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를 찾아서] ④ 역학조사 청원한 청주시 북이면 현장

내 집 근처에 폐기물 소각장이 있다면? 쓰레기를 태우면 건강에 해로운 물질이 포함된 연기가 나온다는 것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한 면 단위 지역에 소각장 세 곳이 몰려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폐암 발병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만 암환자가 45명(재가 암환자 조사)이었다며 환경부에 역학조사를 해달라는 청원을 내기도 했습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으로 직접 가봤습니다.

청주시 북이면 장양1리 마을입니다.

이봉희(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목이 칼칼하고 감기 걸리면 잘 안 낫고. 우리 당숙모님도 돌아가신 지 8개월 됐는데. 혈액암이라고. 엄청 건강하신 양반이거든. 그 분은 밭에다가 제초제도 안 뿌리고 아주 저기한 것만 드시고 워낙 건강하시니까. 그런 양반이 혈액암 걸려서 돌아가신 거야.”

이봉희씨는 외지생활을 하다 2011년도에 고향으로 귀촌했습니다. 이씨는 마을 주민들 중 암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명단을 직접 작성했습니다.

이봉희(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거의 암 걸린 사람이 13사람. 10사람이 벌써 돌아가셨어. (장양1리 인구가 대략 어떻게 되나요?) 행정적으로 89명, 56세대. (여기 써주셨던 자료가 암에 걸린 분들 목록을 작성해주신 거죠?) 내가 봐서는 2011년도 이후에만 13명이 걸려 갖고 돌아가신 분이 10명...”

80여명이 사는 마을에서 8년 새 10명이 암으로 숨졌다는 것은, 환경적 요인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봉희(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사람이 살 수가 있어? 그리고 엊그저께 이윤호 씨라고 그 양반도 괜찮았었는데, 말기암이라는 거야. 그게 잠깐 맡는 게 아니라 계속 장기적으로 맡으니까 축적이 되는 거 아니여. 그래서 엄청 해롭다는 느낌이 들고 그럴 가능성이, 그래서 이렇게 암환자가 많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여.”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숨 쉬는 데 곤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봉희(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기침, 한 번 걸리면 일반 병원 내과 잘 안 나으니까 이비인후과 간단 말이야. 잘 안 나아. 오래 가. 동네 아주머니들도 아이고, 왜 이렇게 감기가 안 낫는지 모르겠다고. 의사들도 그렇게 말씀들 하신다고. 나을 때가 됐는데. 기침이 안 낫는 거여. 이런 공기뿐만 아니라 대기질이 계속 저기(소각장 영향)를 받고 있어서 안 그런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기가 문제의 소각장이여. 위에 크게 있는 거... 불법적으로 크게 만든 거...여기 확장돼갖고 키운 거여. (이게 증설을 하니까 규모가 커지고) 그렇죠. 지금 처음 했던 것보다 몇 배를... 또 오염물질도 배출하고. 다이옥신이나 이런 게 배출돼서 나온다고 하니까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여기 넘어가면 저쪽에 오창 쪽에 있는 것도 보여요.”

장양1리 마을에서 약 3킬로미터 떨어진 화하리 마을로 향했습니다.

80대 마을 주민
“저는 폐암이에요. 폐암 수술도 했어요. 그래 가지고 목소리가 변해가지고 못할 때는 목구멍에서 소리가 잘 안 나오고. 지금도 켈켈거리잖아요. 이렇게 변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술을 먹나 담배를 피우나 그런 것도 안 먹는데 어쩜 폐암이냐고...

밤에는 새카만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넘어오는 거예요. 사람들은 12시, 1시, 2시니까 모르죠. 시골 사람들 일찍 자니까 모르지. 그런데 나는 못 자기 때문에, 잠에 안 들면 드러누웠다 하다 밤을 새우다 해요. 그런데 새카만 연기가 냄새가 매캐한. 우리 문이 홑문인데 냄새가 다 들어오는 거예요. 내가 봤지. 저기서 넘어오는 거예요. 내 생각에 낮에는 했는지는 모르지마는... 낮에는 보통 신경을 안 쓰잖아요. 밤에만 트나봐요.

