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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저널리즘’ 치유책 있다
한국언론정보학회 학술대회 세명대서 열려
2012년 05월 27일 (일) 00:50:46 양승희 기자 bysoul@nate.com

한국언론의 위기상황이 심상치 않아서인가? 석가탄신일로 이어지는 사흘연휴를 앞두고도 한국언론정보학회 학술대회에 모인 사람들의 토론은 총회 진행에 차질을 줄 정도로 진지하게 이어졌다. 언론학자와 언론인, 학생 등 120여명은 25일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 비판과 성찰을 넘어 치유와 대안의 모색’을 주제로 봄철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개막된 학술대회 겸 총회에서 정연우 신임 학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고 하고,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면 의사도 아픔을 느껴야 훌륭한 의사라는데, 언론이 아프면 언론학자도 아파야 한다"며 "우리 언론이 중병에 걸렸는데 학자들도 이를 치유하기 위해 치열한 실천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단비TV> 화면 캡처

이어 김유성 세명대 총장은 “치유의 도시, 제천에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는 생산적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축사를 했다. 이후 세명대 문화관에서 10개 세션이 동시에 열렸고, 참가자들은 각기 다른 소주제로 4시간여에 걸쳐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 학술대회를 위해 세명대 문화관에 도착한 참가자들이 잠시 여유시간을 갖고있다. ⓒ 유성애

‘스마트 미디어’에 밀리는 ‘답답한 미디어’

이번 학술대회는 권력과 자본에 의한 언론 통제와 급변하는 뉴미디어 환경에 마주친 ‘전통 저널리즘의 위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최민재 연구위원은 미국 NBC CBS FOX와 영국 BBC 등 해외 방송사의 뉴스 서비스 전략을 소개한 뒤, “스마트폰 시대에 한국의 뉴스 콘텐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장르별, 프로그램별, 지역별로 스마트 미디어만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대 박선희 교수는 뉴미디어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뉴스를 생산•유통•소비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하며 기존 매체를 능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SNS 뉴스는 전문가 집단의 게이트키핑(뉴스취사선택) 과정을 거친 ‘정보’가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주고받는 ‘소식’에 가깝다”며 뉴스 콘텐츠 자체의 특성과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 행태가 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지난해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나는 꼼수다> 역시 ‘팟캐스트(Podcast)'라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로서 언론학자들의 논쟁거리가 됐다. 대구대 김동윤 교수는 <나꼼수>를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같은 기존 대안미디어와도 확연히 다른 ‘대안의 대안미디어’라고 칭했다. 그는 ”비속어와 막말이 섞였지만 쉬운 일상어로 정권을 비판한 <나꼼수>는 지나치게 학술적이고 고매해 답답했던 기존 저널리즘에서 탈피한 덕분에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 박선희(위 사진 맨 오른쪽) 교수가 SNS 시대 뉴스 소비자의 이용 행태 변화에 언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김태진(아래 사진 앞줄 왼쪽부터) 전 <동아일보> 해직기자, 장행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등 원로 언론인들도 5시간 가까이 계속된 토론에 끝까지 참여했다. ⓒ 유성애

위기의 요인, 언론인 자질 높여야

 

저널리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한겨레경제연구소 이봉현 연구위원은 “저널리즘의 위기가 곧 언론인의 위기”라며 “올바른 언론인으로 평가받는 고 리영희 선생 같은 분의 언론사상을 롤모델로 삼고 닮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실 추구, 실증적 글쓰기, 지식을 갖춘 전문가, 대중과의 소통이야말로 시대의 변화를 떠나 언론인에게 여전히 유효한 자질이라는 것이다.

서울여대 김성욱 교수는 우리나라 언론이 자본(광고주)에 지나치게 의존해 공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비영리 모델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는 “‘뉴스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비영리 미디어가 안정적인 재정을 갖추기 어렵다”면서도 공적 이슈에 주목할 수 있는 비영리 언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초로 한국형 저널리즘스쿨을 만드는 데 기여한 세명대 이봉수 교수는 “한국 언론계의 ‘도제교육’ 체제는 대학의 저널리즘 교육이 부실해 학교에서 이루어져 할 교육이 언론사로 넘어간 것으로서, 우리 언론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성과 객관성의 보도규범이 회사의 조직규범 앞에 침해되는 경우가 많고, 선배들의 잘못된 문장, 판에 박힌 스타일, 심지어 가치관까지 빨리 닮아가는 기자가 ‘유능한 기자’로 대우 받는 게 ‘도제교육’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문사회학적 소양과 역사의식•비판의식•윤리의식을 갖춘 언론인을 양성하는 것을 저널리즘 위기의 한 치유책으로 제시했다.

학술대회가 끝난 뒤 문화관 옆 잔디밭에는 ‘야외 만찬’이 마련됐다. 빡빡한 토론 일정을 소화하느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했던 참가자들은 바비큐와 뷔페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눴다.

경남대 김영주 교수는 “여태껏 학회에 수십 번 다녀봤지만, 오늘 학회가 가장 유익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서울시교육청 박상주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은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부매일신문 김정미 기자는 개원 4년 만에 51명을 언론사에 합격시킨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성과에 놀라움을 표하며 “인재들이 중앙언론도 좋지만, 지역언론으로 많이 와서 지역발전에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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