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 소 0.1%만 검사, 동물사료 먹여 교차 감염 우려도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지난달 24일 미국에서 네 번째로 광우병 소가 발견돼 파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와 국내에 수입되는 쇠고기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고,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 등에서는 당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데, 양쪽 주장의 근거는 각각 무엇입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정부는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가 10년 7개월 된 나이 많은 젖소이고, 발견된 광우병의 유형도 동물성 사료가 원인이 아닌, 돌연변이 등에 의한 ‘비정형’ 광우병이라서 우리나라의 식품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고 젖소는 수입하지 않고 있다, 또 비정형 광우병은 사료에 의한 정형 광우병과 달리 확산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미국 쇠고기 전체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 등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은 도축되는 소의 약 0.1%만을 검사하는 미국의 광우병 관리체계에서 광우병이 추가발견 됐으면 당연히 미국산 쇠고기 전체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지난 2008년 정부가 국민들에게 약속했듯이 일단 수입중단 조처를 취하고, 미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내용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 우선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지난 2008년 5월 정부가 신문광고와 국회답변 등을 통해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조처를 취하겠다’고 한 부분인데요, 정부가 이런 약속을 해 놓고 이번에 수입중단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 먼저 약간의 배경설명부터 해볼까요? 정부는 지난 2008년 4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과 부위 제한 없이 모두 수입할 수 있도록 하고, 광우병이 재발해도 우리 정부가 수입중단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수입위생조건을 변경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의 건강권을 저버리고 검역 주권을 포기했다’며 촛불시위가 거세게 일어났죠. 그러자 정부는 미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잠정적으로 ‘30개월 미만’만 수입한다는 연령제한을 다시 적용하고, 광우병이 재발하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도 다시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신문광고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죠. 그런데 실제로 명문화된 수입중단 조건은 ‘광우병 재발로 긴급한 필요성이 있을 경우’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어서, 수입중단을 하려면 구체적인 위험성을 우리가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통상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우리가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며 수입중단의 전단계인 검역중단 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는 야권의 수입중단 요구를 일종의 정치공세로 보는 시각도 작용한 듯합니다. 

검역 강화해도 광우병 감염 여부는 못 잡아내

김: 정부는 수입중단이나 검역중단을 하지 않는 대신 검역을 대폭 강화했는데요, 검역을 통해 광우병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까?

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검역은 미국에서 수입되는 쇠고기의 포장을 뜯어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인데요, 수입이 금지되어 있는 특정위험물질(SRM), 즉 편도와 소장 끝부분 등이 섞여 들어오지 않는가를 가려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30개월 미만의 쇠고기와 뼈, 내장 등 일부 부산물이 수입되고 있는데, 이미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도살됐다면 육안 검사만으로는 아무 것도 걸러낼 수 없다고 합니다. 광우병 감염 여부는 도살 당시 뇌를 검사하는 방법으로밖에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검역 비율을 아무리 높인다고 해도, 심지어 100% 검역을 한다고 해도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 비판적인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김: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가 나이 든 젖소이고, 광우병의 유형도 사료와 무관한 비정형이기 때문에 우리가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정부의 설명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제: 국내 광우병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촛불시위 이후 논쟁과정에서 사실상 ‘친정부’와 ‘반정부’로 나뉘어 각각 다른 논리를 펴고 있어서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자문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은 정부의 설명을 지지합니다. 반면 서울대학교 우희종 교수 등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우선 비정형 광우병이기 때문에 전염성이 없고,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은 일본 등 국제학계의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근거가 없고, 오히려 이번에 발견된 비정형 엘(L)타입의 광우병은 사료에 의한 정형 광우병보다 전염성이 강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합니다. 또 미국에서 생산되는 쇠고기 가운데 8~9%가 젖소고기인데, 수입위생조건에서 젖소고기 수입을 금지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미국산 쇠고기의 품질은 민간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보장하는 시스템이어서 30개월이 넘은 소가 섞여 들어온다고 해도 우리로선 검역과정에서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김: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추가 발견된 후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수입중단조처를 취했지만 유럽이나 캐나다, 일본 등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는데요, 왜 그런 것입니까?

제: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광우병감시 전문가자문위원회에 따르면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건강에 해로운 성장호르몬을 소에 투입한다는 이유로 통상마찰까지 감수하며 미국산 쇠고기를 거의 수입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또 캐나다는 자기네도 광우병이 계속 발생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산에 대해 수입중단 조치를 하면 자기나라 쇠고기 수출도 막힐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인데, 까다로운 수입위생 조건 협상을 통해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그것도 민간 자율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특정위험물질 제거와 연령에 대해 보장을 하도록 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이번에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와는 다 상황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쇠고기 안전성 보장' 미 정부에 요구하고 검역주권 찾아야 

김: 아까도 잠깐 언급하긴 했습니다만, 비판적인 전문가들이 미국의 광우병 방역체계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제: 미국에서는 2003년, 2005년, 2006년에 이어 이번에 네 번째로 광우병소가 발견된 것인데요, 어떻게 보면 ‘수천 만 마리 중 고작 네 마리’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미국의 검역시스템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부실하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에 광우병 홍역을 크게 치렀던 유럽 국가들은 30개월이 넘은 소를 도축할 때 전체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매년 도축되는 3500여만 마리 중 약 0.1%인 4만 마리에 대해서만 광우병 검사를 하기 때문에, 발견되지 않은 광우병소가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도 주저앉는 증상을 보여서 안락사를 시킨 뒤 사체처리 공장에 보냈는데, 우연히 샘플 검사에 걸려 광우병이 발견됐다고 하네요. 만일 샘플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 사체로 사료 등 다양한 가공제품이 만들어져 시중에 유통됐을 것입니다. 또 미국은 소의 부산물을 소에게 먹이는 것은 금지했지만 돼지나 닭에게는 먹일 수 있고, 돼지나 닭으로 소 사료를 만들고 있어 광우병 교차 오염의 우려가 여전히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 우리나라가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 가운데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등 다른 나라와 맺은 수입위생조건은 미국과 다르다고 하는데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제: 우리나라가 쇠고기를 많이 수입하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에 대해서는 해당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하면 즉각적으로 검역중단과 수입중단 조치를 아무 조건 없이 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합니다. 원래는 미국에 대해서도 같은 조건으로 수입위생조건이 체결되어 있었는데,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을 위한 선결조건의 하나로 쇠고기 수입조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우리 쪽의 검역 주권이 약화된 것이죠. 

김: 그렇다면 앞으로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요?

제: 우리는 돈을 내고 미국산 쇠고기를 사 먹는 소비자입니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쇠고기만을 팔라고 미국에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견된 지금은 일단 수입중단, 혹은 사실상의 수입중단에 해당하는 검역중단 조치를 취하고, 우리가 수입하는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에 수입을 재개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광우병이 재발할 경우 아무런 조건 없이 수입중단을 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미국 현지도축장 등을 우리가 직접 검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또 현재 잠정적으로 민간업자 자율에 의해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하도록 돼 있는 부분도 ‘잠정적’이란 조건을 떼고, 30개월 미만 여부에 대해 미국 정부가 보증하도록 조건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을 높이는 것이 결국 미국 쇠고기 수출확대에도 유리하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5월 9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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