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평등과 빈곤 심각...부자증세, 복지강화, 노동보호 시급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소득양극화와 빈곤 문제는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중 하나고, 지난 총선과 앞으로 있을 대선 등 선거에서도 핵심 정책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국책연구기관이 ‘우리사회의 상위 1%가 소득의 16%가량을 가져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자세한 내용을 좀 설명해주세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조세연구원이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분석한 결과인데요, 2006년 소득을 기준으로 연 1억원이상이면 우리나라 상위 1%에 해당하는데, 이 계층이 전체소득의 16.6%를 차지했다는 게 그 내용입니다. 이걸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자료가 있는 19개 나라 가운데 미국이 17.7%로 가장 높고 우리나라가 두 번째였습니다. 이어 영국이 14.3%, 캐나다가 13.3% 등이고 일본은 9.2%로 낮은 편이었습니다. 조세연구원은 특히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비중이 해가 갈수록 높아져서 ‘소득양극화’가 가속화하는 추세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조사대상자의 답변에 의존하는 통계청자료 등에 근거로 상위 1%의 소득비중이 7~8%에 불과하다고 봤는데, 이번 국세통계연보자료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소득양극화가 사실은 국제적으로 봐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줬습니다.

한국 소득양극화 끊임없이 진전, 국제적으로 심각한 수준

김: 소득불평등, 혹은 분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 배율’이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지표들은 최근 어떻게 나오고 있는지요.

제: 지니계수는 한 사회의 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데요, 0에서 1사이의 숫자로 나타납니다.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것이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하죠. 우리나라의 지난해 지니계수는 0.311로 2010년의 0.310에서 약간 높아졌습니다. 지니계수는 지난 90년대 초반에 좀 개선되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크게 악화했는데, 2010년 전후로 다소 개선됐다가 지난해 다시 나빠진 것입니다. 소득5분위배율은 상위 20% 고소득계층의 가처분소득이 하위 20% 저소득계층 가처분소득의 몇 배에 해당하느냐를 보는 것인데요, 지난해 이 비율이 5.73배로 2010년 5.66배 보다 0.07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이 역시 고소득계층과 저소득계층간의 양극화가 진전됐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 최근 한국개발원(KDI)이 낸 자료를 보면 상대적빈곤율 수치가 나옵니다. 전체가구를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것을 중위소득이라고 하는데, 이 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빈곤가구’가 2011년 기준으로 15.2%나 된다는 것입니다. 2010년의 14.9%에 0.3%포인트 늘어난 것인데, OECD국가 평균과 비교했을 때 상위권에 속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소득양극화도 심각하고 빈곤도 심각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라고 하겠습니다. 

김: 다른 나라의 추세는 어떻습니까. 미국 등 선진국의 소득양극화와 중국 같은 신흥국가의 분배 상황도 궁금한데요.

제: 전 세계적으로 소득양극화가 심해지는 추세인데, 북유럽의 전형적인 복지국가들만 예외로 나타납니다. 조세연구원 등의 자료를 보면 미국의 경우 상위 1%의 소득비중이 1980년 이후 2008년까지 11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평등도가 비교적 낮은 일본의 28%에 비해 매우 큰 폭의 변화입니다.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들도 미국보다는 덜하지만 대부분 비슷한 추세입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최근자료를 보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신흥국들의 경우도 지니계수, 소득5분위 배율 등을 통해 나타난 소득불평등 지수가 급속히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김: 대다수 국가에서 이렇게 소득불평등이 심해지고 양극화가 가속화하는 이유는 뭔가요.

