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속인 ‘신공항 공약’ 책임 물어야
밀양·가덕도 경제성 없는 것 알고도 ‘할 것처럼’ 끌어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그렇습니다. 경남 밀양은 대구경북과 경남 일부 지역이 밀고, 가덕도는 부산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는데, 해당지역의 정치인, 지방자치단체, 지역민들이 대거 나서서 대구경북(TK)대 부산경남(PK)간의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둘 중 한 곳으로 결정된다면 나머지 한 쪽이 반발하고 정권으로부터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둘 다 안하는 ‘백지화’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명분은 두 공항 다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죠. 이런 움직임에 대해 영남권 정치인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친이재오’ ‘친박근혜’ 계파로 갈라져 있는 한나라당 안에서도 영남권 의원들이 계파 상관없이 똘똘 뭉쳐서 ‘백지화되면 탈당하거나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정치권 지역이기주의에 휘말린 국책사업
홍: 그런데 영남 뿐 아니라 충청권의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 같더군요.
홍: 시민운동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입장을 밝히던데요. 국책사업이 지역이기주의에 따라 결정돼선 안 된다는 내용이죠?
제: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29일 공동성명을 내고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된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중단하라”면서 “경제성이 없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많은 지방공항이 수요가 없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약 10조 원씩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들여 새 공항을 짓는다면 세금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망국적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제: 맞습니다. 지난 2009년 12월에 국토연구원이 정부의 용역을 받아 분석했는데요, 비용을 1 만큼 들였을 때 편익, 즉 가치가 얼마나 창출되느냐 하는 ‘비용대비 편익비율’이 가덕도는 0.7, 밀양은 0.73이 나왔습니다. 이 비율이 1을 넘어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한참 미달한 것이죠. 참고로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비용대비 편익비율이 1.47로 꽤 높았습니다. 이 두 지역의 경제성이 낮게 나오는 것은 일단 조성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밀양은 국제공항을 만들려면 주변 산을 최소 10개, 최대 21개나 깎아내야 한답니다. 자연파괴도 엄청나고 공사비용도 엄청날 것입니다. 또 1년에 40일이나 안개가 끼어 비행기 운행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더군요. 부산 신항만에 자리 잡은 가덕도는 수심 30미터의 바다를 메워야 공항 건설이 가능하답니다. 인천과 비교가 되지 않는 난공사라고 해요. 또 인근에 철새 도래지가 있어 항공기가 새떼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지방 공항 11곳 적자 , 고속철 확장되면 더 심각
홍: 특히 현재 운영되고 있는 지방공항들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도 새로운 공항을 더 만드는 데 부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죠?
제: 네.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14개 국내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으로 김포 제주 김해공항을 제외하고 나머지 11개 공항이 모두 10억에서 70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습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추정되고요. 양양 청주 무안 공항 등은 공항으로서 겨우 명맥만 유지할 만큼 수요가 부족합니다. 면밀한 경제성 분석이나 수요 예측 없이 정권 바뀔 때마다 한두 개씩 지역에 나눠주듯 공항을 세운 탓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욱이 고속전철(KTX)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확장되면서 지방공항의 기능은 더욱 위축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11월 KTX 2단계 개통 후 두 달 만에 김포∼울산간 공항 이용객이 전년 대비 35.4% 줄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공항을 자꾸 세울 게 아니라 기존 공항의 활용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 그런데도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들이 사활을 걸고 공항을 세우려는 것은 아무래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겠죠?
홍: 정부가 대선공약을 뒤엎고 신공항 백지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해당지역에서는 ‘대국민사기극’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는데, 이런 측면에서 책임추궁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 맞습니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죠. 그러나 2009년 말 타당성 조사를 거쳐 추진이 어렵겠다는 잠정 결론을 내놓고도 지난해 6월의 지방선거를 감안해 발표를 미뤘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그리고도 결정을 질질 끌다가 오늘날 같은 지역갈등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을 타당성이 없어 포기한다면 왜 타당성 조사도 안 한 4대강 사업은 밀어붙였느냐”며 대형국책사업이 대통령의 독단에 좌우된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지역 민심이 백지화 결정을 수용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 신공항 건설 공약이 재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경제성이 없는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겠지만, 유권자를 속이고 이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책임을 물어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됐습니다. 방송 내용은 <손에 잡히는 경제> 3월 30일자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