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행정부 다양성 리포트] ② 주요 부처에 남성 장관만 앉힌 한국

전편: [세계 행정부 다양성 리포트]  ① 청년 장관 많은 나라에 여성 장관도 많다

속편: [세계 행정부 다양성 리포트]  ③ 누구든 장관이 될 수 있는 나라

많은 나라들은 미래를 설계하는 부처를 두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로고(가운데)를 중심으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덴마크의 어린이와 교육부, 코스타리카의 문화와 청소년부, 터키의 환경∙도시화 및 기후변화부, 캐나다의 이주∙난민 및 시민권부, 뉴질랜드의 이민부, 뉴질랜드의 아동부, 네덜란드의 기후 정책부처다. 각국 공식 정부 사이트
많은 나라들은 미래를 설계하는 부처를 두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로고(가운데)를 중심으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덴마크의 어린이와 교육부, 코스타리카의 문화와 청소년부, 터키의 환경∙도시화 및 기후변화부, 캐나다의 이주∙난민 및 시민권부, 뉴질랜드의 이민부, 뉴질랜드의 아동부, 네덜란드의 경제현안과 기후정책부다. 각국 공식 정부 사이트 그래픽 김아연

한국 행정부 수반 및 장관의 평균 연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7.1세 더 많다. 여성 장관의 비율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은 주요 부처에 ‘늙은 남성’을 주로 임명했고, 여성과 청년이 주로 이끄는 미래 지향적 부처는 만들지 않았다.

<단비뉴스>는 OECD 38개국 회원국 가운데 36개국 이상이 공통적으로 설치한 7개 부처(재무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노동부, 교통부, 보건부) 장관의 연령과 성별을 조사했다. 국가마다 명칭의 차이가 있어 공식 영문명을 기준으로 삼아 유사한 기능의 부처를 비교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세계적 기준으로 보아 재무부, 보건부에 속한다. 이들 7개 부처는 행정부의 핵심 부처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 나라는 국정 핵심 업무를 어떤 이에게 맡겼을까?

주요 부처에 여성 장관이 없는 나라

그림 1.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36개국 이상이 공통적으로 설치한 7개 부처 장관의 성별을 조사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여성 장관을 둔 부처와 국가다. 한국을 포함한 6개 국가에서는 7개 주요 부처 어느 곳에도 여성 장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그래픽 박동주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36개국 이상이 공통적으로 설치한 7개 부처 장관의 성별을 조사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여성 장관을 둔 부처와 국가다. 한국을 포함한 6개 국가에서는 7개 주요 부처 어느 곳에도 여성 장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그래픽 박동주

모든 나라를 통틀어 주요 7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0.0%였다. 특히 스페인은 국정 핵심 업무를 여성에게 맡긴 대표적인 나라다. 38개국 7개 부처 가운데 장관이 여성인 곳을 표시한 위 그림을 보면, 스페인은 외교부를 제외한 6개 주요 부처의 장관에 여성을 임명했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칠레, 캐나다, 포르투갈, 핀란드 6개국은 7개 부처 장관 절반 이상을 여성이 맡고 있다. 주요 7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성이 한 명도 없는 국가는 38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 그리스,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일본, 튀르키예 등 6개국이다.

7개 주요 부처 가운데 여성 장관이 차지하는 비율을 분석했다. 법무부와 노동부의 여성 장관 비율은 40%에 가깝다. 그래픽 박동주
7개 주요 부처 가운데 여성 장관이 차지하는 비율을 분석했다. 법무부와 노동부의 여성 장관 비율은 40%에 가깝다. 그래픽 박동주

한국에서 기획재정부와 국방부는 지금껏 여성 장관을 한 번도 배출한 적이 없을 만큼 남성의 전유물로 통한다. 세계적 기준은 다르다. 여성 장관이 국무부를 총괄하는 국가는 모두 11개로 OECD 회원국의 29.7%에 달한다. 여성이 재무부 장관을 맡은 나라도 9개국(23.7%)이다. 특히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는 국가의 방위와 경제를 모두 여성 장관에게 맡겼다.

특히 내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법무부와 노동부에 여성 장관을 임명하는 것은 세계적 표준에 가깝다. OECD 회원국의 39.5%가 여성 법무부 장관을 뒀고, 38.9%는 여성 노동부 장관을 임명했다. 그 가운데서도 스페인,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핀란드, 뉴질랜드, 리투아니아는 정의 구현과 고용 창출의 책임을 모두 여성 장관이 맡고 있다.

