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노후, ‘공포 마케팅’에 덜덜
주요국 최하위권의 연금체계, 빈약한 노인복지 등 개선 시급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최근 호주금융연구센터가 발표한 ‘멜버른 머서 글로벌연금지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연금체계는 조사대상 18개 나라 중 16위인 44.7점에 그쳤습니다. A,B,C,D,E로 나눈 등급으로 보면 D등급으로 낙제 수준이었어요. 이는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등의 소득대체율, 즉 지급액수준이 낮고, 사적연금의 가입률은 저조하고, 저출산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퇴직연금제도도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 나온 평가입니다. 참고로 지난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은퇴 후 소득대체율은 46.9%로 OECD 국가평균 소득대체율 60.6% 보다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또 개인연금 가입률도 미국(24.7%), 독일(29.9%) 등보다 훨씬 낮은 12.2%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다른 노인복지 제도도 취약하다 보니 우리나라 고령층의 빈곤율은 현재 45.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곤궁한 삶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는 노인이 많아 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게 현실입니다.
김: 노후비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통계가 있겠지만 노후비용으로 얼마나 필요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국민연금 자산규모 세계 3위 수준…이에 걸맞은 운용능력 갖추지 못해
김: 많은 사람들이 노후를 생각하며 붓고 있는 것이 국민연금인데요, 국민연금은 재정고갈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급액이 그리 많지 않죠.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할 때 노후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될까요?
제: 우리사회의 저출산 고령화로 노인인구의 상대적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국민연금의 재정고갈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 보고서’를 내는데요, 지난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3년 최고점에 도달한 후 지급액이 급속도로 늘어나 2060년에 완전 고갈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또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2012~2060년 장기 재정전망 분석' 보고서에서는 국민연금의 계산보다 7년 빠른 2053년에 국민연금 재원이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됐습니다. 이러다간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도 나중에 못 받는 사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연금지급 시기를 현재의 65세에서 67세로 늦추거나 지급액을 줄이자, 혹은 현재 9%인 연금료율을 12%이상으로 높이자는 등의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현재 기준으로 지급되는 국민연금은 월평균 적정 노후생활비인 가구주 1인당 180만원의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니까 다른 노후 준비가 없다면 갑갑한 상황이라고 할 것입니다.
제: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자산규모는 지난 8월 말 380조원을 넘어 세계 4위 수준에서 3위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세계 연금 가운데 '빅3'로 올라서면서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운용자금을 배분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국민연금 규모는 오는 2020년에 924조원, 2043년에는 2465조원으로 정점에 이를 전망인데, 이렇게 급격히 늘어나는 자산을 과연 제대로 운용할 실력이 갖춰져 있나 하는 회의적 시선이 없지 않습니다. 선진국의 연금기금들에 비교하면 금액 당 운용인력수도 적고, 인력의 전문성도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또 해외투자비중이라든지 여러 가지 제약도 있어서 연금자산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고요. 앞으로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지키면서 동시에 알차게 늘려나갈 수 있는 제도적, 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또 국민연금 운용을 민주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노조단체, 경영자단체, 시민단체 대표 등 민간의 참여도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고요.
사적연금 판매 경쟁으로 불안감 자극, 공적연금 강화로 가야
김: 그런데 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지나치게 조장하는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노후에 대비해 거액을 모아 놓지 않으면 비참해질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 않습니까?
김: 개인차원에서도 노후설계를 잘 해야겠지만 국민의 노후복지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제: 우리나라는 연금제도나 노동정책, 복지 등 모든 면에서 ‘가난한 노후’를 그동안 방치해 온 게 사실입니다. 노인복지제도라고 할 만한 게 중하위 소득층 70%에 대해 기초노령연금을 주는 것인데, 이것도 1인당 최고 9만원 수준에 불과하고요. 앞으로 국가가 저소득 노인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노인복지를 강화하면서 국민연금의 보장성, 안정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 납입액이 우리나라는 소득의 9% 정도인데 선진국은 10~20%대입니다. 갑자기 많이 올리는 것은 곤란하지만 적정한 수준으로 올려서 실질적인 노후대책이 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불안한 마음에 사적연금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줄어들 것입니다. 또 국민연금 가입률이 낮은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가입도 지원할 필요가 있고요. 한편으로 돈만 있다고 해서 행복한 노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죠. 건강상태가 양호한 노인들이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공공영역이나 사회적 기업 등의 일자리창출을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봉사활동 참여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요. 이렇게 해서 노인 세대가 활발히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 우리 경제의 활력, 성장잠재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10월 31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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