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㊱ 월성원전 인근 주민 건강피해

경북 경주시 감포읍 대본1리는 100가구 남짓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해변도로를 기준으로 육지 쪽엔 슬레이트 지붕을 인 허름한 집들과 야트막한 콘크리트 건물이 듬성듬성 서 있습니다. 바다 쪽으로는 인적이 드문 횟집과 어선들이 늘어서 있고, 미역을 말리는 노인들 모습이 보입니다.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북쪽으로 4킬로미터(km) 정도 떨어진 이 마을에는 수십 년 동안 바다에서 ‘물질’을 해온 해녀도 20여 명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상당수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거나, 언제 자기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삽니다.

2017년 8월 16일 마을회관 인근의 한 횟집에서 만난 감복순 씨는 갑상선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이웃들을 줄줄이 꿰고 있었습니다. 단숨에 기억해낸 것만 해도 아홉이었습니다. 2008년 10월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월성)원전이 들어온 지 30년이 지났는데, 암에 걸려보니 이제야 ‘시한폭탄을 안고 살았구나’  싶어. 마을 사람 중에 갑상선 때문에 병원에 가보지 않은 이가 아마 없을 거야.”

핵발전소 옆에서 30여 년 ‘물질’, 암 걸린 후 위험 깨달아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감 씨가 ‘물질’이라 부르는 해녀 일을 시작한 건 스물한 살 때부터입니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김추자, 신정숙 씨도 스무 살 무렵부터 물질을 했습니다. 두 사람 역시 각각 2012년과 2008년에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곳 해녀들은 보통 1년에 60일 정도 물질을 합니다. 대개 본업은 농사라, 논밭 작업이 없고 날이 좋을 때 물에 들어갑니다. 여름엔 하루 6~7시간, 겨울에는 4~5시간 동안 수심 10미터(m)까지 드나들며 미역, 전복, 해삼 등을 캡니다. 잠수를 하다 보면 숙련된 해녀라도 바닷물을 조금씩은 먹게 됩니다. 주민들은 핵연료봉을 식히고 바다로 흘려보낸 온배수에 방사성물질이 섞이는 등 원전으로 인한 수질과 토양, 공기 오염이 각종 암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1983년 월성원전이 가동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깨끗하고 평화로운 바다였습니다. 원전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진 건 1975년 6월의 일이었습니다. 바로 아랫동네인 양남면 나아리(당시 경북 월성군)가 월성 1호기 부지로 확정됐습니다. 감 씨에 따르면 서슬 퍼렇던 박정희 군사정권 아래서도 주민들은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2년 후인 1977년 5월, 월성 1호기 공사는 시작됐습니다. 시민이 계속 저항하기 어려운 시절이기도 했지만 ‘약’을 받아먹은 탓도 있다고 감 씨는 말했습니다.

“(월성 1호기가) 처음 들어온다고 할 때 동네 사람들이 들고일어났지. 위험하다고. 데모도 하고 그랬어. 물론 정부에서는 안전하다고 했지. 그래도 그때가 1970년댄데, 정부를 이길 수 있나? (우리가) 바다 보상 타먹고 그냥 지어라 한 거야. 일단 ‘약’을 먹었으니까 나쁘다 하면서도 (원전을) 받은 거지. 그 이후로 30년을 그냥 산 거야.”

당시 보상을 얼마나 받았는지에 관해 이들은 구체적인 얘기를 꺼리거나 기억이 명확지 않았습니다. 60대인 감 씨와 신 씨가 생계를 위해 가끔씩 물질을 하던 바다 3km 남쪽에는 2018년 기준으로 원자로 6기가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월성 1호기 가동 후 14년 만인 1997년부터 매 3년간 2~4호기가 들어섰고, 2012년에 신월성 1호기, 2015년 신월성 2호기가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80킬로 미역 포대 번쩍 들던 해녀, 몸져누워

대본1리 해녀 중 가장 먼저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신정숙 씨입니다. 2008년 6월 극심한 피로감에 병원을 찾았다가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신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다른 해녀들보다 힘이 좋은 편이었어. 미역 한 포대(생미역으로 약 80kg)를 혼자 날라도 힘든 걸 몰랐으니까. 그런데 한 10년 전부터는 일을 하는데 너무 피곤한 거야. 세상만사가 귀찮고 가만히 누워있지 않으면 안 되고. 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보다, 나이 탓인가 보다 했는데 갑자기 암이라니까 죽는 줄 알았지. 너무 겁이 나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그랬어. 갑상선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제 다 살았다 싶더라. (다른 데로 암이 전이 될까 봐) 부갑상선까지 다 들어냈어.”

