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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내공 빛나는 '한미 FTA 저격수'
[단비인터뷰] 비준 반대 논객으로 맹활약하는 최재천 변호사
2011년 11월 07일 (월) 22:21:30 박소희 기자 sost38@gmail.com

   
▲ 17대 국회부터 꾸준히 한미 FTA의 문제점을 비판해온 최재천 변호사 ⓒ 최재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거운 요즘 TV와 라디오 토론에서, 집회와 강연회에서, 신문과 트위터 등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남자. 지난 17대 국회의원 시절 한미 FTA 특별위원으로 활약했고 2009년 <최재천의 한미 FTA 청문회>란 책도 펴낼 만큼 이 분야에서 ‘열공’해 온 최재천 변호사다.

그는 7년 전 노무현 대통령 당시 여당의원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 중이던 한미 FTA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시작했고, 이후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과 미국 의회의 비준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 이른바 ‘독소조항’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지적, 통상관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가 TV토론에서 명쾌한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고 나면 인터넷에 ‘최재천 어록’ 동영상이 나돌 정도로 최 변호사는 FTA 반대 진영의 스타로 부상했다.  

“한미 FTA는 우리 헌법의 공공성 위협”

최 변호사는 6일 <단비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총기소유를 인정할 정도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통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조정을 인정한다”며 “현재의 한미 FTA는 우리 헌법의 공공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대로 비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두 번이나 재협상을 요구해 자기네 요구를 관철한 것처럼 우리도 (대표적 독소조항인) ISD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걸린 일인 만큼 토론이 필요하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비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양국 간의 ‘조화’가 빠진 일방적인 FTA는 곤란하다며 “자유무역질서가 중요한 만큼 후발산업국가가 갖는 불안과 위험성 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는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거나 내년 선거와 연계하자고 하는데 가능한 얘기입니까. 

“스위스는 사실상 국민투표를 통해 미국과의 FTA 협상 개시를 거부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헌법 제 72조는 ‘외교,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정했으니 우리도 가능합니다.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통상조약도 외교의 영역이고 이것이 우리 국가적 운명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3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한미 FTA 저지 3차 범국민대회’. ⓒ 주상돈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자원이 부족해서 개방경제가 필수인데, 세계 1위인 미국 시장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접근할 수 있는 한미 FTA에 왜 반대하느냐’는 반론이 있는데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한미 FTA는 단순히 자유로운 무역거래를 촉진하는 협정이 아닙니다.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 미국식 시장경제의 법과 제도를 전면적으로 이식하는 것입니다. 이건 제 이야기가 아니라 참여정부 때 한미 FTA를 책임졌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당시 청와대 공식 브리핑에서 했던 이야기입니다. 일본식 제도를 버리고 미국식 법과 제도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동의하시나요? 한 나라의 법과 제도를 시민의 주체적 의사결정이 아닌 조약의 형식으로 수입해야 하나요? 둘째, 우리는 지나치게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수출입에 대한 의존도가 90%에 육박합니다. 다른 나라 경제 상황에 지나치게 의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수출 대기업은 이 상황을 즐길 수 있겠지만 고용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나 한계적 상황에 처해있는 자영업자, 농어민, 축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서 <최재천의 한미 FTA 청문회>에서 “한미 FTA는 사실상 개헌”이라고 지적했는데, 한미 FTA로 인해 헌법의 어떤 부분이 가장 위협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공성이죠. 미국은 계약으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서로 다른 기반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최소한의 약속만으로 공동체를 구성해서 나라를 꾸려가고 있지요. 그 기초는 계약과 적정절차입니다. 개인의 자유가 최대치가 되는 거죠. 반면 우리는 공동의 질서, 연대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을 중시하는 전통적 공동체 국가입니다. 우리 헌법은 사회적 삶을 위해 국가의 개입과 조정, 그리고 균형을 인정합니다. 일종의 사회국가원리를 도입했기 때문에 계약의 자유를 인정함과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 FTA는 미국 헌법에 기반한 법체계입니다. 당연히 우리 헌법과 충돌합니다. 사실상 헌법을 개정해버리는 셈이죠.”

투자자국가소송제 등이 가져올 수 있는 불안, 정밀히 검토해야 

-특히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쟁점인데, 현 상황에서 ISD 부분의 재협상이 가능할까요?

