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 해군기지건설 다룬 ‘잼 다큐 강정’ 최하동하 총감독

 ▲ 제주해군기지건설 문제로 떠들썩한 강정마을을 다룬 '잼 다큐 강정'. 아홉 명의 감독이 100일 동안 작업해 100분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9명의 감독이 뭉쳤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다. 100일 동안 10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지난 24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된 ‘잼(JAM)다큐 강정’이 그 작품이다. 잼(JAM)은 재즈에서 어떤 정해진 규칙이나 구속 없이 연주자끼리의 호흡만으로 하는 즉흥 연주를 뜻한다. 이 작품도 아홉 감독이 호흡을 맞추면서 짧은 분량들을 나눠 완성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웃고, 울고, 분노한 뒤 큰 박수를 보냈다.

상영직후 <단비뉴스>와 만난 최하동하(43) 감독은 “어제와 그제도 (작업하느라) 밤을 샜다”며 “짧은 시간 내에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생했지만 9명의 감독이 공유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뭉치게 된 것은 제주 출신의 양윤모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이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하던 중 경찰에 구속되면서 부터다.

“4개월 전 양윤모 씨가 수감된 제주교도소에 ‘레드마리아’의 경순 감독과 같이 간 적이 있었어요. 그 전에 양윤모 씨가 서울에 올라와서 강정에서 영화를 찍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당시에는 그럴 여력이 없어서 아무도 못 했거든요. 뒤늦게 제주를 찾으면서 마음에 흔들림이 있었죠.”

그러나 제작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다른 옴니버스 영화와 다르게 하나의 영화처럼 보이고 싶다는 욕심을 가졌던 최하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 무려 여섯 번의 시사회를 가지며 의견을 조율했다. 짧은 준비기간 동안 개성이 강한 감독들의 색깔을 섞자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최하동하 총감독 ⓒ 양호근
“주변에서 ‘가능해? 감독들이 예민할 텐데 할 수 있겠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감독들이 선뜻 참여해줬고, 특히 젊은 감독들과 연배가 있는 감독들이 층을 이뤄서 서로 양보하며 만들 수 있었죠.”

‘잼 다큐 강정’에는 경순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오월애’의 김태일, ‘경계도시’의 홍형숙, ‘오월상생’의 전승일, ‘히치하이킹’의 최진성, ‘별들의 고향’의 정윤석, ‘원웨이 티켓’의 권효, ‘섬의 하루’의 양동규 감독이 힘을 모았다. 최 감독은 6월 말부터 한 달간 제주에 머물며 자신의 분량을 촬영했다.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을 대변하는 ‘나들가게’와 반대 주민들을 대변하는 ‘코사마트’를 중심으로 찍었다. 애니메이션을 만든 감독도 있고, 밴드를 출연시켜 다큐를 만든 감독도 있었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다보니 영화의 날카로움이 줄고 뭉툭해진 면도 없지 않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여러 사람이 작업하다보니 가장 무난한 쪽으로 결론이 내려진 게 사실이에요. 거친 것은 다듬어지게 마련이잖아요. 모난 데로 갔다면 어떤 작품으로 갔을지 모르지만 아주 세지도 않고 실험을 하지도 않는 선에서 타협하게 된 거죠.”

최하 감독은 각 감독별로 별도의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신은 해녀들이나 찬성 측 주민들 얘기를 좀 더 들어보고 작품을 보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잼 다큐 강정’은 오는 27일 오후 6시30분에도 다시 상영된다. 영화가 끝나면 ‘밤섬해적단’과 ‘무키무키 만만수’ 밴드의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잼 다큐 강정’은 다음달 6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도 출품됐다. 9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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