감복순 씨가 암을 진단받은 것도 그해 10월이었습니다. 신 씨 수술 소식을 듣고 비슷한 증상에 겁이 나 병원을 찾았다가 암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감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술 이후에도)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못 버텨. 의사가 그러더라. 죽으려고 작정하면 일주일만 약 안 먹어도 죽는다고.”

감 씨는 하루 한 번 먹는 호르몬 보충제를 사는 데 한 달 7~8만 원을 씁니다. 기타 영양제와 관절강화제 등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약값까지 합치면 1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암이 재발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1년에 한두 번 하는 초음파 검사에도 수십만 원이 듭니다. 김추자 씨 역시 2012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허리와 팔다리 관절이 아파 읍내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던 길이라던 김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술 이후) 약을 먹어도 항상 피곤하고, 면역력이 약해져서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

세 사람은 모두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한 원전지역주민 건강 피해 공동소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신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암에 걸렸는데도 나라에서 녹을 먹는 사람들은 한마디 말이 없어. 누구한테 원망할 곳도 없고 그냥 여기 사는 죄인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감 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똑똑하지 못해 당한 거지.”

‘우리가 똑똑하지 못해 당한 일’ 탄식

“잘 생각해 봐요. ‘안전’이라는 말이 있는 곳은 전부 위험한 곳이에요.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의심해 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2017년 5월 4일 대본1리 집실마을에서 만난 김승욱 전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국가가 현재진행형인 건강 피해를 외면하면서 ‘(원전)안전을 의심하지 말라’고 강요해 온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역설했습니다. 마을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전 국장은 김추자 씨의 아들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마을 해녀 2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갑상선 질환으로 수술을 받았어요. 월성 1호기 가동이 1983년부터인데, 60대가 훌쩍 넘을 때까지 오랜 세월 삼중수소가 녹아 있는 바다에서 물질을 해온 해녀들이 병에 안 걸리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월성원전 인근에서 삼중수소는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습니다. 월성원전 1~4호기는 국내 다른 원자로들과 달리 경수로가 아닌 중수로입니다. 중수(D2O)란 수소(1H)보다 무거운 중수소(2H=D)와 산소(O)가 화합해 만들어진 물인데, 이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중수로는 보통 물(경수)을 쓰는 원자로에 비해 많은 삼중수소를 생성합니다. 방사성물질의 하나인 삼중수소가 위험한 이유는 인간세포의 디엔에이(DNA) 염기서열을 끊거나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염기서열이 끊어지거나 훼손되면 우리 몸이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암세포 등 비정상적인 세포가 생길 수 있습니다. 김 전 국장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원전에) 초미세 입자인 삼중수소를 제어할 수 있는 설비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원전을 멈추지 않는 한 주민들의 삼중수소 피폭은 막을 수 없어요.”

삼중수소는 원전에서 배출되는 100여 종 이상의 방사성물질 중 입자가 가장 작은 축에 속합니다.

2016년 12월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위원장 최양식 경주시장)가 월성원전에서 2km 떨어진 양남면 나아리 주민 13명의 체내 삼중수소 농도를 자체 측정한 결과 13명 모두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습니다. 적게는 3.07리터당 베크렐(Bq/L), 많게는 20.6Bq/L이었습니다. 민간환경감시기구는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원전 주변 방사성물질을 감시하도록 설치한 기구입니다. 월성원전 감시기구는 2007년 출범했습니다.

5살 손주, 17살 딸 몸에 방사성물질이 쌓일 때

당시 검사받은 주민 중엔 만 5세의 어린이도 있었는데, 역시 9.8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습니다. 이 어린이의 할머니인 황분희 나아리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 어디 아픈 데는 없어도, 손주 몸속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이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야. 어쩌다 (손자가) 코피만 한 번 나도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니까.”

정부와 한수원에 지역주민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나아리이주대책위의 신용화 사무국장도 ‘엄마의 불안’을 호소했습니다. 신 국장은 2016년 딸을 기숙사가 있는 경주 시내 고등학교로 진학시켰습니다. 마을에서 멀리 나가 살면 조금은 더 안전할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신 국장의 딸은 지난 2015년 11월 민간환경감시기구 조사 결과 4Bq/L의 삼중수소가 몸속에서 검출됐습니다. 2017년 6월 1일 나아리의 한 카페에서 <단비뉴스> 취재팀과 만난 신 국장은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은 이 정도의 삼중수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 주장합니다. 월성원전 앞 원자력홍보관의 자료는 인근 주민의 몸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최대농도(28.8Bq/L)는 1년간 지속될 경우 바나나 6개를 먹었을 때의 방사선량과 같고, 83년간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흉부 엑스레이(X-ray)를 1회 촬영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수원은 삼성수소의 무해성을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바나나에는 자연방사성물질 칼륨40(K-40) 성분이 있는데, 바나나의 칼륨이 방출하는 베타선이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베타선보다 약 100배 강합니다.”