“원래 미국에서 통상에 대한 협상 권한은 미 의회에 있지만, 2년 단위로 행정부에 위임한 적이 있습니다. 법 시한이 2007년 4월까지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FTA협상에 2006년 초 달려들어 2007년 4월에 협상을 끝마칩니다. 철저히 미국 시간표에 끌려들어갔죠. 하지만  2006년 가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을 누르고 미 의회를 지배하게 된 민주당은 통상협정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2007년 6월 노동과 환경 분야 등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합니다. 우리 정부는 여기에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8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민주당의 오바마가 대통령이 됩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상원의원 때 ISD 등에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되니까 이미 체결해놓은 협정을 어떻게든 정리해야 했겠죠. 일자리 창출이라는 입장에서 새로운 요구조건을 우리 쪽에 내걸기 시작합니다. 자동차 부분에 대한 결정적 양보를 요구했고 2010년 겨울 재협상을 또 해서 자기네 요구를 관철했죠. 그리고 이번에 미국이 의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켰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게 정부 논리입니다. 미국은 이렇게 (재협상 요구를)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한다는 거죠? 달리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입니다.”

   
▲ 시위 참가자들이 '한미 FTA 저지'피켓을 들고 있다. ⓒ 주상돈

-호주는 미국과의 FTA에서 ISD를 제외한 데 이어 몇 달 전 “앞으로 모든 FTA에서 ISD를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호주는 미국과의 FTA에서 ISD를 제외한 뒤 ‘우리는 안전하다’고 안심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2010년 가을, 필립모리스라는 세계 최대의 담배회사가 호주 정부를 ISD로 제소합니다. 호주 정부는 세계 보건기구(WHO) 협약에 따라 담배갑 포장에 흡연 피해를 강조하는 사진들을 넣었습니다. 화가 난 필립모리스사는 ISD를 생각해냅니다. 호주-홍콩 간의 투자협정 속에 ISD가 있었습니다. 필립모리스사는 홍콩 현지법인을 이용, 홍콩 투자자가 호주에서 이익을 침해당했다는 근거를 만들어 소송을 제기합니다. 호주는 깜짝 놀랐겠죠. 더구나 같은 영연방에 속해 있어 법체계가 같은 홍콩이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ISD소송을 당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ISD입니다. 물론 투자자는 보호받아야합니다. 하지만 투자자의 이익만큼이나 공공성 있는 정책 결정 또한 중요합니다. 나라의 모든 의사결정을 투자자의 이익에 맞춰 결정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나라의 주권 자체가 의심스러워지는 꼴이 되겠지요. ISD는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직접 빼앗아 가는 게 아니어도 정부의 어떤 조치가 투자자의 이득을 차별적으로 해친다고 생각된다면 투자자는 무조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겁나는 일 아닌가요? 그 불안함에 대해 정밀하게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요?”

-참여정부 때부터 꾸준히 한미 FTA 문제를 제기했는데,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한미 FTA와 이명박 정부의 FTA는 다른 것입니까? 

“다르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재협상에서 자동차부분을 결정적으로 양보해 우리가 더 뒤집어 쓴 거 말고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보다 중요한 건 시대적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죠.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의 금융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가 온 세상의 표준이 아니고 주주자본주의, 투자자자본주의가 결코 변할 수 없는 시장경제의 끝이 아니라는 게 드러났죠. 이제 다들 경제로부터 정치의 복원, 시장으로부터 정치의 우위를 꿈꾸고 공동체적 가치와 공익을 좀 더 중히 여기는 쪽으로 나라를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시장과 정치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뀐 겁니다. 그렇다면 미국식 시장경제와 법,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려고 했던 한미 FTA의 기초조건이 바뀐 셈이지요.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한 셈이지요. 계약이 달라져야겠지요.”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FTA’는 어떤 모습입니까. 

“사실 양자간 FTA보다는 다자간 세계무역기구(WTO)체제를 다시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무역질서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후발 산업국가가 갖는 불안과 위험성, 때로는 보호무역조차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도 외국산 자동차‧분유‧담배 수입을 막고 국산품 애용운동을 하던, 자기 자본과 산업이 취약했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렇다면 조화를 이뤄야겠죠. 지킬 건 지키고 풀 건 풀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약자에게 강요하지 않는 한편, 우리보다 힘센 초기업국가들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나 그들로부터 우리 공공정책의 영역은 확보해야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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