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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광고 나오면 원전 사고 난 것”
부안 투쟁 다룬 ‘야만의 무기’ 한국 원전 실태 고발
[인디다큐페스티발 2011] 의사가 의료현실 고발 ‘하얀 정글’도 주목
2011년 04월 06일 (수) 20:20:36 양호근 엄지원 기자 yanghogeun@gmail.com

 
   

국내 독립 다큐멘터리(기록) 영화계의 최대 축제인 <인디다큐페스티발 2011>이 지난 3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열렸다. 올해로 11번째를 맞은 이번 영화제는 ‘재개발’, 즉 토건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삶의 터전이 파헤쳐지는 현상을 주제로 열려 큰 관심을 모았다. 공모를 통해 18편이 선정되는 ‘국내신작전’에는 무려 100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의 여파가 한창인 가운데 열린 이번 영화제에서는 특히 우리나라 원전의 문제를 지적한 이강길 감독의 ‘야만의 무기’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의사인 송윤희 감독이 직접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고발한 ‘하얀 정글’도 큰 호응을 얻어 ‘실험상’을 수상했다.

후쿠시마 사고 여파 관심 집중된 원전 다큐멘터리

   
▲ <야만의 무기> 이강길 감독. ⓒ 유동렬.
지난 3월 11일 터진 일본 대지진과 이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부안사태’를 기록한 102분짜리 칼라 다큐멘터리 ‘야만의 무기’에 기대 이상의 눈길이 쏠리게 만들었다. 지난 2003년부터 3년간 전북 부안군 주민들의 방사물폐기처분장 건립 반대 운동을 담은 이 작품은 비록 수상작에 들지 못했지만 정부의 ‘개발논리’에 맞서 삶의 터전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던 주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고도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큐멘터리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으로 시작된다. 전투경찰대가 방패로 주민들을 후려치고, 물대포를 마구 쏘아댄다. 온 몸에 피범벅이 된 주민이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혔다. 이 필름을 본 한 외국인은 “연출 아니냐? 실제 상황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부안에서 왔다는 한 대학생 관객은 영화를 본 뒤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부안군 위도 주민들은 3000억 원의 보상금과 지역개발 논리를 내세운 정부의 이간질 때문에 찬반 진영으로 나뉘어 갈등하기도 했지만, 결국 방폐장 건립을 막아냈다.

“하지만 부안에 방폐장 건립을 막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난 게 아닙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도 있죠.”

지난 3월 26일 다큐멘터리 상영을 마치고 현장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이 감독은 “정부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 (부안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주민 분열만 조장하고 있다”며 “원전사고는 언제든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우 경제적 이득을 위해 일본 전력회사가 거짓말로 일을 키운 것”이라며 우리나라 원전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 일어나지만 회사 측과 당국이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 등이 조사한 것을 보면 고리, 영광, 월성, 울진 등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네 개 원전에서 사고가 일어난 시점과 방송에 한수원의 공익광고가 나간 날이 상당부분 일치합니다. 그러니까 방송에 한수원 공익광고가 나가면 원전에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이강길 감독의 다큐멘터리 <야만의 무기>는 지난 2003년 전북 부안군 주민들의 방사물폐기처분장 건립 반대 운동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 <야만의 무기>의 한 장면.

이 감독은 또 “한수원은 발전기 터빈에 들어가서 하는 위험한 작업은 대부분 마을 주민 중에서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맡긴다”며 이들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터진 후 원전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영광군 농민회 등 11개 단체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만일의 원전 사고에 대비해 방사능 측정 장비와 대피소를 설치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포기할 것’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원전이나 방폐장을 유치할 경우,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충분한 보상도 따른다고 홍보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원전이나 방폐장에 이익이 있다면 방폐장을 유치한 영광군 홍농읍이 왜 유령마을로 변했겠습니까?”

이 감독은 “홍농읍에 취재를 가서 보니 현지의 한수원 직원 사옥은 대부분 비어 있어 지역소비가 늘지 않았고, 주민들은 보상금을 챙겨 마을을 떠나겠다는 분위기였다”며 “결국 홍농읍은 텅 빈 마을로 변해갔다”고 말했다.

‘야만의 무기’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 중 하나는 부안의 한 주민이 자전거 자가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모습이다. 이 감독은 “우리는 여태껏 반핵, 폐기물 반대 구호를 외치는 데 그쳤다”며 “궁극적인 문제해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태양열 발전 등 대체에너지로 에너지 사용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수고 다시 만들어야 잘 사는 게 아니라, 자연 환경과 문화를 잘 보존하고 지켜야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깨달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숨 막히는 88분, 의사가 말하는 ‘불편한 진실’

<하얀 정글>의 송윤희 감독은 산업의학 전문의다. 남편도 의사다. ‘하얀 정글’은 그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다.