하지만 의료전문가의 의견은 다릅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18년 9월 3일 <단비뉴스>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삼중수소는 일반인에게서는 거의 측정되지 않는 물질이에요. 주민들 몸속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것은 갑상선암을 유발하는 방사성요오드(I131) 등 다른 방사성물질에도 노출됐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됩니다.”

그는 월성원전 주민들의 경우 원전으로부터의 거리, 원전 가동 여부에 따라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점을 중시했습니다. 삼중수소가 갑상선암과 직접 연관된다는 의학적 근거는 아직 없지만, 원전 방출 물질이 완벽하게 모니터 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전 가동과 삼중수소 농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전반적인 방사성물질 피해 가능성을 시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민간환경감시기구의 조사가 이뤄진 2017년 12월은 그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 때문에 월성 1~4호기 가동이 3개월 동안 중단됐던 시점입니다. 이에 앞서 모든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던 2015년 11월에도 마을 주민 42명을 대상으로 같은 검사가 실시됐습니다. 두 차례 검사에 모두 참여한 주민 13명은 하나같이 2015년 11월의 체내 삼중수도 농도가 2017년 12월보다 높게 나왔습니다(5.82~28.1Bq/L). 월성 1호기가 설계수명 만료로 3년간 가동을 멈췄었던 2015년 3월에도 주민 4명이 같은 검사에 참여했는데, 역시 같은 해 11월보다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낮게 나왔습니다(5.64~17.1Bq/L). 원전이 가동될 때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20년 역학조사 ‘원전 무관’ 결론, 전문가 재분석으로 뒤집혀

진상을 밝혀줘야 할 정부의 의지는 약했습니다.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0년간 서울대 의학연구원 안윤옥 교수팀이 정부 용역을 받아 ‘원전 종사자 및 주변 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를 진행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원전 반경 5km 이내에 사는 여성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30km밖에 거주하는 여성보다 2.5배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정작 결론부에서는 “원전과 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서술했습니다. 여성 갑상선암 외 다른 암의 증가 추세는 나타나지 않았고, 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은 데는 과도한 초음파 검진도 한몫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정부는 이를 끝으로 대규모 코호트 연구(특정 집단에 대한 장기적 추적조사)를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9월 이 연구 결과를 반박하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백도명 교수 등 15명의 연구진이 안 교수팀의 데이터를 2년간 다시 분석한 결과, 원전 주변 거주 여부와 갑상선암 발병 사이에 의미 있는 연관성이 드러난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백 교수팀은 2011년 연구에서 데이터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분석 결과 원전 반경 5km 이내에 사는 남녀 모두 갑상선암 발병 위험도가 30km 밖에서 거주하는 사람보다 3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원전 주민들이 초음파 검진을 과도하게 받았다는 이전 분석에 대해서도 ‘초음파 검진은 원전 5km 밖에서 많이 이뤄졌고, 5km 이내 주민의 검진은 건강보험 통계상 특별히 많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백 교수팀의 후속 연구 발표 후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역학조사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말로는 원전 지역 주민의 건강 피해 조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 정부, 주민 이주대책도 세워주지 않는 정부에 대해 신용화 국장은 원망스러운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우리는 생명의 기준치를 말하고 싶어요. 그 작은 (암에 걸릴) 확률이 나와 내 가족에게 해당될 수 있다는 게 겁나는 현실인 거예요. 이곳 주민들은 매일 불안에 떨며 살고 있어요. 우리의 행복권이 많은 사람의 외면 속에 핵발전소에 저당 잡히며 살고 있는 겁니다. 그저 방사능 걱정 없는 곳에서 맘 놓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길 바랄 뿐이에요.”

“건강보험 암 진단 자료만 분석해도 규명 가능”

원전의 방사성물질이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는 사실 80년대 후반부터 있었습니다. 양이원영 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은 2017년 5월 18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단비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 80년대부터 원전 주변에서 무뇌아, 대두아 등 기형아들이 태어나고 했지만, 과학적으로 원전에 의한 피해인지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1989년 7월 사회적으로 충격을 던졌던 ‘영광원전 무뇌아 사건’은 당시 전남 영광군 영광원전(현 한빛원전)에서 일하던 경비원의 아내가 무뇌아를 두 번이나 유산한 일이었습니다. 이후 대두아 등 기형아를 출산했다는 원전 노동자들의 증언이 잇따라 국회에서도 원전이 주민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정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원전과 기형아 출산 간 관련성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2015년 백도명 교수팀의 일원으로 원전 주변주민 역학조사 관련 후속 연구에 참여했던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는 2017년 8월 <단비뉴스>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시 영광지역 외에 다른 원전 지역에서 (무뇌아 유산 등) 유사사례가 많지 않아 역학적 방법론을 동원해 증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즉, 원전 탓이라고도, 아니라고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양이원영 전 처장은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원전지역 주민 건강피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는 공동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갑상선암 피해에 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민간단체에서 주민들 상대로 값비싼 돈을 들여 소변검사를 해야 하나요. 국가에서 암 통계를 기반으로 원전 주변 지역 암 환자 데이터 분석만 해도 금방 인과관계가 나올 텐데 의지가 없는 겁니다.”

