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변수 취약 경제, 내수 키우기로 보강해야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지난 10월의 경상수지 흑자가 42억 3천만 달러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발표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많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은 일인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런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왜 그런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것, 특히 그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흑자라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해서 벌어들인 돈이 수입으로 쓴 돈보다 많다는 것, 장사를 잘 했다는 뜻이니 기본적으로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의 내용을 보면 수출이 늘어나서 흑자가 커진 것이 아니라 수출과 수입이 다 줄었는데 수입이 더 크게 줄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경기둔화로 수출과 수입이 다 줄어서 생기는 ‘불황형 흑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보면 지난달 수출은 465억 7천만 달러로 9월에 비해 6억3천만 달러가 줄었고 수입은 429억 3천만 달러로 전달에 비해 21억 7천만 달러가 줄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 수입이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일 가능성 높아

김: 수출과 수입이 둘 다 그렇게 줄어 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우선 수출의 경우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회복 부진으로 선진국 시장의 수요가 위축됐다는 데 큰 원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난달 수출을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보면 대유럽연합(EU) 수출이 20.3%, 대미 수출이 3.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입의 경우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지 않아서 수송 장비와 정보통신기기 등 자본재 수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본재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9% 감소했는데, 이는 2009년 10월 이후 2년 만의 감소세입니다. 또 국내 가계들이 고물가와 부채증가 등으로 소비여력이 위축되면서 소비재 수입의 증가세도 10월 들어 크게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그렇다면 정부당국도 이 같은 결과가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라는 점을 인정합니까?

제: 한국은행은 10월 국제수지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아직 ‘불황형 흑자’로 단정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서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불황 때문이라기보다는 통계적 착시효과가 있어서 그렇다는 설명입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비용이 싼 해외에서의 생산을 늘리고 있는데, 이 때문에 국내에서 과거엔 수출로 잡혔을 금액이 통계에서 빠지게 됐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생산 비중이 3.5%였는데, 지난 1분기 말엔 20%, 2분기엔 36%, 3분기엔 63%로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또 매해 10월은 계절적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불황형 흑자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한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수출이 위축된 측면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김: ‘경상수지 흑자가 불황형이냐 아니냐’는 아직 논란 중인 것 같습니다만, 최근 나오고 있는 다른 경제지표를 봐도 우리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조짐이 있습니다. 소비심리와 같은 지표들도 그렇죠?

제: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SI)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교양 오락 및 문화생활비 지출 전망에 대한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 3월 이후 아홉 달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달에는 9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가 떨어졌습니다. 여기서 소비지출전망 CSI는 가계가 6개월 뒤 지출을 늘릴 의사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인데요, 100을 넘으면 지출을 늘리겠다는 가구가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입니다. 또 국내외여행비지출 CSI도 이달에 88을 기록,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감소하면서 아홉 달 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이것은 물가고와 가계부채의 부담, 글로벌 재정위기로 불안정한 경제상황 때문에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은 안하겠다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관련 내수산업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김: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하는 비제조업 기업들이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조사결과도 있더군요.

제: 그렇습니다. 한국은행이 2439개 제조업체와 비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서 지난 28일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하는 비제조업의 ‘업황 BSI’가 전달보다 6포인트 낮아진 78로 나타났습니다. 업황 BSI라는 것은 현재 및 미래의 경영환경을 기업가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것이 100을 넘어서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가가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제조업 BSI도 83으로 100을 밑돌고 있긴 하지만 전달보다 1포인트 나아진 반면 비제조업 BSI는 2009년 9월 이후 26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것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글로벌 재정위기 영향 등으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 또 고물가와 가계부채 고용불안 등으로 위축된 소비심리의 직격탄을 내수기업들이 맞고 있다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내년 경제 전망도 암울, 가계부채 증가와 수출의 지나친 대외의존성

김: 연말이 되면서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내년 경제전망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데요,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면서요?

제: 네, 대표적인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3.7%에 머물고 내년에는 3.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우리나라의 GDP성장률은 지난해 6.1%였는데 올해와 내년에는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OECD는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금리가 올라갈 때 소비위축이 예상보다 과도할 수 있고, 수출이 GDP의 50%이상을 차지할 만큼 대외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세계경제의 급격한 악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OECD는 세계 전체의 GDP성장률도 올해 3.8%, 내년 3.4%로 기존 전망보다 각각 0.4%포인트와 1.2%포인트 하향조정했습니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충분한 정책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세계경제에 심각한 불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국내외 다른 연구기관도 대체로 OECD와 비슷하게 비관적인 전망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 지금도 어려운데, 내년에도 국내외 경제의 어려움이 쉽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라니 답답하군요. 현 시점에서 어떤 정책 대응이 필요할까요?

: OECD도 지적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GDP대비 수출입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외부 경제여건의 변화에 취약한 게 큰 문제입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 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10.1%로 2008년 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09년 기준으로 국제비교를 해보면 우리가 95.9%인데 일본은 24.8%, 미국은 25.1%, 중국은 49.1%에 불과합니다. 수출입비중만 높은 게 아니라 증권 외환 등 금융시장도 너무 개방돼 있어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주가와 환율이 널뛰기를 하는 형편이죠. 이렇게 높은 대외의존성을 낮춰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한데,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등을 통해서 금융과 무역개방 등 대외의존성을 더욱 심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니 큰 문제입니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수출대기업에 대한 지원 대신 내수중심의 중소기업과 자영업, 농업을 중점 지원하는 경제정책기조의 전환입니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고용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가계부채 축소, 물가 안정 등을 통해 가계의 실질 소득을 확충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11월 30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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