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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신이 장애인에게 내린 선물”
[제정임의 문답쇼, 힘] 이상묵 서울대 교수
2019년 07월 13일 (토) 10:22:04 최유진 기자 gksmf2333@gmail.com

“제가 겉으로는 불행해 보이지만 실은 ‘좋은 시대에 제대로 다쳤다’고 이야기합니다. 왜냐면 IT(정보기술)로 어느 정도 다 극복이 가능하거든요. 찾아보면 다 길이 있어요. 저는 장애인들에게 교육이 있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컴퓨터는 신이 장애인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말해요.”

교통사고로 전신장애인이 된 후에도 연구와 사회공헌에 앞장서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56)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11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했다. 지난 2006년 미국에서 야외조사 중 차량이 뒤집히는 사고로 목 아래가 모두 마비됐지만 6개월 만에 강단에 복귀한 그는 보조공학기기를 활용해 연구와 강의는 물론 장애인 정보격차해소 홍보대사 등 다양한 사회활동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컴퓨터,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IT시대의 요소들이 장애인의 재활과 사회참여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휴대전화 문자와 음성인식은 혁명적인 기술 

이 교수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가장 혁명적인 기술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휴대폰 문자’라고 답한다”며 “컴퓨터와 휴대폰은 장애인에게 눈, 입, 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클라우드(온라인 저장공간)와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격차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최근에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정부가 빅데이터, 머신러닝(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기계학습) 등의 얘기를 많이 하는데 데이터가 인터넷 클라우드에 있다면 장애인들이 집에서 일할 수 있다”며 “출퇴근이 어려운 장애인도 재택근무를 통해 사회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에게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정부가 공공데이터 등을 개발할 때 재택근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상묵 교수는 인터넷 클라우드와 음성인식 기술 등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도 사회에 참여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이 교수는 개인적으로 가장 혜택을 보고 있는 기술이 음성인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영어와 한국어를 말하면 문자로 변환해주는 구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문서를 작성하고, 특수제작된 마우스를 입으로 불거나 빠는 방식으로 명령어를 입력해 문서를 전송한다. 이 교수는 “음성인식을 이용해서 프로그래밍하는 것까지 해보려고 한다”며 “손을 못 쓰는 장애인들이 음성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재택근무와 함께 장애인들도 고소득 직종에서 일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런 기술을 통해 중증장애인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어도 고용주인 기업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 때문에 경증장애인은 속된 말로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중증장애인은 아무도 데려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기업의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인생을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필요한 ‘공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가 될 때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어느 자리에 오르기 위해 교육(공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고를 당해서 정말 해답이 없는 나락에 떨어지니까 왜 살아야 하고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답을 찾아야 했죠. 과학교육을 받은 덕에 모든 책들을 읽을 수 있었고 거기서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 사고 이후 출세가 아닌 ‘구원’의 수단으로 교육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하는 이상묵 교수.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이 교수는 지난 3월 서울대 입학식 연설에서 ‘교육’ 혹은 ‘공부’가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설명했다. 그는 “내가 어떤 자리에 오르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교육을 받지만 혹시 나중에 망하거나 나락에 떨어졌을 때도 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교육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생을 산으로 본다면 올라갈 때도 공부가 필요하지만 내려올 때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고 후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으로 1000여권을 읽으며 ‘인생의 의미’를 탐구했다고 덧붙였다. 

“칼 세이건이라는 우주학자가 이렇게 말했어요. 난 믿고 싶지 않다, 난 알고 싶다(I don’t want to believe, I want to know). 남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게 아니라 왜 그런지 스스로 따져보는 것이 과학교육의 근본입니다.” 

혹시 실패해도 그게 끝이 아님을 기억하라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우즈홀해양연구소와 한국해양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지난 2003년 서울대에 부임하는 등 ‘잘 나갔던’ 이 교수는 사고 이후 가치관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내 삶이 유한하고 시간이 없다는 걸 깨우치고 나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진짜 그렇게 의미가 있는지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 거죠. 그때 죽었더라면 무엇을 몰랐을까, 인간 지식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그 경계까지 걸어가 보자. 44살의 이상묵은 죽은 것이고, 지금의 이상묵은 똑같은 삶이어서는 안 된다.”

   
▲ 이상묵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혹시 뭐가 잘 안 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그는 자신처럼 다쳤을 때 남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 예를 들어 ‘딸 결혼식에서 웨딩마치를 하고’ 등에 맞추려면 항상 모자라고 불행할 수밖에 없다며 “안 되는 건 그냥 딱 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혹시 뭐가 잘 안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경제방송 SBSCNBC는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9 시즌방송을 3월 14일부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편집 :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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