제: 미국 등 주요선진국들의 역사를 잠깐 살펴보면 194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30여년은 ‘대압착기간’이라고 해서 소득불평등이 줄고 중산층이 두터워졌던 기간이었습니다. 이때는 고소득층에게 높은 세금을 물리고, 최저임금제도와 노조의 교섭권 보장을 통해 근로자 임금수준을 높이고, 기초복지제도를 강화하는 등 ‘평등’ 지향 정책들이 집중적으로 추진됐습니다. 그러다 1980년 이후 정부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 활동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추진됐죠. 미국의 경우 레이건 대통령 이후 고소득층의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정책, 최저임금인상을 억제하고 노조활동을 억압하는 반(反)노동정책, 사회보장을 줄이는 정책 등이 시행되면서 ‘부익부빈익빈’이 심화하고 1대 99의 사회로 급진전한 것으로 지적됩니다. 이런 정책의 문제와 함께 기술진보와 세계화, 인구구성의 변화도 소득양극화의 변수가 됐습니다. 기술의 진보는 고학력, 전문직에게 소득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고, 세계화는 무역자유화와 외국인근로자 유입 등을 통해 저임금계층의 소득수준을 더 떨어뜨렸습니다. 또 노령화와 이혼 등으로 인한 한부모가정 증가로 근로능력이 떨어지는 1~2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빈곤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김: 소득양극화가 심해질 경우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심각한 부작용들이 나타나지 않습니까. 심지어 혁명까지 나타나는데요, 어떤 문제들을 들 수 있을까요?

제: ‘1%’에게 부가 집중되면 대다수 국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내수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소수의 부유층이 소비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고, 대다수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줄 능력이 부족하니, 기업이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그러면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기반이 훼손됩니다. 또 소득양극화는 경제위기를 낳기도 합니다. 미국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 등은 소득양극화로 인한 소비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저금리와 부채, 부동산거품을 부추겼던 것이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빈곤계층의 불만을 이민자, 외국인근로자 등 눈앞에 보이는 엉뚱한 목표물에 쏠리게 하는 극단적 정치세력이 득세하는 왜곡현상이 나타납니다. 최근 프랑스에서 극우파 대통령 후보가 인기를 모은 것, 2차 대전 전에 유럽에서 나치즘과 파시즘이 득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빈곤계층의 좌절과 박탈감이 커지면서 우울증, 자살 등 사회병리현상과 폭력 등 범죄, 집단간 갈등 등 사회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요.

노조권 보장복지제도 강화 등 통해 양극화 좁혀가야

김: 그렇다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와 있는 우리사회의 소득양극화 추세를 완화하고, 빈곤층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제: 일단은 소득양극화를 심화시킨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뒤집을 필요가 있습니다. 부자감세 대신 고소득층의 실질세율을 올려서 복지재원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반면 저임금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실질소득을 높여주는 정책을 펴야합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과 처우개선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죠. 또 현재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0%내외에 불과한데, 단결권을 보장해서 노조의 협상력을 높여야 합니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 복지제도를 강화하고,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노후 등 핵심 영역에서는 공공서비스를 늘리는 등 보편적 복지안전망을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재벌대기업이 경제적 기회와 성과를 독식하고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재벌특혜경제구조’를 중소기업육성기조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고용의 88% 가량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살아야 일자리도 더 많이 생기고, 근로여건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 일부에서는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강화를 주장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제: 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식 등 자본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하고 외환거래와 파생상품 등 금융 분야에서 세금을 제대로 물리지 않는 부분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또 부동산보유에 대한 재산세를 높이고, 고소득자영업자의 탈루 소득을 철저히 잡아내는 등 세제와 세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이 다양한 공약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각 정당들의 정책에 이런 대안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까?

제: 정치권도 이런 시대적 과제를 인식은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여야가 앞 다투어 재벌특혜를 철폐하는 ‘경제민주화’와 민생을 향상시킬 ‘복지강화’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당인 새누리당의 경우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를 거의 채택하지 않고 있고, 복지 강화도 보육 등 일부 영역에서 선심성 정책을 내놨을 뿐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변화를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민주통합당의 경우도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지만, 막상 이를 추진할 인물들을 지난번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실천의지를 의심받고 있습니다. 복지부분에서는 여당에 비해 진일보한 구상을 내놓고 있지만 재원 확충을 위한 고소득층 증세 등에 얼마나 의지를 보일지도 미지수입니다.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유권자들이 여야 정당에 보다 강력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4월 25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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