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든 책]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⑨ 8장: 기사 흡인력과 독자 관련성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➀ 서문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② 1장: 저널리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③ 2장: 진실; 첫 번째 그리고 가장 혼란스러운 원칙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④ 3장: 기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⑤ 4장: 사실 확인의 저널리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⑥ 5장: 기자의 독립성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⑦ 6장: 권력을 감시하고 목소리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제공하라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⑧ 7장: 공공 포럼으로서의 저널리즘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면서 글과 영상의 무제한 유통이 가능해졌다. 언론사는 24시간 언제나 기사를 온라인에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에서 저널리즘의 목적 역시 다양해졌다. 어떤 언론사는 원초적인 흥미를 자극해 조회수를 올렸다. 또 다른 언론사는 기존에 실행하지 못했던 전달 방식을 고민했다. 그들은 독자의 동작에 반응하는 쌍방향 시청각 매체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만들어 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혔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8장은 기사 흡인력과 독자 관련성에 관해 다룬다. ‘저널리즘은 최선을 다해 중요한 사안을 흥미롭게, 그리고 독자의 삶과 관련 있는 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는 여덟 번째 원칙을 제시한다. ‘포괄적이면서도 사안에 합당한 비중감이 반영되도록 뉴스를 보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아웃라이어 미디어의 팀원들이 회의하고 있다. 출처 아웃라이어 미디어 홈페이지
아웃라이어 미디어의 팀원들이 회의하고 있다. 출처 아웃라이어 미디어 홈페이지

인포테인먼트 시대의 시작

20세기 후반 인포테인먼트 뉴스 시대가 시작됐다. 인포테인먼트란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오락을 뜻하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가 결합된 단어다. 재미와 오락의 요소를 극대화하여 독자를 사로잡으려는 뉴스 전략이 시작됐다. 저자는 이런 인포테인먼트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인포테인먼트를 적용한 뉴스는 단기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쉽다. 게다가 제작비도 적게 든다. 그러나 이런 인포테인먼트 뉴스는 진정한 충성 독자층을 형성할 수 없다. 다른 재밌는 콘텐츠로 관심을 쉽게 옮겨가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언론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 수준을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 선정적 재미 추구가 뉴스 독자를 끌어들이는 장기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저자들은 지적했다.

2010년 이후, 선정주의를 배격하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는 언론이 등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쌍방향 시청각 매체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제작했다. <아웃라이어 미디어>는 데이터를 분석해, 가난한 이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파악하고 이를 기사로 보도했다.

시스템적 사고를 도입하라

시민을 위한 기사를 쓰려면, 기사 판단 과정에서 시스템적 사고를 동원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이는 과학자, 환경학자, 사회학자 등이 복잡한 문제를 분석할 때 활용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혼돈의 지도 그리기’를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언뜻 보기에는 관계없어 보이는 문제들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발견하면, 독자 친화적인 기사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다. ‘주요 이해 당사자 찾기’도 도움이 된다. 이슈의 여러 당사자를 연결하고 분석하면서 위계화하면, 누구를 만나야 취재할 것인지 깨달을 수 있다.

기자들은 독자들이 무엇을 보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이해하는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사 형식을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 더 많은 독자가 뉴스를 접하고 수용하도록 출고 시간과 보도 형식 등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한 기사

저널리즘에서 흡인력과 시민 삶과의 연관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는 중요하다. 이에 대하여 기자는 두 가지 책임을 진다. 기자는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전달 방식까지 고민해야 한다. 기자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기자는 그 정보를 독자의 삶과 관련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기자가 얼마나 시민들에게 헌신하느냐에 달려있다.

다만, 진실성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널리즘에서는 진실 추구의 원칙, 그리고 정확성의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형식이 기사의 본질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끄는 것은 진실한 기사다.

와글와글 토론합시다

정호원 기자 책은 뉴스와 엔터테인먼트의 가치와 매력은 다르다고 말한다. 인포테인먼트 전략은 실패했고 뉴스를 엔터테인먼트로 변질시키는 것이 성공적인 전략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 이에 맞춰서 뉴스가 인포테인먼트 형식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이런 전략을 취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재호 기자 좋은 기사란 다양한 측면을 검토하여 많은 정보를 담은 기사라고 생각된다. 다층적인 정보가 들어간 긴 기사를 독자가 잘 읽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다만, 저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독자는 길고 다층적인 정보가 들어간 기사를 안 읽을 것 같다는 의문이 든다.

이은별 기자 어떤 이슈를 취재할 때, 그와 관련한 시민을 직접 만나 취재하는 것이 고위 책임자를 만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하면 다양하게 취재할 수 있을뿐더러, 기사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 더 높아진다는 저자의 조언을 명심하겠다.

콕 찍어 곱씹어 봅시다

안수찬 교수 재미와 흥미는 조금 다르다. 기사가 재밌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항상 흥미로워야 한다. 그 흥미를 느끼는 주인공은 기자가 아니라 독자다. 다시 말해, 독자가 흥미를 느낄 만한 주제, 소재, 앵글, 정보를 취재하고, 이를 흥미로운 형식과 언어로 보도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정보를 모두 기사에 담으려면 분량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사람은 긴 기사를 싫어하지 않는다. 독자가 싫어하는 것은 낮은 밀도, 부실한 정보, 관성적 형식으로 작성된 긴 기사다. 품질이 높은 긴 기사는 끝까지 읽는다. 높은 품질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라 말하긴 힘들지만, 일단 오늘은 ‘밀도’를 기억해두자. 촘촘하고 꼼꼼하여 밀도가 높은 기사가 좋은 기사다.

이런 기사를 보도하는 방법으로 저자들이 소개한 시스템적 사고의 핵심은 전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전체 그림을 그려보면, 작은 조각이나 부분의 의미가 보인다. 그것이 무엇과 연결될 것인지도 보인다. 이런 그림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그려도 좋다. 무엇을 취재할지, 어떻게 보도할지 착안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살짝 예습합시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책의 9장을 다룬다. ‘뉴스를 포괄적이면서도 비중에 맞게 만들어라’를 설명한다. 9장에는 저널리즘을 위한 새로운 시장조사법부터 새로운 뉴스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저널리즘에 관한 저자들의 제언이 담겼다.

‘저널리즘 책을 읽는 이들의 모임(이하 저책이책)’은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독서 동아리다. 저널리스트가 쓴 책, 저널리즘에 관한 책 등을 다양하게 읽는다. 그동안 매달 한 권을 함께 읽어 왔는데, 2023년 가을에는 평소와 다른 공부를 했다.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7차례에 걸쳐, <저널리즘 기본원칙> 개정 4판을 강독했다. 회원들은 매달 한 번 모여, 2~3개 장을 발제하고 토론했다. 각 장이 마무리될 때마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안수찬 교수가 보완 설명했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이 책은 2001년 초판 발행 이후, 2007년 2판, 2014년 3판, 2021년 4판을 거치면서 줄곧 보완됐다. 책을 옮긴 이재경 전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언론계에서 100여 년에 걸쳐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저널리즘의 원칙을 정리했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함께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그 내용을 <단비뉴스> 독자에게 전한다. 각 장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토론과 보완 설명 가운데 중요한 대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서문을 포함해 본문 11장을 모두 12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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