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자율규제 놓고 만화계 ‘열공’ 중
방심위 심의 방침 철회 후 심포지엄 개최 등 적극 행보
강풀 등 인기 작가들이 릴레이 1인 시위 등으로 저항했던 웹툰(인터넷만화) 심의 움직임이 ‘업계 자율규제’로 정리되면서 만화계가 구체적인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작가들은 웹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바로 잡고 ‘창작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를 조화시킬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폭력을 만화 탓으로 돌리면 ‘구조적 원인’에 면죄부 주는 꼴
지난달 27일에는 사단법인 우리만화연대 주최로 ‘청소년 보호를 위한 웹툰 자율규제와 표현의 자유‘ 심포지엄이 열려 50여명의 만화가와 학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한국 만화규제의 역사를 짚어보고, 향후 웹툰 자율규제의 방향을 제안했다.
국내 만화 규제의 역사 뿌리 깊어
청강대 만화창작과 박인하 교수는 “박정희 정부가 1967년 민생질서의 파괴 등을 이유로 만화를 도박, 밀수, 탈세 등과 함께 6대 사회악으로 선정했다”며 국내 만화규제의 역사가 뿌리 깊다고 설명했다. 1971년에는 ‘만화가 어린이들의 건전한 정서발달을 해친다’며 순정만화와 탐정물, 과학만화까지 포함한 2만 5천권을 폐기처분하거나 불태운 일도 있었다. 1980년대 말에는 민주화의 흐름을 타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만화에 대한 규제 강도도 낮아졌지만 1997년 ‘일진회 사건’ 등을 계기로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심의에 걸린 만화를 수거·파기·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졌다.
앞으로의 자율규제 방향과 관련, 국민대 법학과 황승흠 교수는 “웹툰과 만화 심의를 일원화 하고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출판만화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웹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규제를 받는다. 황 교수는 웹툰도 ‘만화 콘텐츠’인데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정보’로 분류돼 다른 관할기구의 심의를 받는 것은 기형적 상황이라며 웹툰을 ‘정보’가 아닌 만화 출판물로 분류해 간행물윤리위가 다루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강대 만화창작과 김소원 강사는 “일본의 경우 만화의 산업적 경쟁력이 커지면서 출판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만화업계를 보호하고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만화규제의 위기를 넘겼다”며 “우리도 만화 콘텐츠를 활용하는 포털과 출판업계가 심의 문제에 있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인하 교수는 방심위가 최근 만화 심의에 대한 자세를 전향적으로 바꾼 배경에 대해 “이전까지 ‘만화의 독자는 어린이’라는 전제를 깔고 봤다가 웹툰의 주요 독자가 최근 정치, 사회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2030세대’라는 것을 깨닫고 부담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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