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무더기 선정...전문의약품광고 허용 등 특혜 요구도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정부가 지난 연말 종합편성채널 4곳과 보도전문채널 1곳을 선정하면서 미디어업계에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우선 종합편성채널이라는 게 뭔지부터 간략히 정리해볼까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MBC, KBS, SBS처럼 전파 수신 장치만 있으면 누구나 보고들을 수 있는 방송을 지상파 방송이라고 하고, 유선 네트워크를 통해야만 보고들을 수 있는 방송을 케이블 방송이라고 흔히 분류하죠? 종합편성채널은 케이블방송의 하나지만, 일반 케이블이 한 분야의 전문적인 방송만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지상파처럼 보도 교양 드라마 연예 스포츠 등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방송입니다. 특히 이번에 허가된 종편채널은 전국의 1500만 케이블 가입자에게 의무적으로 전송돼, 지상파 못지않은 접근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지상파가 하루 19시간만 방송하는데 반해 24시간 방송이 가능하고 광고나 프로그램 편성 관련 규제는 지상파보다 덜 받기 때문에 유리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많은 언론사들이 종편 진출을 희망해 왔습니다.   

이전투구 생존경쟁으로 언론 공정성 훼손 우려 

홍: 그 중 조선 동아 중앙 매경 등 4개 언론사가 종편사업자로 선정됐는데요, 이 결과를 놓고 상당히 논란이 많죠?

제: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방송 광고시장이 크지 않고, 그나마 온라인 등 뉴미디어 때문에 위축되는 추세인데, 종편이 하나만 진출해도 사업성이 있을까 말까한 상황에 4개가 한꺼번에 선정된 것은 무리라는 것입니다. 종편과 기존 방송사들이 먹고 살기 위해 얼마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선정된 사업자들이 흔히 ‘보수언론’이라고 하는, 친정부 친자본 성향의 매체들 일색이어서, 이미 신문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여론의 독과점이 방송까지 확장되지 않겠느냐는 걱정입니다. 올 하반기에 종편 방송이 시작되고 내년에 총선, 대선이 있는데 친여 성향의 보도와 논평만 부각되고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목소리는 아예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홍: 여론의 독과점도 문제겠습니다만, 종편채널이 한꺼번에 4개나 생기면 수익성을 내기 어려워서 이 중 일부는 얼마 안가 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더군요.

제: 그렇습니다. 광고업계나 증권업계 등에서 그런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방송광고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기준으로 8조원 정도인데, 가만 놔두면 올해 기껏해야 6%(4천8백억 원)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4개의 종편채널이 수지균형을 맞추려면 광고가 2조원은 더 늘어야 한다고 하는군요. 갑자기 방송광고의 파이가 그렇게 커질 수는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이 조건에서는 2~3년 안에 자본금을 잠식하고 망하는 종편이 나오고, 인수합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홍: 스스로 선택해서 종편에 진출했고, 시장경쟁에서 패배했다면 망하는 게 당연하겠습니다만, 문제는 이 종편사업자들이 다 우리나라의 유력한 신문사들인데, 그냥 조용히 문을 닫겠느냐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그래서 미디어업계는 물론 일반 기업들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새로 출발한 종편과 이들의 도전을 받는 지상파, 그리고 기존의 케이블 채널들이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 ‘피 튀는’ 경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언론의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정된 광고를 따내기 위해 시청률 경쟁을 벌이다 보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른바 ‘막장 프로그램’을 앞 다퉈 제작할 수도 있고, 광고주의 입맛에 맞추느라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기능을 아예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한편으로 기업들은 신문사의 영향력을 앞세운 종편들이 광고를 더 얻어내기 위해 이른바 ‘기업 팔 비틀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특혜 요구에 일자리 창출은 불투명 

홍: 이런 ‘생존 경쟁’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종편사업자로 선정된 언론사들이 정부에 이런 저런 특혜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하더군요.

제: 그렇습니다. 우선은 제일 급한 게 방송광고시장의 덩치를 키우는 일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금지하고 있는 의료시설이나 전문의약품, 생수제품 등에 대한 광고를 종편에만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KBS 1TV는 광고를 안 받지만 2TV가 광고를 하는데, 2TV 광고를 금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서 그 몫을 종편이 나눠가질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은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하나는 ‘황금채널 배분 요구’입니다. 현재 지상파는 5, 7, 9, 11 등 낮은 번호를 쓰고 케이블들은 대개 100번이 넘어가는 채널번호들을 주로 쓰는데,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쉽도록 지상파와 비슷한 낮은 번호의 채널(지금은 홈쇼핑들이 주로 사용합니다만)을 배정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사업권에 해당하는 부분이어서 무리한 요구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홍: 의료기관이나 전문의약품 등의 광고규제를 푸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반대가 있죠?

제: 의사협회나 소비자단체 등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을 광고할 수 있도록 하면 환자를 오도할 수 있고, 광고비용이 약값에 전가돼 의료소비자나 건강보험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료기관이나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홍: 정부가 종편채널을 도입하기로 했을 때 내세운 명분의 하나가 일자리 창출인데요, 다른 건 몰라도 일자리는 좀 늘어날 수 있을까요? 

제: 일단 종편 4개와 보도채널 1개가 새로 생기는 만큼 경력직의 이동과 함께 신규 일자리 창출도 꽤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그러나 좀 더 길게 볼 때 신규 방송사나 기존 방송사 중 망하는 곳이 생긴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미디어법 개정 전에 관변연구소에서 ‘일자리 2만개와 2조9천억 원의 생산유발효과’라는 분석을 내놨는데, 이 것은 근거가 부족한 장밋빛 전망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반면 콘텐츠공급업체, 즉 연예기획사나 외주제작사, 그리고 광고대행사 등은 종편 출범과 함께 상당한 호황이 기대되고, 기존 인력들의 몸값이 올라가면서 신규인력 수요도 꽤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1월 5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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