주영수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관찰하면 원전 건강피해 문제를 잘 들여다볼 수 있을 겁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립암센터 홍보팀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군구 단위 국가 암 통계는 통계청을 통해 공개하고 있지만 원전 주변지역만 따로 묶어 연구한 자료는 없고, 그런 계획도 아직까지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암이라는 질병이 워낙 요인이 다양한데다, 이런 문제는 코호트 연구를 해야 하는데 오랫동안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한편 월성 1호기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에서 폐쇄가 결정됐고 2019년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영구정지가 확정됐습니다. 원안위는 지난해 월성원전 내 삼중수소 누출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차수 구조물의 하자로 인해 1997년부터 최대 20년 이상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어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를 시작합니다. 2020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마지막 비상구>를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로 전합니다. 이 책은 <단비뉴스>가 2017년 9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연재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시리즈를 엮어낸 것입니다. 석탄·석유·원전 등 기후위기와 방사능재난을 부르는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했습니다. 소리뉴스는 이 책 중 3부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부터 시작합니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재난의 현장을 조명하고, 파국을 막을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탈원전 논란과 에너지정책을 다룬 1, 2부는 그다음에 이어집니다. 이 기사들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올해의 좋은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올해의 영데이터저널리스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 더 많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시작하는 단비 소리뉴스. 주 1회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

① ‘기후붕괴 시대’ 위협받는 삶의 현장

② ‘세계 4대 기후 악당’ 한국이 받는 벌

③ ‘트럼프의 훼방’에서 파리협정 살리기

④ 달려가는 유럽, 끌려가는 한국

⑤ 화석연료 줄여도 경제는 쑥쑥 성장

⑥ ‘1달러 골리앗 크레인’ 탄식 뒤의 기적

⑦ 실업자 없는 에너지 자립촌 펠트하임

⑧ 재생에너지가 이끄는 유럽 최강 경제

⑨ 태양광·풍력으로 프랑스에 전기 수출

⑩ 석유파동 후 세계 1위 풍력기업 탄생

⑪ 거리엔 자전거 물결, 국민 건강은 '쑥쑥'

⑫ 태양열과 소금으로 밤에도 전기 생산

⑬ 금융위기에 흔들린 재생에너지 강국 스페인

⑭ ‘바람은 모두의 것’ 제주의 실험

⑮ ‘주민 배제’가 ‘결사반대’ 낳았다

⑯ 해상풍력 잠재력, ‘조선업 이상’

⑰ '원전 줄이기' 시동 건 햇빛발전협동조합

⑱ 의도적 허위정보가 반감 조장

⑲ 옥상·주차장·도로 등 태양광 설치할 곳 수두룩

⑳ 무심코 쓴 일회용품이 기후재난 재촉한다

㉑ 플라스틱 등 자원 순환에 인공지능도 출동

㉒ 내가 버린 플라스틱, 내 식탁으로 돌아온다

㉓ 태양광 전기, 지열 냉난방으로 에너지 자립한 집

㉔ ‘에너지 덜 쓰고 전기 만드는 건물’ 속속 의무화

㉕ 태양광발전, 빗물 순환으로 ‘친환경 건물 시대’

㉖ ‘주민 안전’과 ‘일자리’, ‘이주권’ 맞섰던 원전 논쟁

㉗ 체르노빌·후쿠시마도 ‘안전’ 자만하다 터졌다

㉘ 생존배낭 챙겨 두고 ‘쿵’ 소리에도 깜짝

‘큰 지진’ 가능한 연약지반에 줄줄이 들어선 원전

㉚ 대피계획 허술하고 훈련도 없다

㉛ 시험성적 위조한 불량부품은 다 교체됐을까

㉜ 사용후핵연료, 불안한 ‘임시저장’ 언제까지

㉝ 미래 세대에게 ‘핵쓰레기통’을 물려줘도 되나

㉞ 각국 포기한 파이로프로세싱, 한국은 거액 투입

㉟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 "수십 년 피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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