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포퓰리즘’ 아닌 ‘투자’로 보자
고소득층 증세와 복지전달체계 개혁, 행정 신뢰성 제고도 필요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네, 기획재정부가 복지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복지관련 공약의 소요재원을 계산했다고 합니다. 새누리당의 공약 35건, 민주통합당의 공약 30건을 검토했더니 최소 연간 43조원에서 최대 67조원이 필요해서, 차기정부 5년간 최소 220조원에서 최대 340조원이 들 것으로 나왔다고 하네요. 이렇게 되면 당장 내년 복지예산을 올해보다 46%에서 72%정도 늘려야 하고, 총예산도 13%에서 20% 정도 늘어나게 된답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이런 복지공약이 다 받아들여지면 디재스터(재앙)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정부, 복지 예산 5년간 최대 340조원 추정... 근거는 모호
김: 340조원이면 우리나라의 1년 총예산과 맞먹는 숫자인데요, 5년간 최고 340조원의 추가재원이 필요하다는 추정치는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구체적으로 설명이 됐습니까?
김: 정부의 이런 발표에 대해 여야 정당은 상당히 불쾌하다는 반응이죠?
제: 네. 새누리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새누리당의 복지공약은 추가적 재정소요가 별로 없는 것들이고 사병월급 인상안 같은 것은 개인의 아이디어로, 당차원에서 채택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다 집어넣어 부풀렸다”고 비난했습니다. 김 위원은 “정부가 공약의 현실성을 점검하겠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 즉 연간 7%의 성장과 4만달러의 1인당 소득,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라는 공약이야말로 허무맹랑한 것이었는데 왜 문제 삼지 않았느냐”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 등 무분별한 예산 낭비로 양극화를 부추기고 재정을 악화시킨 정부가 반성은 없이 복지 확충 등 대안을 마련하려는 정치권의 발목을 잡는다”고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민주통합당 복지공약 재원은 정부가 추정하는 것보다 훨씬 적고 예산지출의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추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 앞서 거론한 것 외에 각 당의 주요 복지 공약을 살펴보면요, 먼저 새누리당은 핵심기간산업의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안,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전월세 세입자 가구의 대출이자를 경감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또 대학생 보금자리 기숙사 확충, 주거빈곤층 58만 가구에 월6만9천원을 지원하는 것, 고등학교 의무교육 추진, 저소득가정의 6세 이상 18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 수당을 지원하는 방안, 노인공공일자리 확대 등이 제시됐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연간 300만원 한도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 저소득 무주택자에게 임대료를 보조하는 ‘주택바우처’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또 오는 2017년까지 입원진료비의 건강보험부담률을 90%까지 확대하고 본인부담은 연간 100만원까지로 한정하는 방안, 장애인 연금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연금지급액도 인상하는 방안 등을 포함했습니다.
여야 정당은 "재원 조달, 재정건전성 문제 없다" 주장
김: 복지 지출이 늘어나면 당연히 조세수입도 늘려야 재정안정이 유지될 수 있을 텐데요, 각 당은 복지 정책을 늘리면서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확충하겠다는 구상인가요?
제: 새누리당은 새로운 지출수요를 최소화해서 가급적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아직 자세한 계획은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민주통합당은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단행된 부자감세를 되돌리고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부담을 늘리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19% 수준인데, 이를 참여정부 수준인 20%대로 올리면 필요한 재정확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재벌기업이 다른 계열사 지분에 대해 받는 배당금에 과세를 강화하는 등 재벌의 확장에 제동을 거는 증세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또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구간을 신설하고 세율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민주통합당은 이와 함께 4대강 사업 등 지금까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분야의 지출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줄이고 복지 예산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김: 정부가 정치권의 복지 공약에 제동을 걸고 있는 모습인데,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기본적으로 복지 확충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은 아니겠죠?
정부 신뢰도 높은 스웨덴 국민 '많이 내고 많이 누리기' 선택
김: 경제적 양극화가 이미 심각한 상태이고, 저출산고령화도 가속화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요, 재정안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복지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 선택이 필요할까요?
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사회는 재벌중심 경제구조 때문에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데, 사회안전망인 복지체계는 부실해서 서민과 빈곤층의 고통이 극심한 게 사실입니다. 중산층도 자칫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극심한 생존경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요. 반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복지 안전망이 튼튼하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풍토입니다. 이런 복지의 뒷받침이 글로벌금융위기 속에서도 이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며 번영하는 비결이라고 꼽히기도 합니다. 우리도 주거 보육 교육 의료 노후 등 필수영역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강화해서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게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들 복지국가의 국민들은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많은 세금을 내는데, 그 혜택을 피부로 실감하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또 국가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복지누수’등에 대한 불안이 없다고 하고요. 우리도 복지체계를 성공적으로 확충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고소득층 등 담세능력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세금을 더 걷고, 탈세 등 세금누수를 철저히 막아 재정을 확충해야 할 것입니다. 또 복지전달체계에 누수가 없도록 정교하게 설계하고, 스웨덴의 옴부즈맨 같은 재정집행 감시장치도 도입해서 국가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2월 22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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