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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스트레스 털어내고 ‘밥 짓는’ 밴드
[단비인터뷰] 직장인 11명 뭉친 ‘밥밴드’의 장성녕 단장
2012년 08월 27일 (월) 21:46:26 임온유 기자 momdero@naver.com

이 땅의 직장인은 괴롭다. 불쑥불쑥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조직 내의 치열한 경쟁과 불투명한 미래가 숨통을 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무리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에스원(S1), 정밴드 등 넥타이를 맨 직장인밴드가 그들이다. 그런데 회사일 하랴 밴드 활동하랴 뛰어다니다 보면 쉴 시간이 없어 더 피곤해지는 건 아닐까? 

“쉬는 게 따로 있나요 뭐. 노래하는 것 자체가 쉬는 거죠. 오늘도 주말이지만 공연하러 왔어요. 이게 재미고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쉰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거죠. 노래를 부를 때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그게 바로 제 삶의 에너지가 됩니다.”

   
▲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밥밴드 장성녕 단장. ⓒ 임온유

지난 5월 말 대구 가톨릭 대학교 유스티노 캠퍼스에서 만난 직장인그룹 ‘밥밴드’의 장성녕(44․대구 수성구․㈜서방 근무)단장이 말했다. 이날 오후로 예정된 장애인문화축제 축하공연 준비에 한창이던 그는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공간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젠 그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밴드 연습은 한 주의 낙이 됐고, 그 덕에 회사 일을 더 즐겁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단다. 동료들도 자신을 많이 부러워한다고.

그는 직장 생활에 한창 피로감을 느끼던 지난 2008년 ‘다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80년대 말 학창시절에 밴드활동을 했던 그는 회사 다니며 매일 술 마시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밴드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가톨릭생활성가단체를 통해 마음 맞는 친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실용음악학원이나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음악교사, 학교 행정실이나 설비회사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 등 남녀 11명이 뭉쳤다. 2010년 3월, ‘밥밴드’가 첫걸음을 뗐다.

“왜 ‘밥밴드’냐고요? 이왕 음악활동을 할 거면 좀 더 의미 있게 하고 싶었어요. 멤버들과 술 한 잔 하던 중 고 김수환 추기경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밥이 되어주십시오.’ 이거다 싶었죠. 결식아동들에게 우리 밴드가 밥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 장성녕 단장이 작년 정기공연에서 기타치며 노래하고 있는 모습. ⓒ 밥밴드

밥밴드는 공연 수익금 전액을 결식아동을 위해 쓴다. 지난해 9월 첫 정기공연에서 거둔 수익금은 가톨릭사회복지회의 추천을 받아 결식아동 세 명을 위한 지원금으로 전달했다. 최근엔 가톨릭근로자센터의 소개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요즘은 소규모 공연에서 거둔 수익금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여러 단체를 통해서 정기적으로 도움 줄 아동들을 찾고 있는데, 그 친구들을 위해 쓰고 싶어요.”

밥밴드는 지역의 시민축제부터 동창회 축하공연까지 다양한 행사의 섭외 요청을 받는다.  평균 한 달에 한 번 꼴로 공연을 한다. 장 단장은 “저희 실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가급적 좋은 일 하는 밴드를 초청하려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기회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 장성녕 단장이 작년 정기공연에서 노래하고 있는 모습. ⓒ 밥밴드

바쁜 직장인들이 모여 밴드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사실 연습하다보면 서로 맞지 않을 때도 있죠. 회사에서 일에 치이다 왔는데 밴드 합주 때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힘들고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무대 위에서 공연하면 다시 힘을 내게 되요. 우리 공연을 보며 사람들 얼굴이 환해지는 걸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죠. 음악이 우리를 다시 묶어 준다고나 할까요.”

구성원 11명 모두 직장에 다니고, 이 중 절반가량은 맞벌이 주부인데도 매주 2시간씩 하는 연습이나 공연 출석률은 100%라고 한다. 밥밴드가 주로 연주하는 곡들은 현재의 40, 50대들이 젊은 시절 즐겨들었던 음악, 즉 ‘7080음악’이다.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건아들의 ‘젊은 미소’ 같은 곡들이다. 워낙 잘 알려진 노래들이라 7080세대 뿐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까지 함께 즐기게 된다고 한다. 반면 자작곡은 부르지 않는다. 실력을 과시하기보다 관객들에게 친숙한 노래를 통해 흥을 돋아주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밥밴드가 작년 정기 공연에서 연주하고 있는 모습. ⓒ 밥밴드

밴드활동을 통해 젊은 시절 접었던 꿈을 이뤘다는 장 단장은 동료들과 함께 또 다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는 직장인 밴드라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기성 밴드처럼 음악으로 유명해질 수 없다는 걸 잘 알아요. 그래서 우리는 밴드에서 멈추지 않고 ‘밥’을 나누는 활동을 펼칠 거예요. 연말이면 방송국 등에서 하는 반짝 자선 행사 대신 365일 지속적으로 결식아동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단체를 만들 생각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진 못했지만 밥밴드는 이 꿈을 향해 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요즘은 공연 때마다 후원하는 아이들의 사연을 관객에게 소개하면서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고.

“아프리카나 북한 아이들만 굶는 게 아니에요. 우리 주위에 굶고 있는 애들 정말 많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별 죄의식 없이 버리곤 하죠. 저희 공연을 통해서 결식아동들에 대한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싶어요. 그런 마음들이 모이고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삶의 돌파구가 된 밥밴드를 결식아동들의 희망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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