타는 구름. 말하자면 연기야. 뭉게구름이. 연기여. 저 먼데서 새카맣게. 구름처럼 하늘로 올라가는 거지. 바람이 불면 요쪽으로 오면 불잖아요. 너무 무서워. 여기 참말 물 좋고 공기 좋다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못 살어. 진짜여.”

이 분 옆집에 사는 주민도 폐암에 걸렸다고 합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충북대 의대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고향에 온 아들을 잠시 만나보았습니다.

조재범(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조남희씨 아들)
“호흡곤란이 갑자기 오셔서 새벽에 응급실로 실려 오셨는데 정확하게는 폐선암 3기말 확진을 받은 상태구요. 저희 아버님이 계시는 곳이 가장 많은 양을 소각하고 있다는 민간 소각시설에서 1km 떨어져 있는 곳에 살고 계시는데요. 누구보다도 집에만 거주하고 계셨기 때문에 안 좋은 공기를 많이 마셨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들어서...”

이들뿐이 아닙니다. 북이면에 사는 많은 주민들은 암에 걸리거나 숨 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그 원인이 소각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라고 의심합니다. 북이면 주민협의체에서 소각장 인근 19개 마을을 자체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각장이 생기고 10년 내 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전체 주민 1230여명 중 6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중 절반가량은 폐암이었습니다. 호흡기 질환자 수는 45명에 달했습니다.

집에서 암투병하는 환자 비율은 청주시 10개 읍면지역 중 가장 높았습니다. 이는 2014년에 비해 4배가량 늘어난 수친데요.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 청주시 10개 읍면 암환자 현황. ⓒ 청주시의회 박완희 의원

김용대(충북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소각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워낙 다양해요. 세계보건기구(WTO) 기준으로 10여 가지 될 정도로 다양한 오염물질이 나오거든요. 그게 설령 기준치 이하로 배출이 되더라도, 보통 암 발생은 기준치가 없다고 하거든요. 전혀 노출되지 않았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그만큼 암 발생 확률이 올라가는 거기 때문에. 예를 들면 플라스틱 종류는 주로 다이옥신 같은 것들이 많이 발생할 거고, 유해 중금속도 꽤 많이 나와요. 중금속 중에는 폐암을 비롯한 발암물질들이 많이 포함될 거고. 환경호르몬에 의한 호르몬 장애, 신경독성물질도 있고 다양한 인체 유해성이 있을 거라고 전 생각이 됩니다.”

북이면에는 반경 2km 이내에 소각장 세 곳이 밀집돼 있는데요. 이 세 곳에서 처리되는 폐기물은 하루 총 543톤. 청주시에는 민간소각장이 6개 있어 전국 쓰레기의 18%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면적으로만 보면 청주는 전국의 1%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몇몇 소각업체는 기준 배출량을 초과해 태우거나 허용기준을 넘는 독성물질을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소각장 신설·증설 계획도 있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소각장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북이면 주민 1523명은 지난 4월 환경부에 건강역학조사를 해 달라는 청원을 냈습니다.

박미자 청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소각업체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청주시가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박미자(경제환경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의원)
“소각시설은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하면 대기배출시설 1종 사업장이에요. 사실 대기오염물질을 초과했을 때는 영업정지나 행정처분을 강력하게 해야 되는데, 개선명령이나 경고, 미온적인 행정처분이 되는 거예요. 이건 시에서 할 일이거든요.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업체가 법을 위반했고요. 업체에서는 본인들이 과다 소각한 것은 인정을 했어요. 왜냐면 자료가 다 나왔거든요. 환경부에서. 며칟날 몇% 더 태웠고 하는 걸 본인들이 인정을 했어요.”