OECD 회원국 절반은 주요 부처 장관에 청년 임명

장관의 나이가 39세 이하인 부처와 국가를 조사했다. 한국을 포함한 22개 국가는 주요부처에 39세 이하의 청년이 없었다. 그래픽 박동주
장관의 나이가 39세 이하인 부처와 국가를 조사했다. 한국을 포함한 22개 국가는 주요부처에 39세 이하의 청년이 없었다. 그래픽 박동주

7개 주요 부처 장관으로 39세 이하 청년 장관을 임명한 국가는 모두 16개국(42.1%)이다. 이들 부처에 청년 장관이 없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이었다. 주요 부처에 청년 장관을 앉힌 나라는 주로 유럽 국가들이었다. 핀란드,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등 3개국은 주요 부처 7개 가운데 2개 장관직을 39세 이하 청년에게 맡겼다.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 5개국에서는 39세 이하 청년이 법무부 장관을 맡고 있다.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체코는 39세 이하의 청년을 외교부 장관에 임명했다.

미래 대비하는 정부를 이끄는 장관은 여성과 청년

부처 이름에 ‘생태’, ‘자연’, ‘기후’, ‘물’ 등을 포함하는 기후위기 전담 부처 장관의 성별과 연령을 조사했다. 이런 부처를 둔 15개국 가운데 절반이 여성을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래픽 박동주
부처 이름에 ‘생태’, ‘자연’, ‘기후’, ‘물’ 등을 포함하는 기후위기 전담 부처 장관의 성별과 연령을 조사했다. 이런 부처를 둔 15개국 가운데 절반이 여성을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래픽 박동주

OECD 회원국 가운데 기후 위기 전담 부처를 만든 곳이 있다.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뜻을 가진 ‘환경부’를 둔 한국과 달리, ‘기후 보호’ ‘기후 변화’ ‘기후 행동’ ‘생태 전환’ ‘지속가능한 개발’ 등 기후위기와 관련한 역할을 구체적으로 표방한 부처가 여기에 해당한다. 네덜란드, 독일,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벨기에, 스페인,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캐나다, 튀르키예, 포르투갈, 프랑스, 핀란드, 호주 등 15개 나라 정부가 이런 부처를 두고 있다.

앞서 OECD 회원국 가운데 주요 7개 부처 장관의 여성 비율은 30.0%였다. 기후위기 전담부처 장관의 여성 비율은 그보다 더 높은 46.7%에 이른다. 나이를 기준으로 봐도, 39세 이하 청년 장관의 비율이 13.3%였다. 주요 7개 부처 장관 가운데 청년 장관 비율(7.3%)의 두 배에 가깝다. 미래 세대를 위한 기후 위기 대응의 책임을 청년 또는 여성에게 맡긴 것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이민자를 전담하는 부처 장관의 나이와 성별을 조사했다. 연령 분포를 보면 39세 이하가 8명 중 3명으로 40% 가까운 비율을 차지한다. 그래픽 박동주
OECD 회원국 가운데 이민자를 전담하는 부처 장관의 나이와 성별을 조사했다. 연령 분포를 보면 39세 이하가 8명 중 3명으로 40% 가까운 비율을 차지한다. 그래픽 박동주

미래지향적 부처의 장관에 청년을 임명하는 흐름은 이민 관련 부처에서도 확인된다. ‘이민’ ‘이주’ ‘망명’ ‘난민’ 등이 공식 영문명에 포함된 부처를 설치한 나라는 덴마크, 벨기에, 캐나다, 뉴질랜드, 룩셈부르크, 호주, 그리스, 스페인 등 8개국이다. 이들 나라를 통틀어 이민 관련 부처 장관의 평균 나이는 45.8세였다. 특히 덴마크, 벨기에, 캐나다는 39세 이하의 젊은 장관에게 이민과 난민 업무의 책임을 맡겼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어린이와 청소년을 전담하는 부처 장관의 나이와 성별을 조사했다. 성별 분포를 보면, 여성 장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한다. 그래픽 박동주
OECD 회원국 가운데 어린이와 청소년을 전담하는 부처 장관의 나이와 성별을 조사했다. 성별 분포를 보면, 여성 장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한다. 그래픽 박동주

OECD 회원국 가운데는 어린이 또는 청소년 정책을 전담하는 부처를 둔 나라들이 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는 교육부를 두고 있지만 여기에 더해 아동빈곤 감소부, 청소년부, 어린이부를 각각 독립 부처로 설치했다. 이렇게 교육부 또는 가족부와 별개로 어린이 및 청소년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한 OECD 회원국은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덴마크, 프랑스, 코스타리카, 아일랜드,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 8개국이다. 이들 부처 장관의 연령과 성별을 보면, 39세 이하의 청년 장관은 없지만, 여성 장관의 비율이 40.0%에 달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을 전담하는 부처 장관의 나이와 성별을 조사했다. 모두 여성 장관이고, 60세 이상 장관은 없다. 그래픽 박동주
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을 전담하는 부처 장관의 나이와 성별을 조사했다. 모두 여성 장관이고, 60세 이상 장관은 없다. 그래픽 박동주

복지부 또는 가족부와 별개로 노인, 장애, 노숙인 등과 관련한 정책을 전담하는 부처를 설치한 나라도 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노인부, 이탈리아는 장애인부, 호주는 주택 및 노숙인부를 두고 있는데, 이들 4개 부처 장관 모두 여성이다. 특히 캐나다의 노인부 장관의 나이는 33세다.

