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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점령 시위 같은 시민저항이 신자유주의 개혁”
한국 온 세계적 사회사학자 위르겐 코카
2011년 10월 11일 (화) 17:13:55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미국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월가 점거’ 시위가 3주째 계속되고 있다. 현 체제에 반대하는 시위는 전 세계적으로 빈발하고 있다. 영국 런던 폭동을 비롯해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긴축 반대 시위와 더불어 아랍혁명 또한 밑바닥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 재편에 반대하는 담론이 깔려 있었다.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사회운동, 시위 등이 개혁을 낳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런 것들이 있어야만 개혁을 가능하게 하는 상황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최로 열린 ‘2011 문명과 평화 국제 포럼’참석차 방한한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위르겐 코카 교수(70)는 현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위르겐 코카는 1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이웃국가들의 통합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변국에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위르겐 코카는 1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이웃국가들의 통합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변국에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코카 교수는 10일 포럼 기조연설에 앞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뉴욕에서 벌어지고 있는 식의 시위가 계속된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여론이 점차 확산될 것”이라며 “비슷한 시위가 여러 달, 여러 해 지속된다면 정책 입안자들이 개혁적 조치를 취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회사 연구자인 코카 교수는 비교사회사 관점을 통해 역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독일 빌레펠트대와 베를린자유대에서 강의했으며 베를린-브란덴부르크 학술원 종신회원이자 부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역사학자로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비롯된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를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코카 교수는 1873년과 1929년에 서구에서 벌어진 대공황 이후에도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처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시스템의 개혁이 이뤄졌다고 환기시켰다. 1873년의 대공황은 당시로선 엄청난 위기였지만 이후 정부 규제가 늘어났고 복지국가 이념의 부상과 사회민주주의 노동운동이 성장했다. 1929년의 공황은 히틀러의 집권과 같은 결과를 초래했지만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뉴딜 정책, 케인스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등을 등장하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역사적 상황에서 보면 오늘날도 개혁이 필요하고, 그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코카 교수가 주장하는 요지다. 그중 “금융시스템과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규제의 강화”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개혁이라는 설명이다. 대규모의 금융조직들이 문제가 발생하면 파산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구제를 해 주는 상황에 대해 코카 교수는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성공을 하면 이익을 내고 실패하면 손실이 발생해야 하는데 이 같은 자본주의의 기본적 원칙이 위반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규모의 금융조직들은 나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코카 교수는 근본적인 위기의 원인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소득·자산의 측면에서 분배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세금 정책 등을 개혁해 이런 불평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장과 경쟁을 위주로 하면서 자연에 대한 착취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이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늘날의 위기는 단순히 “노동 계급의 착취” 때문에 일어난 자본주의 비판이 아니라, “자본주의로 증가하는 사회 불평등과, 자연자원과 문화자원의 파괴를 위협하면서까지 성장에 집착하는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라는 생각이다.

코카 교수는 현 자본주의 체제를 대신하는 대안적 체제를 말하기보다는 현 자본주의의 개혁을 강조한다. 실제 자본주의에 맞서 등장한 현실 사회주의는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시위들은 “혁명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점진적인 개혁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신중히 규제해 나가야 하며, 이 부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의 노력이 합쳐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코카 교수는 이전에 벌어졌던 위기와 비교했을 때 흥미로운 현상은 바로 ‘시민사회’라고 말했다. 개혁에 있어 비정부기구(NGO)를 비롯한 시민들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코카 교수는 현재의 에너지가 자본주의 시장 영역도, 정부 영역도 아닌 바로 시민사회 영역으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중이 조성한 이런 에너지와 분위기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현 자본주의 위기 상황과 더불어 그는 독일 학자로서 통일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통일이 되면 이웃국가들의 통합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변국에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통일 이후 유럽연합(EU)이 심화·확대된 것이 바로 그런 예라는 분석이다. “서독은 이미 통일 전에 주변 유럽 국가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했습니다. 한반도도 전체 지역적인 차원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조건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코카 교수는 “동·서독 통일이 소련의 개혁·개방과 동독 내부에서의 움직임이 통합돼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건재하고 북한 내부의 움직임도 거의 감지되지 않는 현 한반도 상황은 독일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인 황경상기자가 경향신문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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