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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들에게 고함
[제1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차상 한종빈
2010년 09월 30일 (목) 20:50:09 한종빈 1@1

일일신우일신. 이 고사성어만큼 현대사회를 잘 드러내는 단어가 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웃지 못할, 믿지 못할 이슈들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대한민국은 ‘일일신우일신’이라 조소하기 부족함이 없다.

일등만능. 일련의 사회문제를 야기한 실체이다. 이 녀석은 ‘기회의 평등’이라는 그럴싸한 가면을 쓰고 우리를 능멸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일등이 될 수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단다. 실패한 저 사회주의가 자신의 우월성에 대한 방증이란다. 이 그럴싸함을 믿고 우리는 일등이 되기 위한 경쟁에 인생의 대부분을 바치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경쟁의 출발선상에 서는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은 예견된 현상이었다.

일촉즉발. 이 이전투구의 경쟁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남의 밥그릇을 빼앗기 위해 잔뜩 날을 세운 저 모습을 보라. 호의조차 적의로 의심받는 시대에 남을 위한다는 것 자체가 자폭을 도모하는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스스로 담을 쌓고 자꾸만 안으로 향하며 누가 자신의 담 주위를 기웃거리기라도 하면 당장 폭발할 듯한 예민함을 보인다. 처음 담을 쌓는 시기가 갈수록 빨라짐은 물론이다.

일사천리. 그런데도 국회는 일등을 위한 법안을 만드는 데 일사천리다. 복지 관련 법령에는 온갖 잣대와 가정들을 들이대며 뭉그적거리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국회에는 일등들만 모여 있기 때문일까? 그 때문에 갈수록 이등들이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일등만능이라는 녀석이 그토록 기세 좋게 외쳤던 기회의 평등조차 현재로선 요원한 일이다.

일확천금. 갈 곳 없는, 설 곳 없는 이등들은 어디로 향하는가? 일등들이 만들어놓은 견고한 카르텔을 부술 의지도 힘도 없는 이등들의 거의 유일한 희망은 일확천금일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로또는 무척이나 얌전하고 합법적인 방법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웃지 못할, 믿지 못할 범죄들은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의 산물이 아니던가. 일등들은 저 멀리서 이러한 이등들을 경멸하고 있겠지만 이등들에게 범죄를 교사(敎唆)하는 사회를 만든 장본인은 누구인가?

일장춘몽. 축하 받아야 마땅할 일등들은 어디로 갔나 했더니 그들끼리 일등경쟁에 여념이 없다. 그리하여 피라미드의 정점에 선 자에게 묻겠다. 그대는 먼 훗날 인생의 끝에서 인생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치겠는가, 아니면 ‘인생은 일장춘몽이었다’고 한탄하겠는가?

일도양단. 이제 이등들에게 고한다. 세상이 조금씩 살기 좋게 바뀌어갈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버리길 바란다. 이대로 보고만 있으면 ‘일등이 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갈 뿐이다. 일도양단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그대들은 다수이고 그대들에겐 일등들을 움직일 투표권이 있으며 이등들끼리 소통할 도구들이 그 어느 때보다 멋지게 갖추어진 세상 아니던가?

이등들이여.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우리 이등들 책임이 크다. 일등을 방관한 죄, 후세에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겠는가? 이등이었던 아버지들이 힘들게 쟁취한 자유와 평등을 그 아래세대에 물려줄 책임은 이등인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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