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을 지나니 또 초록이다. 전라북도 무주군 구천동으로 향하는 길, 구불구불 돌아가는 시골길 주변은 푸른빛 물오른 숲이 무성하다. 산을 넘을수록 인적이 드물다. 차창을 내리니 산에서 내려오는 차갑고 맑은 공기가 정신을 깨운다. 도착한 야영장에는 텐트, 돗자리, 먹을거리 등을 챙겨 야영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대집회장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언뜻 번잡한 도시를 떠나 깊은 산 속으로 캠핑을 떠난 관광객들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목적은 캠핑이 아니라 밤새 숲 속에서 영화를 보는 것. 지난해 처음 시작해 호평을 받은 무주산골영화제만의 특별한 프로그램 숲 속 극장을 찾았다.
지난 2일 전북 무주 등나무운동장에서는 무주산골영화제(이하 무주영화제)가 개막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무주영화제는 ‘봄과 여름 사이, 초록빛으로 물드는 숲속에서의 영화제’다. 산골, 캠핑, 영화를 키워드로 하는 영화제는 올해도 다채로운 행사로 관객을 반겼다.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작은 영화 축제는 한국장편영화경쟁부문인 ‘창(窓)’, 다양한 주제를 새롭고 독창적인 영화를 선보이는 ‘판’(場), 라이브 연주와 무성영화를 함께 보는 ‘락’(樂), 깊은 밤 어두운 숲 속 극장에서 진행되는 ‘숲’(林), 무주군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영화관’을 운영한 ‘길’(路)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 3일 영화제 둘째날 모습을 포토뉴스로 담았다.
화려하지 않아도, 성대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편안하고 여유로워 좋다. 무주영화제를 즐기며 느낀 점이다. 무주영화제에는 어마어마한 자본 대신, 주민들의 참여가 있다. 티켓을 구매한 이들만이 볼 수 있는 영화관이 아니라 누구나, 언제나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열린 숲 속 극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돗자리를 깔고 담요를 덮고, 앉거나 누워서 각자 편한대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상영하는 모든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소박하지만 단출하지 않은 무주영화제의 특징을 보여준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이곳을 찾은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여러분들과 아름다운 밤, 행복한 밤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말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숲 속에서의 하룻밤이었다. 그의 영화처럼 별 것 아닌 것에 미소가 지어지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