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하면 빈부격차 심화, 공공서비스기반 침해 우려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통과됐습니다. 이에 대해 격렬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한미 FTA는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언제 발효하게 될까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한미 양국 정부가 내년 1월 발효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 정부는 이 일정을 최대한 맞추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한미 FTA 이행법안의 의회 통과로 모든 준비작업이 끝났지만, 우리는 어제 비준안과 함께 통과시킨 14개의 관련법률 개정안 외에 각종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추가적으로 손질해야 합니다. 내년 1월까지는 40일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과연 충실한 작업이 되겠는가하는 의구심도 있는데, 정부는 ‘한 EU FTA 때도 짧은 시간에 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협정안이 첫 협상 단계부터 통상관료들 주도로 비공개 추진됐고, 마지막 비준안까지 여당의 날치기로 처리되는 등 민주적 절차가 무시된 것에 대해 지금 사회적 저항이 거세지 않습니까? 이런 저항이 앞으로 어떤 변수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산업별로 엇갈리는 희비, 소비자 영향력은 지켜봐야

김: 이번에 비준된 한미 FTA는 기본적으로 어떤 내용이고, 이 협정이 발효하면 우리 경제에 어떤 변화가 생긴다고 봐야 할까요.

제: 아시다시피 자유무역협정은 두 나라 사이의 교역에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없애서 마치 하나의 시장처럼 자유로운 교역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완벽하게 장벽을 없애는 것은 아니고, 각자 보호해야 할 부분은 남겨두고 개방일정도 조정하는 것이죠. 그래서 협상결과에 따라 한 쪽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내용이 될 수 있는데 한미 FTA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번 협정이 우리 측에 불리한 내용으로 체결됐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지난 7월 발효한 한유럽연합(EU) FTA에 이어 이번 한미 FTA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는 1,2위 경제권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셈입니다. 협정이 발효하면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종전보다 좋은 조건으로 경쟁을 할 수 있게 돼 수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대신 우리 시장도 활짝 열리기 때문에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산업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김: 한미 FTA가 발효하면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을 텐데요, 대표적으로 어떤 산업이 이익을 보게 될까요.

제: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전기전자, 조선, 석유화학, 그리고 섬유 등의 경우 당장 혹은 중장기적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자동차부품과 섬유의 경우 관세 인하효과가 당장 발생하기 때문에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업체들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수혜업종의 수출 증대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습니다. 반도체 등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이미 관세를 물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자동차도 주력차종의 경우 현재 2~3%인 관세가 없어지는 것일 뿐입니다. 또 이미 우리 기업들이 미국과 멕시코 등에서 현지 생산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FTA로 인한 추가적 수출 증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입니다. 
 
김: 그렇다면 앞으로 손실, 혹은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은 어떤 것들입니까.

제: 가장 대표적인 산업이 농축산업과 제약업입니다. 농축산업의 경우, 쌀은 일단 이번 FTA에서 제외됐지만 쇠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과 체리 오렌지 같은 농작물이 관세 인하 효과에 힘입어 국내에서 더욱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게 될 전망입니다. 한미 FTA로 인한 산업피해를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국책연구소에서도 농가피해가 15년간 12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제약업계도 비상인데요, 의약품의 제조 허가를 특허와 연계하는 조항 때문에 앞으로 국내에서 값싼 복제약을 제조하는 일이 전보다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그러면 국내 제약업체가 타격을 입는 것과 함께,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이밖에 저작권 보호가 강화되면서 출판문화사업의 부담이 커진다든지, 방송개방으로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도산이 우려된다든지 하는 피해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김: 한미 FTA가 발효하면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제: 수입관세가 없어지거나 줄어서 가격이 내려가는 미국산 제품들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후생이 증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나 화장품, 의류, 와인, 농축산물, 낙농제품 같은 경우 관세 인하분을 그대로 가격에 적용하면 지금보다 값이 상당히 싸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한EU FTA가 발효한 후에 보니까 어떤 제품들은 관세 인하분을 소비자 가격인하로 연결하지 않고 판매업자가 이익으로 흡수하는 경우도 꽤 있더군요. 따라서 실제 가격인하가 얼마나 이뤄질 것인지는 품목별로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재협상 여부는 미지수… 협정 파기는 현실적으로 큰 부담

김: 지금까지 한미 FTA에 포함된 이른바 ‘독소조항’ 때문에 논란이 많았는데요, 이런 조항들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떤 것일까요.

제: 민주당 등 야당이 재재협상을 요구한 10여개 항목의 이른바 ‘독소조항’은 이번에 그대로 통과가 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정부 정책이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했을 때 국제법정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한 투자자국가소송제(ISD), 한번 투자개방을 약속한 내용은 절대 되돌릴 수 없다는 내용의 래칫조항, 개방을 유보한다고 명시하지 않은 서비스 항목은 앞으로 다 개방해야 하는 네거티브리스트 등이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런 조항들이 작동하면 앞으로 경제양극화해소를 위해 우리 정부가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추구할 때, 또 경제위기 예방을 위해 금융규제를 강화할 때 외국투자자들이 소송을 거는 등 정책 주권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멕시코는 미국과의 FTA 체결 후 일부 부유층은 성장의 혜택을 봤지만,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공공서비스 기반이 붕괴되는 등 큰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김: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대해서는 야당이 미국과의 재협상을 요구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한미 FTA가 먼저 비준되면 미국과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재협상이 가능할까요. 

제: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국회가 비준해 주면 3개월 내에 미국과 재협상하겠다”고 야당에 제안을 했었죠. 그런데 원래 협정문에도 협정이 발효한 뒤 3개월 이내에 양국이 공동위원회를 구성해서 협정문의 각 항목에 대한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러니 ISD관련 논의도 당연히 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문제는 우리 정부 입장이 ISD가 결코 정책주권을 제한하는 독소조항이 아니며, 기존의 투자협정에도 포함돼 있는 보편적인 장치다, 그리고 우리나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라고 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입장을 가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과연 야당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수준만큼 ISD의 전면 수정 혹은 폐기를 미국 측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지는 미지수라고 하겠습니다. 

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비준 무효화, 혹은 협정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데, 일단 비준된 협정을 폐기하는 것도 가능한 일입니까.

제: 협정문에는 양 당사국 중 한 곳이 서면으로 협정 폐기 의사를 통보하면 180일 후에 협정의 효과가 자동 소멸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습니다.(제24.5조 2항) 따라서 이론상으로는 우리 측이 한미 FTA의 폐기를 희망하는 경우 미국에 통보만 하면 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미 양국 의회가 비준한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어떤 정부에게도 부담스런 선택이 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뀔 경우 ‘협상이 잘 안 되면  협정을 폐기할 수도 있다’는 전제로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해서 독소조항들을 수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11월 23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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