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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흥행신화 일군 나영석 PD
[김정섭의 미디어스타] 직접 출연도 마다 않는 실험가
2011년 03월 25일 (금) 15:23:09 김정섭 lakeejs@naver.com

한국방송(KBS) 나영석 피디(PD·35)는 KBS 2TV <해피 선데이> ‘1박2일’ 코너로 부상한 스타 연출자다. 예능 프로그램의 젊은 제작자로서 스타급 출연진 못지않게 TV와 온라인 등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버라이어티(정형화되지 않은 예능오락) 포맷의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스스로 카메라 앵글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갔으니 ‘연출자’이자 ‘출연자’인 셈이다.
  
그는 2001년 KBS 27기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해 <출발드림팀>과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의 조연출로 출발했다. 이어 <스타 골든벨>, <해피 선데이-여걸식스>의 연출을 차례로 맡았다. <해피 선데이-1박 2일>을 제작하면서 프로그램의 인기를 타고 화면 속에 얼굴을 드러냈다. ‘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한다’는 방송계의 ‘고전문법’이자 ‘불문율’을 스스로 깬 것이다.

‘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한다’는 ‘불문율’을 깨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런 점에서 한 살 많은 문화방송(MBC) 김태호 PD와 쌍벽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잦은 화면 노출에 따른 유명세뿐 아니라 제작에 대한 열정과 창의성, 출연진을 이끄는 리더십과 조화능력 등을 두루 갖췄으니 ‘스타 PD’로 규정하는데 무리가 없다. 그가 만드는 콘텐츠의 품질과 그에 대한 시청자의 사랑, 관심은 시청점유율(20% 내외)로도 드러난다. 

   

<1박 2일>의 한 장면.  ⓒ KBS 제공

나영석 PD가 만드는 <해피 선데이-1박2일>(매주 일 오후 5시20분)은 <해피 선데이>의 두 번째 코너로 2007년 8월 출발했다. 모든 게 야외에서 펼쳐지는 실제 상황이란 의미에서 ‘리얼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내세우며 다양한 개성을 지닌 스타 출연진이 전국 각지를 매번 1박2일간 탐방하는 내용이다. 출연진은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김종민, 이승기 등이 주축이며 최근 배우 엄태웅이 합류했다.

그간 경남 통영의 소매물도, 충남 보령의 호도, 강원도의 양양, 설악산, 경포대, 홍천 가리산휴양림, 그리고 경북 울릉도 등 전국 각지에서 소박하고 아름다운 풍광과 살가운 인심을 담아내며 좌충우돌의 미션 에피소드와 웃음거리를 선보였다. 출연진은 서민들이나 농군들이 흔히 먹는 소찬을 즐기며 시골의 군불 냄새와 산골의 한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운에 따라 벌칙자를 정하는 ‘복불복 게임’ 등은 흥미를 증폭시키는 장치로 작용했다.
 
“예능은 공영방송에서도 웃음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고 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으면 공익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익적 책무 부분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더 잘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 촬영 중인 나영석 피디 . ⓒ KBS 제공
나영석 PD 스스로의 평가처럼 <해피 선데이-1박2일>은 그동안 뜨거운 사회적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프로그램에 소개된 지역이 재조명되면서 관광 붐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생, 회사원들이 어디론가 모꼬지나 세미나를 떠나고 싶을 때는 ‘1박2일’이란 타이틀을 붙이는 게 유행이 되기도 했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수여했고, 같은 해 한국관광공사는 ‘한국관광의 별-공로자 부문상’을 선사했다. 이에 앞서 나 PD는 2009년 3월 ‘제21회 한국PD대상 TV예능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KBS 내부에서도 2010년 ‘제9회 KBS 연예대상-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 ‘쇼·오락 MC 남자부문-최우수상’(이승기), ‘쇼·오락 MC 남자부문-우수상’(이수근) 등을 거머쥐었다. KBS에 따르면 2010년 방송3사 예능 부문 단일 프로그램 광고매출액 1위(204억 원)를 기록했으니, 방송사 살림에 대한 기여 면에서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땡!’ ‘탈락!’ 등 수많은 유행어로 팬 카페도 생겨 
 
프로그램이 주목받으면 제작과정 하나하나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제작자와 출연진의 소통 장면이 카메라에 잡힐 때, 시청자들이 예사롭게 넘기지 않는다. 그가 출연진에게 던진 ‘땡!’ ‘탈락!’ ‘실패!’ ‘다 드릴 순 없죠!’ ‘안 됩니다’ 등의 얘기는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누리꾼들이 이를 패러디해 다른 프로그램이나 사회현상을 꼬집는데 활용할 정도다.  온라인에 ‘나영석 PD 팬 카페’도 생겼다.
  