   
▲ 다큐 <하얀 정글> 포스터. ⓒ 네이버 영화

“남편이 의료 생활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한 남편이 돈 몇 만원이 없어서 죽어가는 환자가 정말 있다고 얘기하더군요. 그 얘기를 듣고 의료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송 감독이 직접 각본, 연출, 촬영, 편집과 내레이션을 맡고 남편과 공동으로 제작한 이 다큐는 가난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비참한 처지와 현행 의료제도의 불합리성을 조명했다.  한국엔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있지만 보장성이 낮아 가난한 사람이 큰 병에 걸리면 그냥 앓다가 죽을 수밖에 없다. 카메라는 이런 사람들을 차례로 비춘다.

이길동 할아버지는 병원비가 무서워 당뇨를 방치하고 있다. 월세를 감당하기도 벅찬 형편이다. 이옥 할머니는 수술비가 없어 장애인이 된 아들을 평생 수발하고 있다. 폐지를 주우며 근근이 살아가는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아들보다 늦게 죽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한 아기는 정부가 아닌 방송 모금프로그램 덕에 수술을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1년 후 아기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가 급물살을 탈수록 객석은 깊은 적막에 빠졌다. 벼랑 끝에 선 환자들의 절박함이 관객들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이따금 ‘하아’하는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힘이 약하면 잡아먹힐 수밖에 없는 정글. <하얀 정글>은 ‘성장 논리’를 들이미는 정부와 보험업계, 병원들의 의료민영화 공세 속에서 먹이사슬 아래쪽에 있는 ‘돈 없는 환자들’이 느끼는 공포와 절망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버틴다. 폐지를 모은 돈으로 파스를 붙인다. 하루하루 아픔을 참아 낸다. 

잔인한 정글의 법칙은 의사들도 그냥 놔두지 않는다. 카메라는 외래환자 수, 고가의 수술장비 사용횟수에 따라 매월, 매주 의사들의 순위를 매기는 병원 시스템의 이면을 향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잊혀지고 의사는 ‘영업사원’이 되었다. 다큐 후반부에는 현직 의사들과 전직 병원 원무과 직원이 등장, 그들 또한 이 정글의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다. 의료의 공공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그들은 갈등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라고 있는데, 회원이 몇 백 명 정도 됩니다. 하지만 '전국의사총연합' 회원은 그 열배입니다.”

   
▲<하얀 정글> 송윤희 감독. ⓒ 인디다큐페스티발2011 제공.
지난 3월26일 다큐멘터리 상영 직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송윤희 감독이 털어놓았다. 

똑. 똑. 똑. 천장의 작은 틈 사이로 물이 새어 나온다. 그 밑에선 누군가가 한 방울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필사적으로 두 손을 모아들고 있다. 하지만 물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이 장면은 다큐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다 마지막에 두 손을 거두고 틈새를 향해 시원스레 펀치를 날린다. 그러자 콸. 콸. 콸. 물방울이 아닌 물줄기가 쏟아진다. 

“그 장면은 트리클다운 효과(trickle-down effect)를 표현한 것입니다. 떨어지는 물방울을 간신히 받아 마시지 말고 그런 구조를 깨부수자는 상징적 장면이었습니다.”

얌전히 손 벌린 채 물방울이 떨어져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다 함께 펀치를 날리자. 바코드를 찍던 손들, 폐지를 줍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 손들, 그리고 청진기를 들이대던 손까지 한데 모아 신나게 펀치를 날려보자고 영화는 말하고 있었다.

영화를 본 관객 반응은 뜨거웠다. 안지혜(20‧대학생)씨는 “마치 한국판 <식코>를 보는 것 같았다”며 “이런 문제제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민영(19‧대학생)씨도 “그간 무관심했던 의료민영화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고,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얀 정글>에 ‘실험상’을 안긴 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씨 등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커뮤니티에서 쉽게 할 수 없는 발언을 해낸 용기, 그리고 특유의 표현력과 유머감각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인디다큐페스티발 2011’의 수상작은 아래와 같다.

▲ 실험상 = <하얀 정글>, 연출 송윤희
▲ 진보상 = <꿈의 공장>, 연출 김성균
▲ 대화상 = <마이 스윗 홈-국가는 폭력이다>, 연출 김청승
▲ 어깨동무상 = 문정현 감독, <할매꽃>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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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220.XXX.XXX.83)
2011-04-08 02:15:57
차라리 무엇을 위한 개발이라는 것을 솔직히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혹시 좀 더 좋은 방안이 있으면 머리라도 맞대고 해결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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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220.XXX.XXX.250)
2011-04-07 03:35:14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 우리는 후회해도 늦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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