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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지갑 비니 경제 ‘엔진’ 힘 빠져
양극화와 소비침체로 일자리 줄고 성장잠재력 하락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2년 05월 16일 (수) 16:35:08 고희진 기자 eva2009@naver.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최근 한 민간연구소에서 ‘지속적인 소비침체로 매년 일자리 96만개가 날아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아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인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1일 ‘소비의 장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제목의 경제주평을 냈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전에는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소비도 늘어나 일자리도 늘고 소득도 향상되면서 내수 역시 활성화하는 선순환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외환위기 후에는 성장률만큼 소비가 늘어나지 않아 내수가 침체되면서 일자리도 늘지 않고, 근로자의 소득도 정체돼 경제의 성장잠재력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보면 1990년에서 97년까지 연평균 소비증가율은 7.4%로,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증가율 7.5%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97년에서 2011년 사이의 소비증가율은 3.1%로, GDP증가율 4.2%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이 보고서는 “97년 이후 국내총생산이 증가한 만큼 소비가 늘었다면 투자를 자극해서 일자리가 연평균 96만개씩 늘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소비가 계속 침체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국민들의 실질소득 증가율이 하락한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90년에서 97년 사이 연평균 6.9%였다가 97년에서 2011년 사이에는 0.8%로 급락했습니다. 이는 고용사정이 나빠진데다 물가가 오른 탓으로 분석됐고요. 또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격이 떨어져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역 자산효과’가 발생한 것도 소비침체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가계의 금융자산이 감소했고, 주가의 변동성이 커졌고,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 때문에 이자상환부담이 늘어나고 연금, 사회보험 등의 공적 비소비지출이 늘어난 것도 가계의 소비여력을 약화시켰습니다. 특히 소득양극화로 중산층이 줄어든 것도 전반적인 소비여력이 약화된 중요한 이유라는 지적입니다.

불어난 빚에 이자내느라 지출 줄어, 실질소비감소액 35조원

김: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라고까지 지적되고 있는데요, 가계부채의 증가가 소비둔화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입니까?

제: 가계부채, 즉 각 가정의 대출금에 카드대금 등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은 지난 2003년 약 473조원에서 2011년 말 약 913조원으로, 8년 만에 거의 2배로 급증했습니다. 여기엔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한 가계의 빚도 있지만 중산층과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정체되니까 부족한 생활자금을 부채에 의존한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빚이 많다보니 각 가정은 이자를 내느라 다른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원금을 제외한 이자부담만 따져도 지난 2002년에 34조4천여억원에서 2011년 55조5천여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한 실질소비감소액은 2002년 약 27조원에서 2011년 약 35조원 규모로 커졌다고 합니다.

김: 경제성장의 성과가 부유층에게 주로 집중되는 소득양극화로 중산층이 줄면서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소비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그동안 적지 않게 나왔는데요, 구체적인 숫자를 보면 어떻습니까?

제: 소득양극화는 ‘부익부빈익빈’, 즉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면서 중산층이 얇아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극화가 얼마나 심해지고 있는지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가 소득5분위 배율인데요,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소득이 상위 20%에 있는 가구, 즉 5분위 가구의 소득을 하위 20%에 있는 가구, 즉 1분위 가구의 소득으로 나눈 수치입니다. 1990년에는 이 숫자가 4.1이었는데, 2011년에는 5.7로 상승했습니다. 그만큼 부유층과 빈곤층의 소득격차가 많이 벌어졌다는 얘기입니다. 또 우리나라 가구를 소득순위별로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가구를 ‘중위소득’이라고 하는데, 이 중위소득의 50%에서 150%를 중산층으로 분류합니다. 중산층의 비중이 90년 75.4%에서 2011년 67.7%로 줄었고, 같은 기간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빈곤층은 7.1%에서 12.4%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미 충분한 소비를 하고 있는 부유층은 소득이 더 늘어난다고 해도 소비를 별로 늘리지 않지만 중산층과 서민, 빈곤층은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큰데요, 이렇게 중산층이 줄고, 중산층과 서민의 실질소득이 정체되니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
이렇게 중산층 이하 가구의 실질소득이 정체되면서 지속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 보고서에서 지적했듯 투자와 일자리에도 악영향이 클 텐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제: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게 되는 것이죠. 수출대기업들은 그래도 환율효과 등을 활용해서 해외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지만 국내 시장, 즉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 어려움이 커집니다. 그러다보니 내수기업들의 추가투자가 잘 일어나지 않고, 따라서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고, 기존의 일자리도 비정규직 등으로 질이 나빠지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시 근로자들의 소득에 영향을 미치고, 실질소득이 정체되니 소비여력이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보고서는 만일 97년 이후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다면 소비가 연평균 50조원가량 늘어나면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일자리는 연평균 96만개 늘어나고, 고용률은 2.5%포인트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복지안정망 강화해 '사회적 임금' 늘려야

김: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죠? 잠재성장률이라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최대로 이룰 수 있는 성장률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텐데요.

   
제:
맞습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도달할 수 있는 최대의 경제성장률이죠. 보고서에 따르면 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비증가율이 GDP증가율을 밑돌면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 이전(90-97년)기간 동안 7.2% 수준이었다가 외환위기이후(97-2011)에 4.5%로 떨어졌는데, 만일 소비가 위축되지 않았다면 외환위기 이후에도 5.0%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김: 결국 경제가 외형적으로 계속 성장해도 소득분배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중산층이하의 빚이 늘고 소비여력이 줄어들면서 구매력감소와 내수침체, 고용악화, 잠재성장률하락의 악순환에 빠진다는 얘긴데요,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제: 보고서는 수출품의 고부가가치화 등을 통한 교역조건개선, 일자리창출을 위한 규제완화, 물가불안심리 완화, 가계부채 연착륙방안 수립, 중산층 육성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무엇보다 현재 소득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수입이 늘면 소비를 더 많이 늘릴 가능성이 높은 서민층의 실질소득을 늘려주는 데 정책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현재 수백만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과 사실상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절반가량밖에 못 받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들의 처우가 개선된다면 수백만 가구의 실질소득과 소비여력이 한층 나아질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중하층에 있는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의 구매력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또 수출대기업,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공정한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보육이나 의료 주거 등 민생의 핵심적인 영역에서 복지안전망을 강화해 ‘사회적 임금’ 즉 복지혜택으로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게 해 주어야 합니다.    
 
김: 정부와 각 정당들도 ‘일자리 늘리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실효성이 있겠습니까.

제: 지금까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공기업에 단기간의 청년인턴을 고용하는 것 등 ‘숫자상으로는 실적이 잡히지만 실질적 고용 효과는 없는 보여주기 대책’이 많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야정당도 지난번 총선, 그리고 오는 12월의 대선을 의식해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정규직 전환 지원 등 다양한 약속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약속들이 현실적이고 정교한 정책으로 만들어져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보다 강한 사회적 압력이 필요합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할 수도 있고 안 해도 되는 ‘시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생존이 걸린 과제라는 인식을 해야 하겠습니다. 또 현재 일자리를 많이 늘리는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는 고용장려세액공제제도가 일부 시행되고 있는데, 수출대기업 위주의 각종 조세와 행정지원을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근로여건 개선을 촉진하는 쪽으로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5월 16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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