반면 소각업체들은 소각장과 암발병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김용현(클렌코 상생발전팀 부장)
“저희 때문에 발병률이 높은 건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 건가. 여기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쪽에서 코멘트를 드릴 수 있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저희는 현재까지 주민 분들하고 상생 발전 부분을 긴밀하게 논의를 하고 있거든요. 주민 지원 방안이라든가. 어떻게 하면 환경오염물질을 더 줄이고 주민들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을 공개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어요.”

환경부는 전문위원회를 거쳐 건강영향조사를 할지 검토한 후 7월22일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9월로 심의를 연기했습니다.

김준호(환경부 보건정책과 사무관)
“절차 때문에 그렇습니다. 보건위원회를 소집하려니 휴가철이고... 위원님들이 교수님들인데 학기말이고 학교를 비우기 곤란하다고 해서 연장을 했습니다. 지금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이번에 중앙 정부와 청주시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유민채(북이면 주민협의체 사무처장)
“정부에서 책임을 지고 공영시설로 운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간에 맡길 게 아니라. 그리고 주민들이 불안한 게 어떤 처리과정을 거쳐서 어떤 식으로 오염물질 배출 기준이 지켜지고 정말 오염물질 기준치 이하라 하더라도 결국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거잖아요. 한 개의 소각장이 있을 때 피해영향권을 설정해요. 하나의 소각장은 5km를 피해영향권으로 정해요. 그러면 A, B, C 소각장이 피해영향권이 겹치는 거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입지에 대한 제한은 왜 안 해주는지 답답한 거죠. 주민들은.

폐기물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은 요거 딱 한 방이면 끝난다 이렇게 생각을 한 게, 주장한 게 있어요. 폐기물 소각장이 있으면 폐기물 들어오는 계근대가 있죠. 그러면 폐기물 양이 얼마인지 스크린에 떠요. 소각로가 있고 굴뚝이 있고 폐기물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어요. 이것도 다 규정이 있어요. 고정 CCTV를 ICT카메라를 설치한 거예요. 이거를 24시간 365일 개방을 시키면 시민들이 앱만 치고 들어가면 A소각장 1계근대, 실시간 감시할 수 있게 하는 거죠. CCTV 예산도 얼마 안 들어가고.“

이성우(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소각되는 양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이상 소각장이 늘어나지 않도록. 기본은 그런 거죠.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시키고 최대한 재사용·재활용하고, 최소한 매립 소각으로 가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 아닌가. 전체 쓰레기는 줄지 않고 계속 늘고 있어요. 소각시설도 줄일 수 없단 얘기예요. 배출되는 거라도 규제를 강하게 하든, 최신 저감시설을 투입을 하든, 안 좋은 게 가장 적게 나오도록 당연히 만들어야 되겠죠. 국가 차원에서 지원도 해야 할 거고.”

연제은(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이 회사에서는 아무 피해가 없다 얘기하지만, 아니여. 이 연기만 보는 상태만 해도 불안한 거여.”

청정지역이라 불리던 청주, 제가 만난 한 주민은 공기가 깨끗해 겨울에 눈이 오면 아이스크림 먹듯 눈을 퍼먹었던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주민들은 가장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숨 쉴 권리를 침해 받고 불안에 떨며 살고 있습니다. 북이면에는 초등학교 세 곳이 있는데,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떤 영향을 받고 있을까요? 주민들은 역학조사가 너무 늦었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단비뉴스 김유경입니다.

(영상취재 : 윤종훈 / 편집 : 김유경, 윤종훈)


지금은 미세먼지 ‘나쁨’ 시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생존 조건인 ‘숨 쉬기’를 두렵게 만드는 미세먼지가 남녀노소의 건강을 위협하고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맑은 공기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미세먼지의 명확한 원인과 대응책은 여전히 논란 중이다. <단비뉴스>는 ‘아시아의 환경 허브(중심)’를 지향하는 환경재단과 함께 미세먼지 피해 현황과 원인을 파악하고 실질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심층기획 ‘맑은 공기를 찾아서’를 연재한다. (편집자)

편집 : 정소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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