종합해보면, 기후위기, 난민과 이주민, 어린이와 노인 등 미래지향적 가치를 표방하거나 소수자를 중심에 둔 부처의 장관에 여성 또는 청년을 임명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행정부에는 이러한 부처가 아예 없다.

법무부, 외교부, 국방부, 재무부 등 주요 부처 장관에 여성과 청년을 등용하고, 미래지향적 부처 장관에는 더욱 많은 여성과 청년을 임명하는 세계적 추세에서, 한국 정부는 멀리 떨어져 있다.

지난해 취임한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총리는 국방장관과 외무장관, 내무장관을 모두 여성으로 임명했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도 2020년 취임 당시 여성 재무장관과 30대 교통장관을 지명했다. 반면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60대 남성 위주의 내각을 구성했다. 내각 구성원은 국민을 대표한다. 내각 다양성이 높아지면 더 많은 사람을 대표할 수 있다. 세계 각 나라의 내각은 얼마나 다양한 성별과 연령을 반영하고 있을까? 그 나라들과 비교해 한국 행정부의 다양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는 자료는 지금까지 없었다. 특정 국가 의회의 성별·연령별 분포를 보여주거나 최초의 여성 총리, 최연소 총리 등 특정 인물을 소개하는 보도는 가끔 나왔지만, 세계 내각을 전반적으로 종합하여 분석한 자료는 언론은 물론 어느 기관에서도 발표한 적이 없다.

<단비뉴스>가 이 자료를 직접 수집하고 분석하여 처음으로 보도한다. 2022년 9월 26일부터 10월 12일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38개 회원국 행정부의 수반과 장관의 정보를 전수 조사했다. 우선 한국 외교부에 각국 행정부 구성원의 성별과 출생 연도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한국 외교부는 ‘전수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나라별로 대통령 또는 총리, 그리고 1~2개 부처 장관의 신상정보만 제공했다.

이에 취재팀은 OECD 38개 회원국의 정부 누리집을 일일이 찾아 행정부 수반과 장관의 신상정보를 직접 수집했다. 정부 누리집에 충분한 자료가 없는 8개 국가의 경우, 그 국가의 한국 주재 대사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거나 담당자를 취재하여 자료를 확보했다.

분석 대상에는 총리, 대통령 등 행정수반, 그리고 각 부처 장관을 모두 포함했다. 다만, 행정수반만 분석할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행정부를 통솔하는 최고 직위로 한정했다. 예를 들어 헝가리나 라트비아에는 대통령도 있고 총리도 있지만, 실질적인 행정수반은 총리다. 대통령은 명예직에 가깝다. 이 경우엔 총리를 행정수반으로 봤다.

또한, 행정수반과 장관의 생일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그 나이를 2022년에서 출생 연도를 뺀 값으로 계산했다.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은 1960년 12월생으로, 2022년 10월 현재 만 61세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2022에서 1960을 감한 62세로 계산했다.

기사 보도 직전에 내각이 교체된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은 과거 내각의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스웨덴에선 지난 17일 울프 크리스테르손(Ulf Kristersson) 총리가, 이탈리아에선 지난 20일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총리가 새로 취임했다. 이들 모두 아직 새 내각을 꾸리지 않았다. 영국에선 지난 20일 리즈 트러스(Liz Truss) 총리가 사퇴해 조만간 새 내각이 구성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 행정부에 대한 통계는 <단비뉴스>의 자료수집이 완료된 2022년 10월 12일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렇게 수집·가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OECD 38개 국가 내각의 연령 평균과 여성 비율, 행정수반의 연령과 성별 등을 비교·분석했다. 특정 항목의 국가 순위에서 한국의 수치가 다른 국가와 같을 경우엔 그 나라를 한국보다 뒷 순위로 표시했다.

세계 행정부 다양성 리포트는 3편으로 이어진다. 3편에서는 OECD 회원국 장관의 면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성소수자, 20대, 소수인종 등 사회적 소수자로서 장관이 된 이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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