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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어 ‘ㅋ, ㅎ, ㅠ’ 에 대한 고찰
[제2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차상 이후민
2011년 03월 15일 (화) 22:11:11 이후민 gnalsdl2@naver.com

   
▲ 이후민
최근 한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에 흥미로운 게시물이 올라왔다. '여자들이 귀찮은 문자메시지에 대꾸하는 방법.' 우선 남이 무슨 이야기할 때 ‘정말? 그렇구나 ㅎㅎ’는 '귀찮은데 어쩌라고 문자 좀 그만해'라는 뜻이란다. 또 ‘아. 내가 바빠서 문자를 못할 것 같아 다음에 하자 ㅋ"는 '너랑은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연락 안 할 거야. 문자 좀 그만해'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겉 다르고 속 다른 인터넷, 문자메시지 표현 방식은 네티즌이라면 대개 공감할 것이다. ‘귀찮음’을 애써 웃어 보이는 대신 'ㅋ, ㅎ'으로 간편히 처리하는 게 인터넷이다.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경로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문자메시지나 컴퓨터 메신저다. 젊은 층일수록 이 간편한 매체에 쉽게 노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SNS가 급속히 인기를 얻으면서 1대1을 넘어 1대 다 커뮤니케이션까지 동시에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많은 폐단을 낳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가 많이 보도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남의 아이디를 사칭해 친한 사람인 척 돈을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이 신종사기 사례로 보도되고 있다. 인간과 인간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편리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를 악용해 쉽게 남을 사칭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뿐인가?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은 상대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친구 간 메신저 대화 내용이나 문자메시지의 맥락을 오해받아 싸운 경험은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이용자라면 겪어 보았을 것이다. 메신저는 인간관계의 맺고 끊음을 편리하게 해주기도 한다. 친구의 대화 요청을 적당히 피해버릴 수도 있고, 쪽지를 늦게 봤노라고 거짓말할 수도, 차단하거나 삭제해버릴 수도 있다. 기계를 통한 소통은 인간과 인간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만나게 해주기도 하지만 그 시간과 공간이 꼭 제약인가 하는 데에는 의문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계 위주의 의사소통은 날이 갈수록 인간을 외롭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편리함에 가려져 인간의 온기를 잊은 단순 의사전달을 환영할만한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이러한 고민은 기술개발의 중심에 서 있는 기술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한 통신사 CF문구가 '사람을 향합니다'였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통신기기의 CF들이 점점 높은 성능보다는 그 성능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스토리텔링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기술 발전이 궁극적으로 향해야 하는 가치는 결국 인간이다.

'ㅋ, ㅎ, ㅠ.' 기쁨 혹은 슬픔을 나타낼 때 인터넷이나 문자메시지에 흔히들 쓰는 '신종 의성어, 의태어'다. 그러나 이들이 진짜 감정까지 표현하고 대체할 수는 없음을 우리는 안다. 인간과 휴머니즘에 대한 배려와 고민. 그것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에 반드시 동반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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