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젊은 것들> 출간 이후, 저자 전아름

  

▲ '인터뷰집' 기획에 참여한 전아름씨. ⓒ민보영

386세대의 시선도 20대에겐 장벽

지난겨울은 이 젊은이들에게 특별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모아 만든 책, <요새 젊은 것들>이 꽤 화젯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사회에 대한 '뒷담화'를 또래와 나눈 책인지라, 큰 기대 없이 책을 만들었다. 뜻밖에도 수많은 매체에서 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초판이 거의 팔린 만큼이나 저자들 얼굴도 많이 팔렸다.

서울여대에 재학 중인 전아름씨가 그 중 하나다. 20대를 두고 세대 바깥에서 ‘스펙 쌓기에만 열중한다’는 둥 설왕설래가 많은 요즘, 스물다섯의 그는 출간 이후 좀 다른 얘기들을 들었다. 그 얘기들이 좋았든 나빴든, 그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 보였다. <요새 젊은 것들> 속편을 준비하는 게 그 반향 중 하나다. 그에게 이 책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는 학보사에서 일하다 이른바 '운동'하는 선배들을 알게 됐다. 퇴임 후 자신의 목소리를 낼 매체를 찾아보다 우연히 <민족21>에 들어간 게 시작이었다. '문화기획팀'을 맡은 그에게 국장이 책 발간을 제안한 것이다.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주변의 또래들을 만나가며 정보를 얻었고, 내친김에 '인터뷰집'을 생각해냈다.

▲ 지난 1월 발간된 <요새 젊은 것들>.ⓒ민보영
참신한 생각도 '넘사벽' 부딪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친구들과 얘기를 나눴다. 친구들 생각은 무척 다양하고 참신한 것도 많았지만, 마지막엔 언제나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뜻하는 인터넷 줄임말)에 부딪혔다. 그 장벽은 다름 아닌 ‘20대를 바라보는 386세대의 시선’이었다.

책을 기획하고 출간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죽 그들의 기대가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일례로 한겨레에 실린 ‘순수20대비판’이라는 칼럼은 <요새 젊은 것들>의 저자를 '패션좌파'로 규정지으며 더욱 거칠게 저항할 것을 주문했다. 친분이 있던 30대 칼럼니스트는 "요새 애들은 사랑만 하냐"고 묻기도 했는데, 그는 "어느 시대든 사랑에 빠지면 사랑밖에 모르는 거 아닌가요"라고 답했단다.

"돌이켜 보면 그 답에 모순도 있지만, 그렇게 조금씩 우리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순간도 많았다. 그는 '20대 안에서 각기 다른 의견을 주고받는 게 의미가 있나' 하는 고민도 했다. 청년층의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청년유니온’이 결성됐을 때도 그랬다.
 
"좀 맥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대표가 30이 넘었는데, 그때 와서 '청년'이 다 뭔가 싶었죠."

그러나 그런 고민은 386세대의 '연대'하자는 담론에 포섭당한 결과였다는 걸 깨닫고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닥친 현실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면 된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다음에는 '섹시한 남자들 얘기'를 글로 담아내고 싶어 한다.

공동저자들 제각기 20대를 위한 각론 준비

20대를 말하고 싶은 욕심은 공동저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에서 정치외교학과 미학을 전공하는 박연씨는 세미나를 함께 하는 학생들과  함께 주제를 잡고 20대에 대한 토론을 벌여 그 내용을 책으로 낼 예정이다. 경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단편선씨는 '대한민국 20대 남성이 최저생계비로 살아보기'라는 에세이를 쓰려고 한다.   
 

▲ <요새 젊은 것들>의 저자 박연, 단편선, 전아름(왼쪽부터 순서대로).ⓒ한겨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이들이지만, 결코 한가하진 않다. 전아름씨는 현재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있고, <민족21>에서 객원기자로 있는데다 여기저기서 원고청탁도 받기 때문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어도 먹고는 살아야 한단다. 그런 그에게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자, 분명한 답변이 돌아왔다.

"정치는 곧 먹고 사는 일 아닌가요? 내가 오늘 뭘 먹을까, 누굴 만나 무슨 얘기를 할까? 이런 고민엔 다 선택이 개입되잖아요. 서울여대가 학생 전원에게 아이폰을 지급한다는데, 전 그 돈으로 실험실습비나 학내복지에 좀 더 신경 썼으면 좋겠거든요. 저는 아이폰 대신 학내복지 쪽을 택한 거고, 그 자체가 곧 정치활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나중에 아동문학을 기획하고 싶어 한다. 아직 계획 중이지만, 성인문학보다 더 심오한 세계일 것 같단다. 동화 얘기를 신나게 하던 중, 그의 전화벨이 울렸다. ‘학보사 후배’라고 했다. 뭔가 부탁받은 듯했는데 선뜻 ‘그러겠다’고 답했다.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미다. 일하는 곳에서 상사에게 쉽지 않은 제안을 받았을 때도 그랬다. 긍정적인 성격 탓에 책이 나왔다. 모르긴 몰라도, 20대에 관한 각론에 그녀의 책이 한 몫 할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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