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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를 찾는 이상한 기업
[오프앤프리영화제] 실험영화 ‘일시적 기업’ 등 115편 선보여
2011년 11월 22일 (화) 20:12:09 이슬기 기자 shyny47@naver.com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반갑게도 채용공고가 났다. 그런데 좀 이상한 기업이다. 이력서에 익명을 써도, 기업에 대한 반감을 적어도 된다고 한다. 직장인, 구직자, 실직자 구분 없이 모두가 지원 가능하다. 게다가 면접 질문도 이상하다. 대기업 정규 직장인에게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급여의 정확한 액수를 말하는지’, 비정규 직장인에게는 ‘임시직의 장점을 후임이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는지’, 구직자에겐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지’를 질문한다.

이곳은 이름마저 이상한 ‘일시적 기업’.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곧 사라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도대체 이 기업은 어떤 곳인가, 그리고 일시적으로 이 기업이 달성하려는 목표는 무엇인가? 궁금하다면 끝까지 리뷰를 놓치지 마시길.

   
▲ '일시적 기업' 채용공고가 담긴 홈페이지. ⓒ 일시적 기업 홈페이지
 
   
▲ '일시적 기업' 퍼포먼스 영상 화면캡처. ⓒ 일시적 기업 홈페이지

'테러리스트를 모집합니다'

이 채용공고는 실험영화를 제작하는 차지량 감독의 퍼포먼스 프로젝트다. 그는 6월 6일부터 7월 7일까지 한 달간 홈페이지를 통해 퍼포먼스를 함께 할 지원자를 모집했다. 퍼포먼스는 예술가가 정해진 줄거리나 대본 없이 우연성이 뒤섞인 표현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 장르다. 대개 일회성으로 끝나기 때문에 이를 비디오로 기록하면서 고 백남준 선생을 시작으로 한 ‘비디오 아트’가 창시되기도 했다.

차 감독은 야근으로 밤을 지새우는 대기업 직장인에게, 계약이 끝난 뒤 새로운 직장을 찾는 비정규 직장인에게, 비슷한 이력서 수백 장을 제출하면서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구직자에게 말한다, ‘대기업을 테러하자’고.

   
▲ '일시적 기업' 면접 퍼포먼스 장면과 면접 질문 자막. ⓒ 일시적 기업 홈페이지

‘일시적 기업’의 면접을 통과한 테러리스트들은 예닐곱 명으로 팀을 이뤄 늦은 밤까지 불 켜져 있는 대기업을 급습한다. 무기를 들고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테러는 귀엽고 깜찍하다. 형광색 물총을 겨누며 계단을 오르는가 하면 팀장의 책상 위에 고무 물 풍선을 폭탄이라며 설치하기도 한다. 야근하고 있는 직원에게 이제 곧 폭발할 ‘잠재적 폭탄’이라는 뜻에서, 물 풍선을 선물한다. 사진에 구멍을 뚫은 이력서를 팀장의 책상에 놓고 오기도 하고, 벽에 낙서를 하기도 한다. 이들의 테러는 서울 종로에서 강남 역삼동, 그리고 여의도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전 참가자들이 옥상에서, 빼곡하게 들어선 기업 건물들을 향해 총을 난사한다. 무자비하게 쉼 없이. 하지만 총구를 떠난 총탄은 이내 아름다운 불꽃놀이의 불꽃이 되어 하늘을 수놓는다. 분노의 총질이 끝난 뒤 옥상에 버려진 총들을 비추며 영화가 끝난다. 

   
▲ 참가자들이 옥상에서 건물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위). 옥상에 버려진 총. ⓒ 일시적 기업 홈페이지

과연 누가 ‘일시적 기업’인가

이 기업은 테러가 끝나고 바로 문을 닫는다. 이름대로 ‘일시적 기업’이다. 하지만 감독은 묻는다. 과연 이 기업만이 ‘일시적 기업’일까? 테러 퍼포먼스 영상이 나오기 전, CM(commercial message, 상업적 메시지)을 하나 보여준다. 여기에 은행, 보험회사, 건설사 등 대기업 계열사의 기존 CM을 재미있게 패러디 해 이 ‘일시적 기업’을 홍보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시적 건설 역사가 대한민국 건설 역사’라는 자막, ‘세계정복, 우주정복’이란 문구와 함께 말이다. 패러디 CM, 그리고 이어지는 대기업 테러, 과연 그가 말하는 진짜 ‘일시적 기업’은 무엇일까? 영화는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 '일시적 기업' 패러디 CM 연속화면. ⓒ 일시적 기업 홈페이지

