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포함 ‘사실상의 채무’ 7년 새 두 배로 급증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어제(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가부채 문제가 논란이 됐는데, 어떤 얘기였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 한나라당의 이한구 의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의 국가부채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의원은 국가의 직접채무, 즉 좁은 의미의 국가부채 외에 보증채무와 4대 공적연금의 책임준비금 부족분, 공기업의 채무 등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를 합친 ‘사실상의 국가부채’가 지난해 말 현재 1848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7년간 약 2배로 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정부는 확정된 부채, 좁은 의미의 채무만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 대비 35% 정도여서 건전한 편’이라고 말하지만, 정부가 최종 책임을 져야하는 잠재적, 우발적 채무를 합하면 150%를 넘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공공기관에 문제 생기면 정부가 손실 보전,  공기업 채무 고려해야

김: 말씀하신 ‘사실상의 국가부채’ 가운데서도 공기업 채무가 특히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을 합한 공공기관 부채가 총 386조6000억원으로 2008년보다 58.2%가 늘었다고 합니다. 이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의 부채는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1년 만에 16조2천여억 원이 늘었고, 한국수자원공사는 4조9천여억 원, 한국전력공사도 4조4천여억 원의 부채가 늘었습니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부를 한국수자원공사에 맡기고, 보금자리 주택 건설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 맡기는 등 국가사업을 공기업들에게 떠넘기면서 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4대강 사업을 전부 정부 예산에 반영하면 규모가 너무 커져서 반대 여론이 더 거세질까 봐 공기업 사업으로 떠넘겼다고 그동안 야당이 지적해왔는데, 그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 국제적으로는 좁은 의미의 국가부채와 사실상의 국가부채 중 어떤 것이 적용되고 있습니까.

제: 국제적인 비교에는 정부가 말하는 좁은 의미의 국가부채가 쓰이고 있습니다. 그 기준으로 볼 때 우리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들에 비해 낮은 편이지요. 그러나 나라마다 실정이 다른 부분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LH공사 등 10개 공공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손실보전을 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는데, 다른 선진국 중엔 이런 규정이 없는 나라들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현실적, 제도적 차이를 감안해 국가부채를 비교한다면 우리의 경우 좁은 의미의 국가부채보다 훨씬 큰 숫자를 가지고 비교해야 할 것입니다.

김: 지금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등 남유럽의 문제도 국가부채가 워낙 많다는 것이고, 미국과 일본도 국가부채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제: 맞습니다. 지금 세계경제의 화약고로 부상한 그리스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도 정부살림에 적자가 많다보니 국가부채가 감당이 안 될 만큼 많이 쌓여 발생한 것입니다. 국가부도(디폴트)를 안 내기 위해 유럽연합(EU)차원에서 구제금융도 추진하고, 국내적으로 긴축재정도 하지만, 국제공조도 잘 안되고 국내 반발도 심해 해결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죠.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이 또 한번의 글로벌 위기를 겪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유럽만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도 한도가 꽉 찬 국가부채를 증액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는 과정에서, 잘 아시다시피 여야 정치권이 합의를 못해 디폴트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겪지 않았습니까. 일본도 국내총생산 대비 200%가 넘는 국가부채 때문에 경제를 살릴 수단이 없는 상황입니다. 각국이 모두 국가부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김: 우리나라는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것도 문제가 아닙니까? 

제: 그렇습니다. 국가부채의 경우 지난 정부 때 보다 현 정부 들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이고, 다른 한편으로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합니다. 신용카드 대출 잔액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가계부채가 이미 1000조 원을 넘었고, 여전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갈수록 경제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이 실질적으로 줄었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중산층은 그동안 담보 대출을 얻어 부동산투자에 나선 경우가 많았고, 서민층은 생계유지를 위해 대출에 의존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소득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계의 가처분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떨어져 가계도산과 금융부실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다른 주요국들의 가계부채는 모두 줄었는데, 우리는 저금리와 부동산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늘어 고민거리입니다. 

재정건전성 회복하는 길은 부자와 대자본에 세금 부과하는 것

김: 가계든 정부든 나라 전체의 빚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은 걱정스런 일인데요,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국가부채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국가부채를 줄이려면 일단 정부가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수입을 늘려서 빚을 갚아야하겠죠. 그리스 등 재정위기 국가들의 경우 세금을 늘리기 않고 재정긴축을 시도하다 빈곤층의 극렬한 저항에 부닥쳤습니다. 반면 스페인 등 일부 국가들은 부유세를 신설하는 등 담세 능력이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증세를 추진해서 위기를 돌파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재정균형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법인세, 소득세 인하 등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혜택을 입는 감세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해서 비판을 받았는데, 최근 감세 계획 철회를 밝혀 보다 현실적인 노선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 재정 확충을 위해서 미국은 부유층에게 과세하는 이른바 ‘버핏세’ 신설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국가들도 금융거래세 등 새로운 과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죠?

제: 맞습니다. 세계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나 같은 거부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라”고 요구한 뒤 나온 세금이라고 해서 ‘버핏세’로 불리는데요, 미국이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부유층의 자본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이 적어도 중산층의 소득세 이상은 되도록 세율 하한선을 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유럽 각국도 부자 증세와 함께 외환거래에 대해 토빈세 개념의 금융거래세를 물려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영국 등의 반대로 난항 중이긴 하지만 재정확충을 위한 획기적 방안이 될 수 있어 독일과 프랑스 등이 강력히 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움직임의 핵심은 ‘능력이 있는 부자와 대자본에 세금을 더 물리고, 가난한 다수에게는 보다 많은 지원을 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도 참고할 만한 움직임이라고 하겠습니다.  

김: 이번에 국가부채 문제를 제기한 이한구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인데도 상당히 날카롭게 현정부의 재정운용을 비판했는데요, 어떤 배경이 있을까요?

제: 이한구 의원은 지난번 대통령후보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경쟁관계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제브레인으로 꼽히는 인물이죠. 민간경제연구소장을 지내고 정계에 입문했는데, 박 전 대표의 경제교사로 불릴 만큼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의원은 평소에도 4대강 사업 등 현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는데, 이번 문제 제기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권과 박 전 대표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9월 21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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