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읽기] <나가수> 캐릭터 해부 (1) 해외파 3인방

홍(홍윤정) : 하이, 쎄라쿠~!

쿠(구세라) : 홍, 너 왜 갑자기 혀 꼬부라진 말투로 나를 부르고 그러니?

: 응,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요새 실력파 가수들에게 색다른 미션을 부여하고 수행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MBC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푹 빠져있거든. 특히 해외파 가수인 박정현, 김조한, 바비킴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 현재 <나는 가수다> 6라운드에 참여중인 가수 7인방. ⓒ벅스뮤직

: 하기야 요즘은 개성 있는 캐릭터가 등장할수록 프로그램의 성격도 명확해지고 재미가 있지. 프로그램의 인기만큼이나 등장하는 인물의 팬도 늘어나고. <나가수>를 보면 가수의 노래뿐 아니라 그들의 삶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게 다른 음악 프로그램과 차별되는 것 같아.

: 맞아. 1차 경연, 중간 평가, 2차 경연까지 한 라운드만 출연하고 탈락하더라도 적어도 3주간 한 명의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그 삶을 속속들이 엿볼 수 있으니까. 감동이 배가 되는 셈이지. 네 말대로 일반 가요 프로그램은 노래 한두 곡 듣고 근황을 전하는 게 전부잖아.

: 맞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가수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조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면모가 드러나지. 오늘은 네가 푹 빠졌다는 해외파 가수들 이야기를 좀 나눠보면 좋겠다. 해외파 가수는 일반 가수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 그 존재감만으로도 <나가수> 프로그램 안에서도 특별한 재미를 주는 것 같아.

: 응, 맞아. 예전에는 한국어를 잘 발음하지 못하는 사람을 좋지 않게 봤는데, 다문화 시대에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이들을 받아주는 경향도 <나가수> 해외파 출신의 인기에 한몫했다고 할 수 있지.

데뷔 땐 큰 인기몰이 못했던 해외파 가수들

: 해외파 가수들이 처음 등장하며 선보인 음악 장르는 그 시절 우리에겐 조금 낯설었어. 바비킴은 레게 음악, 김조한과 박정현은 R&B 음악을 갖고 나왔는데, 두 장르 모두 당대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 데뷔 앨범은 김조한이 1993년 솔리드 1집 <Give Me A Chance>, 바비킴이 1994년 1집 <Beats Within My Soul>, 박정현이 1998년 <Piece>였지. 1990년대 중후반 차례차례 대비했는데, 이들 모두 큰 인기몰이를 하진 못했지. 그래서 <나가수>에서 활약하고 있는 3인방을 보면 그들의 초기 활동이 어땠는지 궁금해지더라.

▲ 왼쪽부터 차례로 바비킴, 솔리드, 박정현의 데뷔앨범.

: 그룹 솔리드로 데뷔한 김조한은 국내에 R&B 음악을 최초로 소개했잖아. 난 그래서 그의 이력에 더욱 관심이 가더라고. 미국에서 태어났는데, 1993년 노래가 하고 싶어 부모의 고향인 한국으로 날아왔대. 그 해 그룹 솔리드로 데뷔했지만, 정통 R&B란 장르에 한국 사람들이 생소해 빛을 보지 못했어. 이후 1995년에 '이 밤의 끝을 잡고'가 히트하며 주목 받았지.

: 김조한과 박정현은 비슷한 배경을 공유해서인지 실제로도 친하다지. 아마 한국 가요계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 동료 가수로서 힘이 되어 줬을 거야. 박정현처럼 실력 있는 가수도 13년 동안 TV에서 노래할 기회는 많지 않았으니 마음 고생이 심했을 거야. 대부분 밤 12시 이후에 출연했고, 황금 시간대에 출연하더라도 노래를 2분 30초로 줄여 불러야 했다니까. 한마디로 대중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거지. 그런 점에서 <나가수> 프로그램이 비로소 그녀가 진가를 드러낼 자리를 마련해 주었지.

: 나도 그녀의 일화를 기사로 읽은 적 있어. 처음 한국에 와서 가수 준비를 하며 고시원에서 여름을 보냈는데, 노랫말을 익히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 한국어 가사의 뜻을 이해하기 벅차 매일 영한사전과 한영사전을 끼고 살았대. 게다가 그녀에게 이런저런 나쁜 일들이 겹쳐 앨범 제작 전까지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거야.

: 지금 주목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들을 보면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시 알고 보면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절이 숨어 있는 것 같아. 바비킴 역시 긴 무명시절을 겪었어. 그는 지금도 한국말이 거의 늘지 않고 엉뚱한 면이 있다는데, 10년 전에는 오랜 외국생활에 한국 문화에 더욱 서툴렀다고 하네. 그런 상황에 국내 가요계에서는 R&B나 솔이 완전히 생소한 분야라 ‘노래를 왜 그 따위로 부르느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는 거야.

: 응, 나도 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지. 그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한동안 노래를 부르는 대신 랩 피처링을 하면서 주로 곡을 썼다고 해. 2004년 첫 솔로 음반을 낼 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이었대. 그래도 다행히 타이틀곡 ‘고래의 꿈’이 인기를 얻고, 조금씩 인정을 받아 <나가수>에 ‘짜잔’ 하고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었던 거지.