차 감독은 관객과 대화하면서 “직장인 친구들이 매일 야근해야 하는 고통, 이직에 대한 불안 등에 대한 푸념을 한다”면서 “술자리에서 친구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을 위한 제작비는 홈페이지를 통해 모인 기부금으로 충당했고, 프로젝트 참가자 역시 일반인 지원자로 채워졌다. 그의 프로젝트에 공감하는 불특정 다수의 힘이 모아져 만들어진 셈이다.

이 작품은 퍼포먼스와 패러디 영상, 기업의 로고에서 착안했다는 디지털 그래픽, 게다가 정제된 내레이션까지, 다채롭게 구성된 화면이 눈길을 끈다. 긴 퍼포먼스 사이에 CM이나 그래픽 화면을 적절히 배합한 것이 포인트. 다른 퍼포먼스나 실험영화보다 너무 난해하지 않아 실험영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랄까.

벗어나라(OFF) 그리고(AND) 자유롭게(FREE) •••

   
▲ 상영관 앞에 붙어있는 제 3회 오프앤프리 영화제 공식 포스터. ⓒ 이슬기
퍼포먼스와 영화가 결합된 형식, 기존의 영화가 지닌 스토리 형식을 파괴한 구성, 조금은 불친절한 영상그림. 상업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기존 영화의 경계를 허물고(OFF), 자유롭게(FREE) 표현하라는 취지에서 태어난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가 올해 3회를 맞았다. 17일부터 오는 23일까지 계속되는 이 영화제는 ‘서울국제실험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국내 3대 실험영화제로 꼽힌다.

실험영화 말고도 다큐멘터리와 초기 그래픽영화, 최근 디지털 애니메이션 등 115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반 극장이나 여타 국제영화제에서 보기 힘든 화제의 영화•영상을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험영화의 발전과 다양한 작품 계발을 장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 영화관 입구에서 영화제 기부금을 받고 있다. 기부를 하면 프로그램 북을 받을 수 있다. ⓒ 이슬기

공모전 선정작 상영부문인 ‘오프 인 포커스’를 비롯한 8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오프 인 포커스’와 ‘오프 인 프랙티스’ 부문은 이 영화가 추구하는 ‘확장예술제’에 가장 부합하는 섹션이다. <그리고 그들은 바다로 갔다>(감독 송지수) <불이>(모현신) <망각 울림>(황선숙, 허세준) <나는 내가 부끄럽다>(서영주) <빨강 개복동에서 놀다>(서진옥) 등 다양한 실험영화가 상영된다. 소화하기 쉬운, 매일 먹는 음식에 식상해졌다면, 조금은 낯설지만 새로운 메뉴를 맛보는 건 어떨까?
 

   
차지량

퍼포먼스 예술가이자 실험영화 감독, 저자이자 콘서트 미술감독이기도 하다.

<일시적기업>을 비롯해 <세대독립클럽> <사계절낭만>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서울 곳곳에서 <미드나잇-퍼레이드> <낯선오후> <OFFLINE : 자체발광> 등 퍼포먼스를 했다. 특히 2006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비디오 아트 창시자 고 백남준 선생의 추모 퍼포먼스를 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충무갤러리 <동대문운동장> 기획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2007년에 <말풍선>이란 책을 썼고, 2009년엔 ‘가수 이승환 콘서트’ 미술감독으로 참여했다.

* <일시적 기업> 영화 클립을 볼 수 있는 사이트
일시적 기업 프로젝트 홈페이지, CM등 다양한 영상 관람

* 면접 퍼포먼스 등 영상관람

* 영화제 관련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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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 (220.XXX.XXX.23)
2011-11-22 21:59:31
퍼포먼스 참여해보면 좋은 경험일듯. 내일이 폐막식... 무료 실험영화 즐겨보실 분 서두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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