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 너머 뜬 '햇빛'
작성일 : 2019-05-05 22:53:24
지난 4월 27일 오전 9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조용하던 거리에 어느 시민의 애국가가 아침을 깨웠는데요.

애국가와 욕이 난무하는 진귀한 현장이었습니다. 다행히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별 탈 없이 강화 교동대교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인터뷰) 김순조 행사참가자

(어떻게 오시게 됐는지?) 남북평화통일 기원 평화 띠잇기, 평화 손잡기(하러 왔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남북통일 기원합니다.

(아까 소리 지르는 시민을 보고 어땠는지?) 발표는 좋은데, 너무 격양되어 있는 목소리라 좀 듣기 힘들었습니다.

인터뷰) 유영주 희망래일 사무국장

(어디 가는 버스인가요?) 여기는 철원 쪽으로 갑니다.

(철원 말고 다른 곳도 많이 있나요?) 이게 강화에서 고성까지 500km를 잇는 인간 띠 운동이잖아요. 경기도 쪽이 아무래도 가까우니 많이 가시는데, 저희는 일부러 사람들이 많이 가지 못하는 강원도를 택해서 철원으로 가고요. 특히 철원 같은 경우에는 경원선이라든가 금강산선이라든가 끊어진 철도를 잇는 지역이라서 그런 의미를 가지고 저희는 철원으로 가요.

(행사 준비하면서 바라는 마음은 어떤 게 있나요?) 이게 어떻든 지금 4.27선언 1주년 기념으로 진행되는데, 지금 (남북)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잖아요. 너무 남쪽만의 행사로 가는 것 같아서 가슴이 좀 아픈데, 이 바람들이 잘 전달 돼서 북에서도 빨리 호응이 오고, 많은 것들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선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만남이 있었죠. 바로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고, 함께 도보다리를 걸어갔죠. 그리고 8천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역사적인 선언을 했습니다. 한 달 뒤 5월 26일 두 정상은 두 번째 만남을 빠르게 가졌고, 6월엔 드디어 미국과 북한의 첫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9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시민이 바라보는 앞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이어갔죠. 하지만 그 뒤 아직까지 남북평화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에 놓였습니다.

김응규 3·1 혁명 100주년 기념 범시민추진위원회 위원)

3·1 혁명 100주년 기념 범시민추진위원회에서 우리 오늘 평화통일을 위한 발걸음을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돼서 너무나 기쁘고 즐겁습니다. 큰 손뼉으로 우리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요.

2시간 30분, 한강을 따라 이동해 섬 전체가 민간인 통제구역인 교동도 통일시계탑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주먹밥과 떡, 그리고 따뜻한 국을 받았는데요. 멀리 보이는 북한 지역을 배경 삼아 함께 맛있게 나눠 먹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와서 추억을 나누기도 했는데요. 아이들은 저마다 통일을 기원하는 문구를 적어 그 소망이 북한으로 전해지도록 바람에 맡겼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과 함께 서로의 손을 잡고 평화의 노래를 부르며 출정식을 시작했습니다.

한기출 교동역사문화발전협의회 회장)

오늘 이곳 우리 교동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평화운동이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시길 기원하면서 다시 한 번 우리 교동을 찾아주신 참석자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애 민족평화통일자문회의 평화발전분과 상임위원)

전 세계적으로 지금 미국이고, 영국이고, 프랑스에서 다 서로(평화)의 띠를 잡고 있어요. 교민들께서 똑같은 내용으로 메시지를 전 세계 시민들에게 ‘우리는 이런 것을 원하기 때문에 오늘 (평화의) 띠를 잡는다’ 하는 내용으로 읽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도 동시에 이것을 읽고 있다는 그런 느낌을 가지시고 잘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요상 진보사랑 공동대표)

종교, 이념, 성별, 신분 차를 넘어 함께 손잡는 ‘4.27 사람 띠잇기’ 행사가 사람을 편 가르는 일체 분단 체제를 불사르는 단초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이 땅의 평화가 ‘세계의 대세이자, 하늘의 뜻이며 민족의 염원’인 것을 세계를 향해 외치자. 우리들 일상이 1년 전 4.27 그날의 그 모습이 되기를 바라면서 ‘우리가 하나’인 것을 소리쳐 보자. 이 땅의 평화가 세상의 평화가 될 것을 믿으며 이를 분단 70년 고통을 겪은 남북 ‘민(民)’의 이름으로 힘껏 선포한다.

그리고 맑게 갠 하늘 아래, 참가자들은 평화 띠를 상징하는 하얀 천을 목에 두르거나 머리에 쓰고 교동대교를 따라 힘찬 평화의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지났을까요? 철조망 너머로 아른 거리는 북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지난해 ‘판문점 선언’이 이뤄진 14시 27분. 1년이 지나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참가자들은 모두 흰 띠를 잡으며 하나가 되어 평화 통일을 노래했습니다.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북녘 하늘. 북한에 있는 아들을 그리며 행사에 참가한 이금섬씨를 비롯한 남측 시민의 목소리가 잘 전해질 수 있을까요? 참가자들은 문수산 정상에 올라 더 크게 우리의 가락을 울렸습니다.

이창희 씨알재단 사무국장)

네, 아주 감격스럽습니다. 여기 문수산 정상에서 강 하나를 건너면 북한의 개풍군이란 땅이라는 거를 미처 몰랐습니다. 아주 감격스럽고, 가슴이 벅찹니다.

철조망 너머로 뜬 햇빛은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땅을 70년 넘게 비추고 있습니다.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영상취재 : 임지윤, 김지연 / 편집 : 임지윤 / 내레이션 : 임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