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파업콘서트’ 현장서 만난 MBC 김민식 PD

“저희가 만약 요리사라면 매일 음식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음식에 상한 재료가 들어가 불량식품이 됐다면, 그걸 뻔히 알면서도 손님에게 내놓는 것이 옳은 걸까요? 때로는 잠깐 멈추고 잘못된 재료를 빼고 다시 요리하는 것이 진정한 요리사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6일 저녁 7시 무렵 서울 여의도공원 광장에서 열린 방송3사 노조 파업콘서트 현장에서 <문화방송(MBC)> 노조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민식 피디(PD)를 만났다. 그는 공정하지 못했던 MBC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불량식품’에 비유하면서 “그릇된 방송을 계속할 수 없었기에 파업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방송을 기다리는 국민들께는 죄송하지만, 노조원들이 파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부탁도 덧붙였다.

▲ 파업 중이지만 미소를 잃지 않는 김민식 피디(PD). ⓒ 허정윤

여의도 광장 한편 천막에 설치된 파업본부에서 콘서트준비에 열중하다 인터뷰에 응한 김 PD는 ‘일밤’ ‘내조의 여왕’ 등 인기 예능과 드라마로 이름 날렸던 ‘딴따라 PD’답게 심각한 얘기를 하면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았다.
 

낙하산 인사 퇴진 때까지 장기 파업도 불사

“파업하면 뭔가 비장한 분위기와 노조원들이 빨간 머리띠를 두른 모습이 떠오르죠? 하지만 저희는 언론인다운 파업이 어떤 것일까 생각했고,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팟캐스트를 통해서 대안방송을 만들고, 유브이(UV)의 ‘이태원 프리덤’을 개사한 ‘MBC 프리덤’과 ‘남극의 눈물’을 패러디한 ‘MBC의 눈물’로 시민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죠.”

▲ 오프닝을 장식한 MBC 오상진 아나운서(우), KBS 최원정 아나운서(중), YTN 권민석 기자. ⓒ 김태준
▲ 파업기금 모금함을 들고 있는 박경추(우), 김정근 MBC 아나운서. ⓒ 김태준
▲ KBS <개그 콘서트>의 인기 코너 '비상대책위원회'를 패러디해 방송 3사의 현 세태를 풍자하는 KBS 방송 저널리스트들. ⓒ 김태준

김 PD는 파업콘서트 역시 시민들이 언론사파업의 메시지를 쉽게 이해하고,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을 시작하면서 길게 싸울 것을 각오했고, 오래 싸우려면 분노만 하기보다 즐겁게 싸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MBC노조가 ‘긴 싸움’을 각오한 것은 ‘정권의 낙하산’이라고 불리는 김재철 사장이 퇴진해야 파업을 끝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방송 3사 모두 현 정부 들어 동반 낙하산 인사로 사장이 임명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회사마다 사정은 조금씩 달라도 큰 이유는 같습니다. 현 정부는 공정보도를 지향하는 언론을 싫어했고, 사장 지시 하에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해직되고 좌천됐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짓밟힌 거죠.”

그는 법인카드를 남용하는 등 개인비리 의혹까지 받고 있는 김 사장이 물러나기는커녕 노조원들을 해고하고 고소하는 등 역공을 펴는 데 대해 “진실은 곧 밝혀진다”며 “퇴진할 때까지 싸울 것”을 거듭 강조했다. 

분노보다는 즐겁게 싸우며 시청자 곁으로 돌아갈 날 기다려

이날 파업콘서트 무대에 오른 초대손님들도 한결같이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해고나 징계 당한 노조원들을 격려했다. 이명박정부 들어 강제퇴진당한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은 “옳은 일을 위해 박해 받은 사람은 행복하고, 그 사람은 복을 받을 것”이라고 덕담했다. MBC 주말뉴스데스크 진행석을 박차고 나와 파업에 동참한 최일구 앵커는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인데 우리는 그 오아시스를 곧 찾을 것”이라며 “거북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하게 앞으로 함께 나가자”고 말했다. ‘1박2일’을 제작한 KBS 나영석 PD는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쯤하면 그만 내려올 때도 됐다고 생각한다”며 사장들의 퇴진을 촉구했다. 

▲ '리셋(Reset) KBS'를 대표하여 발언한 나영석 피디. ⓒ 김태준
▲ 빗속에서 자리를 가득 메운 채 공연을 관람 중인 관객들. ⓒ 김태준

파업 40여 일째. 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려놓고, 월급도 포기한 채 거리로 나왔지만 김 PD는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저희는 아주 즐겁게 싸우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이른 시일 내에 이 싸움에서 이기고 시청자의 품으로 꼭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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