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현지윤

▲ 현지윤.
1980년대 독재 정권 아래서 20대 젊은 세대는 민주화를 이뤄냈다. 우리는 그들을 ‘386 세대’라 부른다. 그 이후에도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잇따라 등장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소비문화의 주체가 되었던 ‘X세대’, 인터넷의 발달을 주도한 ‘N세대’ 등이 그것이었다. 이런 단어가 등장한 이유는 기성세대와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지닌 젊은 세대들의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각,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는 젊은 세대의 특징이 이런 신조어를 만들어낸다. 

오늘날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단어는 없다. 대신 요즘 젊은 세대는 그저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살아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무색무취의 물처럼 의견도 없고 생각도 없다는 거다. 그들은 입시 전쟁과 취업난 속에서 꿈을 잊고 기성세대들이 일구어 놓은 텃밭에 안주하려 한다. ‘나만 성공하면 된다’는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사회에 무관심했고 투표율은 낮았다. 국민의 한 표가 소중한 정치인에게 그저 물처럼 부담 없는 20대를 위한 정책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났다. 사회는 오늘날 20대 젊은 세대를 ‘물로 봤다’.

이제 20대가 움직이고 있다. SNS는 개인주의자였던 이들에게 연대의식의 ‘물꼬’를 터주었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작은 움직임은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SNS의 ‘물길’을 타고 전국으로 확산됐다. ‘광우병 파동’이 있던 지난 2008년 젊은 세대는 함께 거리로 나와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홍대 청소 노동자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뭉쳤다. 얼마 전,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젊은 세대의 움직임은 또 다시 SNS의 물길을 타고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사회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급격히 증가한 젊은 층의 투표율은 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이면에도 인증샷을 찍어 올린 SNS의 역할이 컸다.

이제 20대는 저마다 목소리는 내는 데 익숙하다. 다만 이전의 젊은 세대가 사회를 바꾸기 위해 목숨까지도 불사하는 ‘투쟁’을 감행했다면, 요즘 20대는 광장에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제’를 만들었다. 반값 등록금 시행을 촉구하며 모인 대학생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책을 읽고 시험공부를 했다. 졸업생들의 모임인 일명 ‘날라리 선배’는 학생들을 응원하며 대량으로 책을 기증했다. ‘등록금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며 그들은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뭉쳐 강을 이루고 폭포가 되어 쏟아지고 발전기를 돌리듯, 의견도, 생각도 없던 싱거운 20대가 함께 모였을 뿐인데 무시할 수 없는 큰 힘을 만들어냈다.

현지윤/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 '<단비뉴스>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5기 대학언론인 캠프> 참여자의 칼럼쓰기 과제 가운데 몇 편을 골라 '단비발언대'로 소개합니다. 칼럼쓰기 수업의 제시어는 '물', '불' 또는 '물과 불'이었고, 참가자들이 제출한 칼럼들은 이봉수 교수의 첨삭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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