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TV를 보니: 10.11~17]

시사 프로그램과 시청률의 함수

시사 프로그램은 시청률 추이와 무관할 수 있을까? 시청률이 하향 추세에 접어들면 오랜 전통과 명성을 쌓은 프로그램도 폐지 논란에 휩싸이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된다. 최근 <후 플러스>와 <김혜수의 W>의 폐지를 지켜보면서 시사 프로그램들도 결코 시청률과 무관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주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눈여겨 볼만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일본을 강타한 한국 걸그룹 열풍 - 신한류(新韓流)의 비밀코드’ 편 ⓒSBS 캡처사진
10월 16일(토)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 ‘일본을 강타한 한국 걸그룹 열풍 - 신한류(新韓流)의 비밀코드’ 편은 시청률 11.7%(AGB닐슨 수도권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했다. 10월 9일 ‘제가 낳았지만 제 아이가 아닙니다 - 임신거부증의 실체’ 편 8.2%, 10월 2일 ‘의단원 의식치료의 실체 - 기적의 신의학인가 죽음을 담보로 한 사기인가’ 편 8.6%에 비하면 지난주는 평균보다 약 3%의 시청률 상승을 보였다. 토요일 당일 전체 시청률 순위도 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런 갑작스런 시청률 상승은 소재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 16일 방송은 한국 걸그룹의 일본 열풍 현상과 그 성공의 비밀코드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이에 아이돌 그룹이 부수적으로 프로그램에 자료화면이나 사례, 인터뷰 등에 많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아이돌 그룹 팬층인 10대~20대 초반 시청자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 새롭게 유입되어 시청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매주 다른 소재를 다루게 되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속성상 소재에 따라 시청률 기복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시사 프로그램이 시청률에 얽매여 소재 선택이 자유롭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만약 시청률이 아이템 선정에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심각하게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거나 시청률에 휘둘려 소재 선정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시사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시청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성공하고 있다 할까? 그러나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동종 프로그램인 <PD수첩>이나 <추적60분>과 비교하면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부끄러워해도 좋을 듯싶다. 시사 프로그램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대가로 시청률에서 달콤함을 누려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사 프로그램들은 생존이 먼저일까? 아니면 의제설정 등 언론 기능에 충실한 것이 먼저일까? 이 질문은 제작진이나 시청자인 우리에게도 풀기 어려운 숙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시청자인 우리는 시사 프로그램들의 소재 선택 추이를 지켜보면서 그들이 옆길로 새거나 핵심 쟁점을 피하는 것은 아닌지 감시해야 한다.
 
<후 플러스>와 <W>의 빈자리는 컸다

<김용만 강수정의 노하우 수사대>가 10월 2일 종방한 <후 플러스> 자리에 시청자들 반응을 탐색해보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다. <노하우 수사대>는 10월 14일(목) 4.4% 시청률을 기록했다. <후 플러스>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3.5%였다. 같은 시간대 SBS ‘한밤의 TV연예’는 9.1%, KBS2 <해피투게더> 11.6%였으니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한 이유가 무색하게 되었다.

▲ <후 플러스>의 마지막 장면 ⓒMBC 캡처사진
<W>와 <후 플러스>의 폐지 논란이 한창일 때 MBC 경영진은 <후 플러스>를 시청률 부진 때문에 없앤다고 강변했다. 과연 시청률이 문제였던 프로그램이 폐지된 자리에 어떤 성격의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일까? <노하우 수사대>는 예능도 교양도 아닌 모호한 성격의 프로그램이었다. 정규 개편 시기도 아닌 시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는 파일럿이 등장한 걸 보면 사전 준비 없이 멀쩡한 시사 프로그램을 손봤다는 세간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하우 수사대>는 늦둥이 낳는 노하우, 40대 여성이 몸짱 되는 노하우, 자산 30억 이상 젊은 CEO 되기 노하우를 소개했다.

이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해 TV평론가 김교석은 “<노하우 수사대>의 콘셉트가 생활에 관련된 분야별 고수의 특별한 노하우를 알아보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 ‘고수가 왔다’와 대동소이하고, 형식적으로는 SBS <생활의 달인>류 프로그램에 김용만과 강수정의 내레이션을 덧붙인 정도이며. 지난 가을 KBS에서 단 한 번 파일럿 프로그램 방영으로 막을 내린 <우주인>과 거의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급조해야 하는 일정, 제작비 압박이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이러한 취재성 오락 프로그램은 제작진도 편성 당사자들도 결과를 알고서 행하는 불나방과도 같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우주인>을 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인다면, ‘우리 주특기가 인생을 바꾼다’는 모토 아래 달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달인의 진기한 기술이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따뜻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놓고 최고의 ‘우주인’을 선발하는 포맷은 다큐멘터리를 억지로 예능화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파일럿 방영 후 정규편성이 되지 않았다.

MBC는 시사 프로그램을 없애고 예능을 늘린다는 비난을 의식했는지 교양형 예능을 파일럿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이 파일럿 프로그램은 기존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면밀한 포지셔닝 작업도 없었던 듯하다. 시청률 면에서 강세인 상대 프로그램들을 압도할 가능성은 더욱 없어 보인다. 과연 <후 플러스>가 떠난 자리를 어떤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지 궁금하다. <W>가 떠난 자리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성공할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는 방송 콘텐츠의 홍수 시대다. 가끔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보기 싫어 멀쩡한 프로그램을 폐지한 뒤 후속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편성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 거기서 우리는 콘텐츠에 대한 공영방송 경영진의 몰이해를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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