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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피겨 인생의 '갈라쇼'가 시작된다
1년 8개월 만에 복귀, 새 시즌 시작하는 김연아
2012년 12월 05일 (수) 20:02:08 정혜정 기자 smse7728@naver.com

피겨스케이팅 대회에 출전하는 싱글 선수는 두 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2분 50초짜리 쇼트프로그램과 4분 10초간 연기를 펼치는 프리프로그램. 하지만 김연아는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늘 3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그녀는 쇼트와 프리뿐 아니라 나머지 하나의 프로그램까지 선보이고 나서야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탑 클래스 선수들이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바로 갈라프로그램. 쇼트와 프리프로그램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대회에서 상위권에 랭크된 선수는 갈라쇼에 출전할 자격을 얻는다.

김연아의 갈라쇼 출석률은 100%. 2004년 출전한 주니어그랑프리부터 지난해 세계선수권까지 27번의 국제대회에 참가한 그는 모든 대회에서 3위 내에 입상했고 그때마다 준비해온 갈라프로그램을 선보이곤 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대회 때마다 3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했던 그. 어쩌면 그의 피겨 인생도 쇼트, 프리 그리고 갈라로 나눠볼 수 있겠다. 내년 2월 대학을 졸업하는 김연아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지금까지 16년째 피겨 선수로 살고 있다.

   
▲ 2011년 3월 세계선수권 이후 1년 8개월 만에 대회에 출전하는 김연아 선수. ⓒ 정혜정

첫 출전한 국제 대회서 금메달 획득, 화려한 시작

2002년 4월,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노비스 부문(13세 이하) 금메달을 차지한 김연아는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2년 뒤 주니어 선수로 참가한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는 쇼트, 프리프로그램을 석권하며 대회 1위에 올랐다. 자신의 14번 째 생일에 목에 건 금메달. 이 메달은 한국 피겨 역사상 첫 국제대회 메달이었다.

이듬해 그랑프리시리즈와 파이널 그리고 주니어세계선수권까지 4개의 국제대회에 참가한 김연아는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쇼트 1위, 프리 1위, 합계 1위의 성적을 거두며 자신의 피겨 인생 쇼트프로그램을 기분 좋게 마무리 했다.

실제 경기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쇼트에서 선전하더라도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해 프리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찬가지로 주니어에서 활약했더라도 급격한 신체변화로 시니어 무대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는 사례도 빈번하다. 김연아의 경우는 어땠을까?

그의 피겨 인생 2막, 프리프로그램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올림픽, 세계선수권, 그랑프리파이널, 4대륙선수권 우승으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자신이 세운 기록을 다시 경신하는 방법으로 11차례 세계신기록을 달성하는 커리어를 갖게 됐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픔도 많았다.

계속되는 부상, 진통제 맞고 대회 출전

2006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김연아는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해 71.95점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챔프의 등장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튿날 열린 프리는 재발한 허리 통증 탓에 완벽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세계선수권 우승을 염원하던 그는 동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2007~2008 시즌, 박쥐(쇼트)와 미스 사이공(프리)으로 시니어 두 번째 시즌에 나선 그는 그랑프리시리즈와 파이널을 모두 1위로 마무리하며 시니어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세계선수권이 발목을 잡았다. 고관절 부상이었다. 진통제를 맞아 부은 얼굴로 얼음 위에 섰다. 부상투혼을 발휘한 김연아는 종합 순위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랑프리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세계선수권에서 번번이 챔피언 타이틀을 놓친 그는 새 시즌을 앞두고 목표를 세웠다. 인연이 없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거머쥔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올림픽에 전념하겠다는 다짐이었다. 2008~2009 시즌 죽음의 무도(쇼트)와 세헤라자데(프리)를 세상에 선보였다. 검은 의상에 스모키 화장, 강렬한 눈빛으로 죽음의 무도를 연기하는 김연아의 스케이팅에 관객들은 박수로, 언론은 호평으로, 심판은 높은 점수로 답했다. 여성 싱글 선수 최초로 총점 200점을 넘긴 그녀는 마침내 세계선수권대회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다음은 올림픽. 부상에서 벗어난 그는 2010 밴쿠버올림픽을 위해 컨디션 조절에 몰두했다. 시즌 중 출전한 모든 그랑프리시리즈에서 1등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여가던 ‘피겨 여왕’은 올림픽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 차례의 실수도 없었다. 제임스 본드 메들리(쇼트• 78.50점)와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프리• 150.06점)를 연기한 김연아는 총점 228.56점이라는 경이로운 점수를 받아 들고 올림픽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 밴쿠버올림픽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김연아는 올림픽이 끝났지만 자유의 몸이 되지 못했다. 올림픽이 끝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해야 했다. 이렇다 할 동기를 찾지 못한 올림픽 챔피언은 쇼트에서 평소 하지 않던 실수를 범해 7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전화위복이 된 것일까. 다음날 열린 프리에서 1위를 차지한 김연아는 대회 2위로 올림픽 시즌을 마감했다.

올림픽 챔피언이 되어 돌아온 김연아에게 언론은 '현역 연장이냐, 은퇴냐'를 물으며 결단을 촉구했다. 미국에서 훈련을 이어간 그는 선수 연장에 관한 결정은 잠시 미룬 채 2011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신을 응원해준 국민을 위해 연기하겠다던 그녀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아리랑을 편곡한 오마주 투 코리아(Homage to Korea)였다.

한국에 대한 경배. 국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김연아. 그녀의 피겨 인생이 그렇게 마무리 되는 듯했다. 찬 바람이 불던 3월 마지막 인사를 건넨 그는 이후 일정을 묻을 때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소치올림픽까지 선수 연장, 피겨 선수로서 새롭게 시작

그러던 지난 7월, 김연아가 기자회견을 통해 현역 선수로 복귀해 2014 소치올림픽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는 이제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선수가 아닌,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로 새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중략) 저는 소치올림픽에서 현역 은퇴를 하겠습니다. 어렸을 때 선수 생활 종착역을 밴쿠버올림픽으로 정했지만 저는 이제 그 종착역을 소치올림픽으로 연장시키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려 합니다."

김연아 피겨 인생의 갈라쇼 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팬들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얼음 위로 돌아온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이후 김연아는 7살 꼬마를 피겨 선수로 이끈 류종현 코치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3년간 자신을 가르쳤던 은사 신혜숙 코치를 새 지도자로 맞이했다.

코치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김연아가 8일(한국시각), 복귀 무대를 갖는다. 국제빙상연맹의 피겨 규정 개정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술 점수(쇼트 28점• 프리 48점)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시즌을 건너 뛴 그는 기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6일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리는 NRW 트로피대회에 출전한다. 이 대회를 시작으로 김연아는 내년 1월 전국 남녀 종합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뒤 3월 10일부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리는 2013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 뱀파이어의 키스와 레 미제라블 안무는 데이비드 윌슨이 맡았다. ⓒ 정혜정

2011 세계선수권 이후 1년 8개월 만에 복귀하는 ‘피겨 여왕’은 NRW 트로피대회에서 이번 시즌 쇼트프로그램인 뱀파이어의 키스(The Kiss of the Vampire)와 프리프로그램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을 공개한다. 피겨 선수로서 쇼트와 프리프로그램에서 후회 없는 연기를 마친 김연아의 첫 번째 갈라 쇼 프로그램인 셈이다.

올림픽 챔피언 타이틀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김연아. 선수로서 모든 명예를 얻은 그녀가 다시 출발선에 섰다. 피겨 선수로서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김연아의 새로운 도전이 사흘 뒤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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