기에 대한 국민 여론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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