: 맞아. 바비킴은 허스키하면서도 개성이 넘치는 음색이라 듣고 있으면 심장이 떨린다니까. 두근두근. 풍부한 음악적 해석과 독특한 표현력 덕분에 레게, 힙합, 발라드, 솔과 같이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뮤지션이기도 하고.

: 응, 해외파 3인방의 색깔이 <나가수> 프로그램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 준 거지.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필(feel)’을 중시해서 획일화한 음악보다 다양한 음악적 느낌을 구사하려고 온 힘을 다하거든.

해외파 3인방의 <나가수> 도전 스타일

: 맞아. 때론 경연을 할 때, 그들의 앞서 간 편곡 스타일 탓에 <나가수>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순위를 받기도 했어. 김조한은 ‘허니’(박진영) 같은 노래를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세련된 펑키 스타일로 편곡해 눈길을 끌었지만, 청중평가단으로부터 6위라는 애매한 점수를 얻기도 했지. 하지만 이후 미션곡에도 그만의 독특함을 투영하는 실험을 멈추진 않았어.

▲ 지난 5월 22일 방송된 <나는 가수다>에서 '소나기'를 부른 박정현의 모습 ⓒMBC

: 박정현은 어떻고. ‘소나기’(부활)을 아일랜드풍의 신선한 느낌으로 편곡해 잔잔한 무대를 선사 했었잖아. 특히 하림과 함께 아코디언, 파들, 드렐라이어 등의 악기로 그동안 박정현의 색깔과는 달리 독특한 느낌을 선보였지. 하지만 역시 조금 무리였을까? 청중평가단 평가에서 그녀는 7위를 차지했지. 박정현이 꼴찌를 하다니 놀라웠어. 바비킴도 처음 나왔을 때 5위를 했고.

: 노래 색깔뿐 아니라 그들의 가사 전달력 또한 자주 지적받곤 해.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재미를 줄 때도 있고. 그러다 보니 그들로서는 선곡을 할 때 더욱더 아는 노래가 나왔으면 하고 바라는 거지.

: 응. 박정현은 ‘그것만이 내 인생’(들국화)을 부르게 됐지만, 전혀 모르는 곡이라며 난색을 보였어. 김조한은 '세월이 가면'(최호섭)을 부른 날, 무대에 서기 전 인터뷰에서 가사 전달에 집중하겠다고 했지.

: 맞아.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 프로그램에서 매니저 고영욱이 김조한에 대해 '허니'(박진영)라는 곡에서 '넋을 잃고야 말았지'를 '넋을 잊고로 말았지'라고 부른 점을 꼬집었잖아. 그래도 ‘세월이 가면’을 부르고 난 뒤, 발음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칭찬을 받았다니까. 물론 가슴을 적실 정도로 노래를 잘하기도 했고. 역시 노력을 하면 통하나 봐.

어눌한 한국말 덕분에 살아나는 예능감

: 해외파 가수 3인방은 평소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대화한다고 해. 물론 <나가수> 프로그램에서는 약간 어눌해도 주로 한국말을 사용하지. 지난 방송에서 차례대로 가수들의 노래를 듣던 중 바비킴이 김태현과 귓속말을 해 지적을 받았잖아. 바비킴은 "김태현 씨가 노래 이야기는 안 하고, 자꾸 김조한 씨가 나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는지를 확인한다"고 말해 시청자의 웃음보를 터뜨렸어.

▲ 김조한 VS 바비킴 '한국어 라이벌'이라는 캐릭터 형성 ⓒMBC

: 나도 엄청 웃었어. 개그맨 박명수가 "우리는 매니저이지만 본업은 개그맨이기 때문에 재미를 찾아야 한다"라고 변명하며, 바비킴에게 김태현을 감싸면서 "노래 하라고 하면 우리도 잘할 수 있다"라고 한 부분에서 또 한번 빵 터졌어. 바비킴이 "알겠어요"라는 말로 얌전히 수긍하는 모습도 정말 귀여웠지.

: 이 3인방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한 탓에 한국말이 서툰데, 그 점이 예능 프로그램인 <나가수>의 참맛을 살리는 것 같아. 팬들 사이에서는 세 사람의 다소 어눌한 말투가 이들만의 '매력 포인트'로 꼽히거든. 김조한은 `잠시 너를 묻어야겠지`를 `잠실로 묻어야겠지`라고 잘못 발음하는 식으로 재미를 주잖아. ‘잠실에 무엇을 묻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잔재미지.

: <나가수>에서 해외파 3인방의 존재감이 큰 이유는 <나가수>가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예능프로그램이기 때문이야. 가수들이 모여 경연을 해 순위를 정하는 것이 핵심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웃고 즐기며 행복해하니까.

: 맞아. 폭발적인 노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가수들이 무대를 벗어나서는 아이 같은 말투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런 스타의 천진난만함을 발견하며 사람들은 엄청난 매력을 느끼지.

: <나가수> 프로그램의 매력이 어디 그것뿐이겠어? 우리 다음엔 더 흥미로운 캐릭터로 이야기해 봤으면 좋겠다.

: 그래, 홍홍홍!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