 “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해야 하는데 어쩌다보니 저도 프로그램에 직접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요즘 버라이어티에서 하나의 트렌드이고 현재 진행형인 것 같습니다. 외부 시선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제작 집중에 방해가 되고 부담도 큽니다. 그러나 이런 형식에 대해 미리 결론을 내기보다 일단 사후에 평가해보고 지속 여부를 결정하려 합니다.”

나 PD는 초중고 시절부터 대학 초년생까지 공부만 열심히 하던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고교까지 마친 뒤 연세대 행정학과에 들어갔다. 한때 전공학과의 특성상 고시준비도 생각했지만 대학에서의 연극반 활동이 그의 꿈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뭔가 다른 세상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연극반에서 선후배들과 함께 연기도 하고 대본을 쓰면서 뭔가 만들어가는 일이 아주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3학년 때 PD가 되기로 결심하고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다.
  
 “저는 어린 시절 MBC <칭찬합시다>와 KBS <유머 1번지> 같은 예능을 즐겨봤어요. 웃음과 공익이 어우러진 예능 프로그램이 매우 좋았습니다. 꼭 프로듀서가 되어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재미도 있고, 또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유형(공익과 메시지가 결합된 내용)이라서 그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나라면 이렇게....”란 구상 훈련으로 방송사 입사시험준비

나 PD는 이런 결심을 굳힌 후 방송사 입사시험을 남다르게 준비했다. 다른 친구들이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필기시험 공부에만 치중할 때 “당신은 PD 지원자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구상을 할 줄 아는가?”란 가상 질문에 제대로 답하고자 공을 많이 들였다. 누구보다 TV를 많이 보면서 “나라면 이렇게 만들 거야”란 구상 훈련에 몰두했다. 시험을 출제하고 뽑는 곳이 방송사이기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 묻고 스스로 답하는 방식을 반복하면서 시험 준비를 한 것이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고 결국 꿈을 이뤘다.

   
▲ 나영석 PD ⓒ 경향신문 제공
 
“PD는 매우 재미있는 직업입니다. 반면 적성에 맞지 않기 십상인 직업이기도 합니다. PD 지망생들은 PD가 됐을 때 뭘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PD라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이런 프로그램쯤은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복안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끔 대학생들이 ‘PD가 되고 싶다’며 찾아오는데, ‘무슨 PD가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을 못합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에게 프로그램을 이끄는 상상력의 원천은 여행이나 책이 아니다. 세상의 변화 속도와 경쟁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30대인데도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범상한 주제와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 특이하고 특별한 것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 프로그램 제작진의 집단토론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채집한 뒤 “우리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까?” “이 프로그램에 무엇을 담을까?”를 고민한다. 필요할 경우 충분히 조사도 하고 자료도 뒤진다. 쉴 때는 절대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딸, 아내와 함께 보내는 편이다. 

 “제 꿈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인간적 냄새가 깊게 드리워진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프로그램을 즐겁게 만들고 거기서 행복을 느끼는 PD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일단 <해피 선데이-1박2일>을 잘 마치고 그 다음을 생각하려 합니다. <1박2일>은 전에 선보인 외국인 노동자 특집처럼 대한민국의 의미를 담거나 소외된 집단을 조명하는 특집도 하려고 합니다. 오프로드레이스(비포장길 경주)등 보통사람들이 폭넓게 즐길 수 없는 좋은 체험도 가끔 선보이고 싶습니다. 제가 시골에서 자랐으니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좀 더 잘 발견해내 프로그램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요?” 


   

   

  김정섭/ 성신여대 방송영상저널리즘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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